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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섭? 마이 바꿨는데" vs "류성걸? 대구 아인교"


입력 2016.04.11 05:22 수정 2016.04.11 05:22        대구 = 데일리안 문대현 기자

<2016 총선 뜨거운 현장을 가다-대구 동갑>

뜨거웠던 공천 과정 속 시작된 '진박'vs'무소속' 대결

20대 총선 ‘카운트 다운’이 시작됐지만, 표심은 여전히 부유(浮遊)하고 있다. 선거판을 주도할 이슈의 부재,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 상승으로 부동층만 30%에 이르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역대 어느 선거보다 ‘격전지’가 늘어나고 있다. ‘뚜껑’을 열어보기 전엔 그 누구도 승패를 확신할 수 없다는 것. 이에 데일리안의 정치부 기자들이 20대 총선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 지역을 직접 찾아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 편집자 주 >

4.13 국회의원 총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31일 대구 동구 신암동 평화시장 맞은편 거리에서 동구갑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 정종섭 새누리당 후보, 류성걸 무소속 후보의 현수막이 걸어져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4.13 국회의원 총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31일 오후 대구 동구 신암동 평화시장 맞은편에서 대구 동구갑에 출마한 정종섭 새누리당 후보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4.13 국회의원 총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31일 오후 대구 동구 신암동 평화시장 맞은편에서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대구 동구갑 류성걸 후보가 지원 유세나온 유승민 무소속 후보와 함께 손을 잡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지난 3월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서 대구 동갑은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진박' 정종섭 후보와 '친유' 류성걸 후보는 수차례 희비가 엇갈렸다. 현역이라는 프리미엄을 안고도 류 후보는 정 후보에게 단수추천을 내주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고 이후 김무성 대표가 동갑을 무공천 지역으로 정했다가 다시 번복, 정 후보는 새누리당 후보로 나서게 됐다.

이들은 대구 경북고등학교 57회 동기생이다. 특히 2학년 때는 같은 반에서 함께 공부를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근에는 이들의 고등학교 졸업앨범 사진이 공개돼 화제가 됐다. 대구 '동갑'의 유권자들은 '동갑'내기 친구들의 자존심 걸린 한 판의 '포청천' 역할을 하게 된 셈이다.

류 후보는 '유승민 사단'으로 분류되며 당 공천 심사에서 경선을 치러보지도 못 하고 컷오프 된 반면 정 후보는 현 정부에서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경력을 바탕으로 단숨에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두 후보 모두 장단점이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3일 '데일리안' 현장을 방문해 접한 양 측은 저마다의 메시지로 지지를 호소했다. 류 후보측은 부당한 공천의 희생양이 되지 않게 해달라고 읍소 전략을 사용했으며 정 후보측은 박근혜 정권 말기에 힘이 돼 줄 후보를 뽑아달라고 당부했다.

류성걸 측 "소리 없는 바닥민심, 느낌 아니까"

이 지역의 여론조사는 계속 엎치락뒤치락하며 초박빙 양상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어느 후보 하나 마음을 놓을 수도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다. 양 측 모두 막판까지 반드시 전력 투구를 해야하는 이유다.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류 후보 측은 "여론이 많이 엇갈리지만 예전과는 느낌이 좀 다르다"며 "후보자의 얘기를 들어보면 바닥민심이 대단히 좋은 것이 느껴진다. 악수하면서 손을 잡아보면 본인이 제일 잘 알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동갑의 선거는 잘못된 공천에서부터 근본이 시작된다. 경선만 했더라면 우리가 무소속으로 나올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이건 옳고 그름의 문제"라고 규정했다.

이후 송라시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대부분 류 후보의 당선을 예측했다. 4년 간 지역 국회의원으로 있으면서 지역을 잘 알고 있는 류 후보에 대한 우호적인 감정과 박근혜 대통령을 등에 업고 나오는 정 후보에 대한 반감이 뒤섞여 있었다.

화장품을 팔던 65세 남성 남모 씨는 "지역 발전을 위해서 지역을 아는 사람이 당선돼야지. 지역을 잘 모르는 정종섭이가 오는 건 말이 안 되지"라며 "대구가 예전에는 무조건 1번이었지만 이제는 다를기다. 예전 같지 않데이"라고 말했다.

