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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키즈냐 문재인 키즈냐 장성만 아들이냐


입력 2016.04.11 05:20 수정 2016.04.11 05:22        부산 = 데일리안 고수정 기자

<2016 총선 뜨거운 현장을 가다-부산 사상>

"당이 중요한게 아냐" "경험이 없잖아" "한게 뭐 있어"

20대 총선 ‘카운트 다운’이 시작됐지만, 표심은 여전히 부유(浮遊)하고 있다. 선거판을 주도할 이슈의 부재,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 상승으로 부동층만 30%에 이르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역대 어느 선거보다 ‘격전지’가 늘어나고 있다. ‘뚜껑’을 열어보기 전엔 그 누구도 승패를 확신할 수 없다는 것. 이에 데일리안의 정치부 기자들이 20대 총선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 지역을 직접 찾아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 편집자 주 >


“부산에 새누리당 깃발만 꽂으면 다 되는 줄 아는 데, 이제 당 보고 찍는 시대는 지났심더. 인물이 중요하지 않겠어예.”

‘낙동강 벨트의 젖줄’ 부산 사상구가 요동하고 있다. 현역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불출마 선언으로 ‘새 주인’이 되기 위한 격전이 매섭다. 새누리당 손수조 후보, 더민주 배재정 후보, 무소속 장제원 후보 세 사람이 벌이는 ‘사상 대첩’에는 눈물과 고소·고발이 난무한다. 박근혜 대통령과 문 전 대표의 대리전으로도 불리며 부산의 최대 관심지로 꼽힌다.

이 때문일까. 사상의 민심이 봄기운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부산이 새누리당의 대표적인 텃밭으로 분류되는 것에 대한 반감도 피어오르고 있다. 정당보다는 인물을 보고 투표권을 행사하겠다는 ‘냉철한’ 분위기다. 반면 봄비가 내린 지난 6일 세 후보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20대 국회의원 선거 부산 사상구 지역에 출마한 손수조 새누리당 후보가 3일 부산 사상구 괘법동 이마트 앞에서 시민들의 손을 잡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최경환 대구·경북 선대위원장이 3일 부산 사상구 괘법동 이마트 앞에서 20대 국회의원 선거 부산 사상구 지역에 출마한 손수조 후보를 들어 올려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박근혜 키즈’ 손수조 “서민의 딸이 이기는 세상 만들 것”

오후 3시 사상구 삼락동에 위치한 택시회사. 빨간색 점퍼에 검정 바지, 운동화를 신은 손 후보가 “안녕하십니꺼”라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나타났다. 한창 업무 시간이라 기사들이 별로 없었지만, 그는 회사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인사하고 악수를 나눴다.

택시회사 관계자는 “요즘 어떻냐”고 물어오는 손 후보에게 “평일에는 사람이 너무 없고, 특히 선거철이다 보니 손님을 태울 일이 별로 없다. 우리도 먹고 살아야 한다 아입니꺼”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손 후보는 “오히려 더 어려붑네요. 민폐다. 민폐 아이 참”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날도 손 후보의 ‘유세 시계’는 바쁘게 돌아갔다. 덕포·삼락동 곳곳을 돌며 민심을 듣고, 희노애락을 함께했다. 18시 덕포역 근처에서 진행된 거리유세에서는 ‘잃어버린 4년’을 되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 후보는 지난 19대 총선에서 문 전 대표에 밀려 낙선했다. 이후 4년간 사상구 당원협의회 위원장과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에서 활동한 대표적인 ‘박근혜 키즈’다.

손 후보는 “4년 전 문 전 대표에게 아쉽게 석패하고 지난 4년을 사상을 위해 어떻게 일을 할까 고민하면서 지냈다. 우리 사상 낙후됐고 버려졌다는 생각에 많이 속상했다”며 “저 사상의 딸 손수조, 우리 사상을 위해 일 해보려고 열심히 노력했다. 이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하다는 아줌마가 됐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됐다. 엄마의 따뜻한 마음으로, 또 아줌마의 강한 정신으로 사상을 위해 일하겠다. 한 번 일시켜달라”고 읍소했다.

그는 “양반집 도련님보다 트럭 운전수의 딸이 이기는 세상, 서민의 딸이 이기는 세상 그런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 힘을 모아 달라. 혼자 싸워서 이기기가 너무 힘들다. 도와 달라”고 외치며 울먹였다.

