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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후예' 유시진, 송중기라는 판타지


입력 2016.04.08 08:41 수정 2016.04.08 08:41        부수정 기자

김은숙 작가 남성 캐릭터 한 단계 진화

허술한 스토리·개연성에 생명 불어넣어

배우 송중기 송혜교 주연의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KBS

"유시진 대위(송중기) 때문에 미치겠다."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신드롬이다. 시청률은 30%를 돌파했고 주인공 송중기는 국민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온라인에는 "우리 송중기 님 보면 남편이 잊힌다"는 글이 빗발친다. 급기야 '태양의 후예'에 대비하는 남편의 행동 요령이 나왔다.

'수, 목요일에는 저녁식사를 해결하고 집에 들어간다', '본방 후에는 송중기의 잔영이 남아 있기 때문에 다음날 아침까지 얼쩡거리지 않는 편이 낫다', '주말 재방송이나 VOD 몰아보기 경우 잔영이 더욱 강력하므로 집에서는 눈을 깔고 다소곳한 자세로 다닐 필요가 있다' 등이다.

시청자들이 무릎을 '탁!' 치는 부분이다. 그만큼 유시진 대위에 푹 빠진 시청자들이 많다.

배우 송중기가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유시진 대위 역을 맡아 국민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KBS

김은숙 작가 만난 송중기 '훨훨'

송중기가 분한 유시진 대위는 극 중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은 특전사 소속 해외 파병팀장이다. 유 대위는 모든 걸 갖췄다. 뽀얗고 하얀 피부, 중저음의 달콤한 목소리, 총 맞아도 끄떡없는 신체, 한 여자 강모연(송혜교)만을 바라보는 순애보 등이 그렇다.

로맨스물의 귀재 김은숙 작가 특유의 판타지는 송중기를 만나 정점을 찍었다. 그간 김 작가의 작품에선 여자 주인공보다 남자 주인공이 돋보였다. 여자 주인공이 가난하고 평범한 캐릭터였다면 남자 주인공은 재벌에 준하는 '넘사벽' 캐릭터였다.

'파리의 연인'(2004), '시크릿가든'(2010~2011), '상속자들'(2013) 등이 그랬다. 신분의 차이 때문에 사랑에 망설이는 여자를 '확' 끌어당긴 건 남자들의 몫이었다. 박신양은 '애기야 가자~'라는 명대사로 안방을 흔들었고, 현빈은 '길라임 씨는 언제부터 그렇게 예뻤나'로, 이민호는 '나 너 좋아하냐' 등 오글거리는 대사로 여성 시청자들의 판타지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김 작가의 남자 캐릭터들은 모두 한 여자만을 향한 '직진' 사랑을 보여준다. 어려운 상황과 주변의 반대에도 무릎쓰고 '내 여자'만을 지켜준다.

송중기는 이 점에서 최고의 판타지를 표현한다. 위험한 일을 하면서도 내 여자만을 지키고 살리겠다는 의지, 납치된 연인을 온몸으로 내던져 구하는 모습에 반하지 않는 여자가 있을까. 여기에 육사 출신 엘리트라는 스펙도 갖췄으니. 현실에선 볼 수 없는 엄친아다.

'태양의 후예' 이전에 송중기는 남자보다는 소년에 가까웠다. '트리플'(2009), '성균관 스캔들'(2010), '뿌리 깊은 나무'(2011), KBS2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2012), 영화 '늑대소년'(2012) 등에서 그가 보여준 이미지는 거친 상남자와는 거리가 먼 어딘가 보듬어주고 싶은 미소년이었다. 보살핌을 받고 싶은 상대가 아니라 오히려 '쓰담쓰담' 해주고 싶은 남자였다.

제대 후 첫 복귀작인 '태양의 후예'에선 30대 남자 특유의 박력 있는 모습에 중점을 뒀다. 유 대위의 남성적인 모습, 중간중간 여유 있는 태도, 농익은 로맨스는 토를 달 수 없다. 김 작가 특유의 오글거리는 로맨스도 송중기가 하니 '설렘'으로 바뀌는 건 당연지사. 송중기는 김 작가의 판타지 로맨스에 최적화된 배우로 올라선 셈이다.

배우 송중기는 제대 후 복귀작 KBS2 '태양의 후예'를 통해 차세대 한류스타로 도약했다.ⓒKBS

헐거운 블록버스터에도 빛나는 판타지

높은 시청률에 국민적인 인기. '태양의 후예'가 방송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건 확실하다. 27개국에 수출을 이뤄내 꺼진 한류를 재점화시켰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인기와 작품성이 항상 비례하는 건 아니다. '태양의 후예'도 그렇다. 사실 드라마는 드라마고, 판타지 로맨스도 판타지 로맨스일 뿐이다. 현실적인 잣대를 들이대면 꼬집을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재난 휴먼 블록버스터를 표방하는 '태양의 후예'에도 말이 안 되는 설정이 많다. 판타지를 업은 송중기가 슈퍼맨으로 분해 어디서든, 모든 일을 처리하는 활약상을 보노라면 멋있기도 하지만 '헛웃음'이 나온다.

대위를 모시러 오는 헬기 설정은 황당할 따름이었다. 아무리 중대한 일이라고 할지라도 대위 한 명을 위해 서울 시내 한복판에 헬기를 띄운다니. 그래도 멋진 '유 대위님'이니까 그럴 수 있다는 웃지 못할 시청평이 이어졌다.

차와 함께 절벽에 매달린 모연을 구하는 장면에선 실소가 나왔다. "기다려요" 한 마디에 '슝'하고 나타나더니 차와 함께 바닷속으로 떨어진 송중기는 물에 빠진 모연을 심폐소생술을 통해 살린다. 이 과정에서 가슴 부위가 아닌 쇄골 쪽을 눌러 현실성을 떨어뜨렸다. 그런데 어쩌랴. 송중기가 하는 건 다 멋있다고 하니. 이마저도 눈을 감아줄 수 있다.

지뢰밭도 송중기에겐 위협적이지 않다. 그냥 막 간다. 그와 함께 지뢰밭을 간 모연은 소풍온 듯 마냥 웃기만 한다. 지뢰 따위 유 대위에겐 적수가 안 된다는 것.

최근에는 할리우드 스타 리암 니슨 저리 가라 하는 액션신을 선보였으니, 영화 '테이큰'에서 납치된 딸을 구하기 위해 액션을 펼친 리암 니슨에 송중기를 빗댄 누리꾼들은 "리암 니슨보다 송중기가 '짱'이다"고 놀라워했다.

총을 든 상대도 송중기는 앞에선 벌벌 긴다. 근데 이상하다. 날아오는 총알도 유독 송중기만 피해간다. 송중기가 총을 쏘자 모두 한 방에 나가떨어지니 할리우드 액션이다. 모연을 구하는 장면에선 총까지 맞았는데 상처도 없이 살아났다. 슈퍼맨이나 불사신이 분명하다.

그래도 시청자들은 즐겁다. 이 모든 상황이 '태양의 후예' 속에서 벌어지고, 주인공은 송중기니까. 송중기라면 다 용서할 수 있으니까.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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