의류업 종사자 50대 남성 정모 씨도 "류성걸이가 이 상황에선 이깁니더. 유승민이 지원 받아서 당선될깁니더. 그리고 선거구가 조정되면서 동을 지역 일부가 동갑으로 넘어왔다아입니꺼"라며 "류성걸이한테 잘 됐지예. 대통령 이름 팔아서 해 먹을라카는 사람은 떨어트리삐야 합니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일장수 60대 여성 윤모 씨도 "이제는 당을 보고 뽑고 안 그캅니다. 마이 바뀠거든예. 류성걸이가 그동안 열심히 일도 했고예"라고 했고 60대 남성 배모 씨도 "박 대통령 팔아서 국회의원 될라하는 사람은 안 됩니더"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전히 '대구=새누리당'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떡집을 운영하는 50대 신모 씨는 "젊은 사람들은 공천 못 받은 류성걸이를 지지하는 경향도 있는데 노인들은 그래도 1번이지"라고 했고 지나가는 행인 60대 남성도 "류성걸이가 공천 못 받은 이유가 있겠지. 열심히 한 건 알지만 정부와 적대적이어선 안 된다. 대통령과 잘 지낼 수 있는 새 인물이 돼야 한다"고 했다.

4.13 국회의원 총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31일 오후 대구 동구 신암동 평화시장 맞은편에서 대구 동구갑에 출마한 정종섭 새누리당 후보가 시민들의 손을 잡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4.13 국회의원 총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31일 오후 대구 동구 신암동 평화시장 맞은편에서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대구 동구갑 류성걸 후보가 시민들의 손을 잡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수의불이심' 정종섭 측 "그동안 대구 선거 너무 긴장감 없었다"

정 후보 측은 지역밀착적인 부분에서는 류 후보에게 뒤지지만 현 정부 장관 출신의 힘 있는 여당 후보가 대구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동구가 대구의 관문임에도 불구하고 타 지역에 비해 발전이 더딘 것에 대해 기존 정치인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후보의 캠프에는 '수의불이심(의리를 지키고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전면부에 부착 돼 있었다. 교수, 장관 등 그 전에 가졌던 경험은 다 내려놓고 낮은 곳에서 개혁을 위해 움직이겠다는 정 후보의 의지가 담긴 것이었다.

그 곳에서 만난 관계자는 "이 곳은 치열하게 선거가 치러진 곳이 아니다. 그런 긴장감이 없다면 지역의 변화가 이뤄지겠나"라며 "이번 공천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대구를 알고 내린 극약처방"이라고 이번 공천 결과를 평가했다.

그는 "언론에서 '진박'이라고 대통령과 엮어주고 있는데 그것이 오히려 덕이 되고 있다. 힘 있는 여당 후보가 되는 것이 맞지 않나"라며 "현역 의원을 상대로 석 달여 만에 이 정도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은 대단한 것으로 본다. 더 열심히 바닥으로 기고 있으며 분위기가 많이 좋아지고 있다"고 자평했다.

이 날은 비가 오는 궂은 날씨였지만 정 후보는 우비를 입고 아내와 함께 기존 계획대로 유세를 진행했다. 아양아트센터 앞에서 만난 61세 여성 박모 씨는 "일을 할 수 있는 정종섭이가 돼야지. 류성걸이가 4년 동안 한 기 뭐가 있노"라고 말했고 함께 있던 50대 여성도 "류성걸이는 대통령이 일을 잘 몬하게 했잖아. 정종섭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의 유세 활동을 지켜보던 40대 후반의 남성 김모 씨도 "공천문제가 터져 새누리당에게는 불리하게 됐지만 그래도 1번이 될 것"이라며 "동구는 낙후돼 있는데 류성걸이가 한 게 없다. 현 정권 남은 임기 동안 류성걸이는 도움이 안 될 긴데 차라리 대통령과 친한 정종섭이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길을 가던 60대 여성 이모 씨도 "요는 대구 아입니꺼. 대통령 임기 잘 마치시라고 1번 지지해줘야지예. 공천을 하다 보면 떨어지는 사람도 있는데 그 때 마다 무소속으로 나오면 우얍니꺼"라며 "류성걸이는 그냥 국회의원 한 번 더 해먹을라하는 사람으로 보인다니까예"라고 비판했다.

70대 남성 김모 씨도 "류성걸이는 대구에서 국회의원 시키줐으믄 대통령 잘 도와야 할긴데 방해나 하고 있고, 개구리가 올챙이적 생각 모하는 거 아입니꺼. 한 게 뭐 있습니꺼"라고 지적했다.

4.13 국회의원 총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31일 오후 대구 동구 신암동 평화시장 맞은편에서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대구 동구갑 류성걸 후보가 거리 유세를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류 후보의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한편 이 지역에는 황순규 민중연합당 후보와 성용모 한국국민당 후보가 각각 기호5번과 6번을 달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황 후보는 0-14세 무상 의료,친환경 의무급식,해고방지법 제정 등 이른바 흙수저를 위한 공약으로 서민층을 집중 공략하고 있으며 성 후보는 국회의원 특권폐지,기초의원 폐지 등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정 후보와 류 후보가 오차 범위 안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팽팽하게 흘러가는 경북고 57회 동기생의 '동갑혈투'는 남은 기간 무당층을 어떤 방법으로 사로잡느냐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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