30여 명의 주민들은 손 후보의 이름을 외치거나 박수치며 지켜봤다. 덕포에 거주하는 30대 남성은 “정치는 잘 모르지만 부산은 새누리당 아입니까. 손수조 찍어야지”라고 말했다. 유세차 인근에서 과일 과게를 운영하는 김모(여·63) 씨도 “지난번에도 나와서 아깝게 떨어져부렀는데, 이번엔 돼야하지 않겠습니까. 한 번만 더 밀어줘 볼라고요”라고 손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손 후보의 유세를 냉담하게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오모(남·37) 씨는 “당이 중요한 게 아니고 사람이 중요하다. 난 사람보고 뽑는다”고 강조했다. 길을 지나던 박모(여·57) 씨도 “부산에 새누리당 깃발만 꽂으면 다 되는 줄 아는 데, 이제 당 보고 찍는 시대는 지났심더. 인물이 중요하지 않겠어예”라고 했다. 일부 주민은 손 후보 선거운동원이 주는 명함을 거부하거나 “이런거 뭐하러 주노”라며 화를 낸 후 버리기도 했다.

손 후보가 ‘젊다’는 이유만으로 믿음을 주기 어렵다는 주민들도 있었다. 덕상초 옆 공원에서 만난 80대 노인은 “솔직한 말로 손수조는 나이도 어리고 약하고, 사회 경험도 부족하지 않느냐. 그 사람이 과연 지역구를 위해 일을 얼만치 할 수 있는가 그게 의심스럽다”고 했다. 덕포시장에서 만난 이모(남·70) 씨도 “손수조는 아직 정치인이 될 수 없어. 정치에 대해 잘 모르자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손 후보 측 관계자는 “노인, 학부모, 아이들의 안전과 교육, 복지 등에 대한 공약을 강조하고 사상의 숙원 사업과 관련해 계속적으로 강조할 계획”이라며 “유세 나가면 ‘꼭 돼야 하지 않겠느냐’ 손 잡아주시고 ‘진짜 힘든 거 알고 서민정치 할 수 있는 사람이 꼭 돼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해주신다. 진심으로 주민들을 만나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20대 국회의원 선거 부산 사상구 지역에 출마한 배재정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일 부산 사상구 사상역 거리에서 시민들의 손을 잡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20대 국회의원 선거 부산 사상구 지역에 출마한 배재정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일 부산 사상구 사상역 거리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문재인 키즈’ 배재정 “바닥 민심 끌어 올리겠다”

배 후보는 같은 날 학부모와 아이들을 만나는 데 집중했다. 파란색 재킷과 검정 바지, 운동화를 신고 13시 50분께 덕상초에 들어선 배 후보는 투표권이 있는 학부모는 물론, 아이들에게까지 ‘친구’처럼 다가갔다.

“안녕하십니까. 국회의원 배재정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배 후보는 쉬지 않고 유세를 해온 탓인지 목 상태가 좋지 않았다. 학부모들은 “목 빨리 풀어야겠네”라며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배 후보와 선거운동원들은 ‘덕상초 강당 신축예산 확보’를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의 관심사는 여론조사였다. 부산일보가 6일 보도한 ‘사상 당선가능성’에 따르면 배 후보는 10.1%로 장 후보(40.1%), 손 후보(18.6%)의 뒤를 이었다. (4월 2일 사상 거주자 만 19세 이상 성인 709명 대상 유선전화면접 100%.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7%p, 응답률은 20.9%.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이러한 분위기 탓에 한 여자아이는 배 후보에게 “여기는 무소속이 이기나요?”라고 묻기도 했지만, 배 후보는 웃으며 “많이 도와줘”라고 답했다.

그는 ‘문재인 키즈’다. 현역 비례대표 의원으로, 문 전 대표에 이어 사상을 수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배 후보 측 관계자는 “바닥 민심부터 인지도를 계속 끌어올리고 있고, 호응도 좋다. 5일 문 전 대표 유세 왔을 때 600명 정도가 환호했다. 그날을 기점으로 (지지율이) 많이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지역 분위기를 전했다.

앞서 문 전 대표는 “제가 당 대표 하느라고 지역구 잘 못 챙길 때 저 대신 사상을 챙겨준 게 배재정이다. 배재정을 당선시켜 주면 부산 정치를 바꾸고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고 정권교체까지 이룰 수 있다. 다시는 정권을 빼앗기지 않겠다. 제가 배재정과 함께 책임지고 사상을 발전시키겠다”고 지지를 호소한 바 있다.

장 후보의 ‘독주’ 상황에서 실제 배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덕상초의 한 학부모는 “배 후보에게 투표할 생각이다. 여기 초등학교 강당 지어줬자나”라고 설명했다. 덕포시장에서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는 60대 여성은 “어디 지지하는지 말하기 조심스럽지”라면서도 “여긴 호남 사람이 많다. 나도 호남 사람”이라고 귀띔했다.

덕상초 인근 공원에서 만난 70대 노인은 “내는 골수 야당이다. 배재정이는 기자생활 18년 했다고 하더라. 부산에 조경태 떠나부렀으니 야당이라고는 비례대표여도 배재정 하나 국회의원이 있었다고. 문재인이가 (19대 총선) 나왔을 때 지지해 준 그게 한 30% 넘었거든? 약자 대변하는 사람 찍어줄끼다”라고 말했다.

다만 손 후보와 마찬가지로 정치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덕포동 한 아파트 앞에서 만난 이모(남·61) 씨는 “경험이 없자나. 뭘 안다고 나와 가지고 솔직한 말로 우리 60 넘은 사람들인데. 아무래도 경험이 있는 사람이 낫지 말을 해도 성숙하게 답을 할 수가 있자나. 그런 사람이 필요해. 못미더워 경험이 없어서”라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20대 국회의원 선거 부산 사상구 지역에 출마한 장제원 무소속 후보가 2일 부산 사상구 괘법동 괘법한신아파트 인근거리에서 시민들의 손을 잡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20대 국회의원 선거 부산 사상구 지역에 출마한 장제원 무소속 후보가 2일 부산 사상구 괘법동 괘법한신아파트 인근거리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2세 정치인’ 장제원 “오직 사상 구민만 바라보겠다”

같은 날 오후 5시.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한 덕포동 신익아파트 앞 거리에는 장 후보의 지지자 100여 명이 운집했다. 이들은 바닥이 젖었는데도 삼삼오오 모여 앉거나, 우비를 여러 개 사 들고 와 나눠 입고 장 후보를 기다렸다. 장 후보가 등장하자 약속한 듯 “장제원! 장제원! 장제원!” 구호를 외쳤다.

장 후보는 차량 유세에서 “대세가 기울었다. 민심이 움직이고 있다. 당선돼 사상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며 “온갖 악성 유언비어에 고소에 고발에 장제원을 흔들어대고 있다. 진실은 사상구민이 더 잘 알 것이다. 여러분이 함께하고 있는데 제가 무엇이 두렵겠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이 몸 부서지도록 다가가겠다. 오직 사상구민만 바라 보겠다”고도 했다. 장 후보가 목소리를 높일 때마다 지지자들은 그의 이름을 떠나갈 듯이 외쳤다. “와이리 잘하노”라고 말하며 아들뻘인 그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노인들도 있었다.

장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유세에서도 이날자 부산일보 꺼내들며 “여당 지지자 47%가 장제원을 손들었다. 장제원이가 새누리당의 진짜 아닙니까 여러분!”이라고 했다. 그는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후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당선 후 복당할 계획이다. 그의 선거 사무소에도 ‘복당 D-8’이 붙어 있을 정도로 의지가 강하다.

장 후보는 이 지역에서 18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고(故)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의 아들이다. 장 전 부의장은 북구에서 11·12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이 때문에 사상 주민들은 그의 강점을 ‘정치 경험’과 ‘2세 정치인’으로 꼽았다.

사상역 앞에서 만난 60대 남성은 “5번 찍을거야. 새누리당 공천에 대한 반발이지. 그리고 장제원이가 18대 때 일을 많이 했어. 다른 사람은 생각도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덕포시장 인근에서 만난 노인 3명도 장 후보를 지지했다. 그들은 “우리 셋 다 장제원을 지지한다. 지그 아버지가 장성만이 국회부의장까지 했던 사람 아이가. 동서대학교도 그쪽 집안이 하고 있다. 아버지가 국회의원을 했기 때문에 아들을 믿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덕포시장에서 어묵가게를 운영하는 박모(여·63) 씨는 과거 민주당 지지자들이 장 후보 쪽으로 표심을 옮기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5번이 우리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야. 일을 잘한다. 난 경상도 사람이지만 예전에 문재인 찍었거든? 이번엔 민주당(현 더민주) 지지층이 5번을 많이 찍을 것”이라며 “당이 중요한 게 아니고 사람이 중요한 거야. 딴 게 뭐가 필요해. 미래를 잘 해줄 수 있는 사람을 뽑는 게 맞는 거지”라고 강조했다.

장 후보에 대한 비판 여론도 있다. 엄궁농산물도매시장에서 만난 50대 남성은 “장제원이는 예전에 국회의원 할 때 딱히 발전시켜 놓은 거 없어. 정말 기억나는 업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덕상초 옆 공원에서 만난 노인도 “특별히 한 건 없다”고 일축했다.

장 후보 측 관계자는 “무소속은 외롭다. 그래서 후보자도 고군분투하고 있고 발로 뛰고 있다”며 “지역 주민 속에 파고드는 정치, 주민과 함께하는 서민정치를 한다고 하니까 거기에 많은 호응을 보여준다. 장 후보가 ‘좋은 정치인’이라는 걸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장 후보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되자, 그의 지지자들은 낯선 사람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현장 분위기를 메모하는 기자를 향해 “누구고?” “어데서 왔어요?”라고 재차 물었고, 기자임을 밝히자 “선관위인줄 알았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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