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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18대에 이어 이번에도 '오리알 유세단'?


입력 2016.04.12 05:04 수정 2016.04.14 17:38        문대현 기자

더민주 '더컸유세단' 전국 누비는 가운데 새누리당은 '개인플레이'

4.13 총선 막바지 선거운동이 치열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일부 여야의 공천 탈락 인사들이 자당 총선 승리를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하고 있다. 야당에는 '더컸유세단'이 전국을 순회하고 있고 여당에선 개개인 별로 지역을 돌고 있다.

매 총선 때마다 공천 잡음이 터져 나오곤 하지만 이번 총선을 앞둔 공천에선 여야 모두 잡음의 강도가 셌다. 여당에선 친박과 비박 간 계파 갈등으로 인해 다수의 의원들이 희생양이 됐고 결과에 불복한 몇몇 후보들은 당을 뛰쳐 나와 무소속 출마를 감행했다.

야당도 다르지 않았다. 여당에서 당대표가 직인찍기를 거부하는 이른바 '옥새 파동'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져 부각됨은 덜 했지만 야당은 쇄신을 앞세워 현역을 대거 물갈이 하며 '표적 공천'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써야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의원은 당적을 옮기면서까지 출마를 하는 강수를 뒀다.

그러나 여야가 공천 파동의 여진을 겪는 와중에서도 일부 공천 탈락자들은 자당의 승리를 위해 다양한 모습으로 기여하고 있다. 여기에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19대 국회의원들을 포함해 과거 국회를 경험했던 전직 의원, 20대에서 초선 의원을 꿈꿨던 정치 신인 등 다양한 인물들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총선 공천에서 컷오프 되거나 경선에서 탈락한 정청래, 김광진, 장하나 의원 등과 김빈 청년비례후보 등이 지난달 2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더컸 유세단' 출범 기자회견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더컸 유세단은 '더크게 될 사람들'이라는 긍정적 의미로 총선기간동안 전국단위로 활동하며 더민주당의 총선승리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청래 주도한 '더컸유세단' 전국 돌며 지원유세

지난달 28일, 불과 며칠 전만 해도 20대 국회 입성이 좌절돼 울상을 짓던 이들이 '더컸유세단'이라는 이름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현역 컷오프의 벽을 넘지 못한 정청래 의원이 주도한 이 모임에는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 경선에서 떨어진 김광진·장하나 의원과 이동학 전 혁신위원, 청년비례 공천에서 경선 기회조차 얻지 못한 김빈 후보, 비례 당선권과는 먼 33번을 받은 남영희 언론홍보특위 부위원장까지 총 7명이 참여했다.

유세단 이름은 당초 컷오프됐다는 뜻의 '더컷'이었으나 '크다'라는 긍정적 의미를 붙여 '더컸'으로 정리됐다. 정 의원은 출범 기자회견에서 "공천에서 탈락하고 무소속 탈당이 줄을 잇는 그동안의 정치 관행을 끝내려 한다"며 "집 주인이 집을 나가는 좋지않은 정치 관행을 저희 더컸유세단이 한단계 승격, 승화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후 영호남, 충청, 강원, 수도권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공천을 받은 다른 후보들의 지원 유세에 나서고 있을 뿐더러 자신과 경쟁해서 자신을 떨어뜨리고 공천을 받은 자신의 지역구 후보 개소식에도 등장하며 힘을 보탰다.

지난 7일 오후 '데일리안'이 직접 본 더컸유세단은 힘찬 에너지와 밝은 기운이 넘쳤다. 혜화역 인근에서 정세균 후보(서울 종로) 지원유세를 하기 위해 모인 더컸유세단은 마치 자신의 선거운동을 펼치듯 열과 성을 다했다. 정 의원은 운집한 지지자들 앞에서 자신들을 가리켜 컷오프 된 인물이라고 '셀프 디스'하며 웃음을 유도했고 '정세균'을 외치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특히 이 날은 남양주갑에서 3선을 하다 이번에 불출마 선언을 한 최재성 의원도 참석해 정 후보를 위해 힘찬 연설을 진행했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더컸유세단이지만 이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자신의 생사와 별개로 선거를 즐기고 당의 승리를 위해 화합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20대 국회의원선거 종로구에 출마한 오세훈 새누리당 후보가 지난 10일 오후 종로구 혜화역에서 열린 거리유세에서 박진 전 의원,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장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신의진·조윤선·박진 등 선거유세 동참. 강석훈은 경제정책본부장으로 '선당후사'

새누리당의 경우 야당처럼 조직은 없지만 낙천한 몇몇 후보들이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다른 후보를 돕고 있다. 서울 양천갑 결선투표에서 이기재 후보에게 패해 재선이 좌절된 신의진 대변인(비례대표)은 경선 패배를 인정했고 김무성 대표를 따라 충청, 서울, 경기 등 지역 유세를 이어가고 있다.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서울 서초을에서 이혜훈 전 의원과 치열한 경선을 치렀으나 패했다. 당은 아까운 인재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조 전 수석에게 서울 용산 출마를 권유했으나 그는 "서초주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고사했다. 이후 두문불출하던 조 전 수석은 충청, 대구, 수도권 등지를 돌며 후보 지원 유세를 펼치고 있다. 특히 무소속 열풍이 거센 대구에는 지난 8일과 10일 두 차례나 투입돼 표심을 호소했다.

서울 종로에서 오세훈 후보에게 밀려 떨어진 박진 전 의원과 정인봉 전 의원 역시 오 후보의 승리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 오 후보가 초반 여유있게 앞서 나갔지만 최근 정세균 더민주 후보가 무서운 기세로 따라오자 지원사격에 나선 것. 특히 박진 후보는 접전 지역으로 꼽히는 마포갑의 안대희 후보 지원 유세에도 나섰으며 여기에는 서울 중성동을에서 지상욱 후보에게 밀린 김행 후보도 함께 했다.

새누리당 강세 지역인 '강남벨트'에서 친박계 '경제통' 강석훈 의원도 박성중 전 서초구청장을 상대로 한 대결에서 낙천에 아픔을 맛 봤다. 비박계를 대상으로 한 컷오프에서 역풍을 맞은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강 의원은 탈락의 아픔을 느낄 새도 없이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서 경제정책본부장에 임명됐다.

강 의원은 강봉균 선대위원장과 김종석 공약본부장, 조원동 경제정책본부장과 함께 경제 공약을 수립하는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전날(11일)에는 텃밭 사수를 위해 대구를 방문, 경제 관련 중앙당 선거대책회의 및 공약이행 서약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정계 입문 전 성신여대에서 교수를 지냈던 강 의원은 19대 임기가 끝나면 다시 강단으로 돌아갈 계획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19 유세단', '화려한 부활' 18대 때도 존재했던 오리알 유세단

공천 결과에 불복해 자신과 맞선 후보를 인정하지 않거나 무소속 출마가 빈번한 정치권에서 여야의 이런 모습은 이색적이지만 알고 보면 이런 움직임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8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은 5선 중진의 김덕룡, 박희태 의원과 3선의 맹형규 의원 등 스타급 낙천자들이 접전지에 불을 끄겠다며 '119 유세단'을 만들었다.

민주당도 공천 탈락한 김민석 당시 최고위원과 장상 전 총리, 유종필 대변인 등의 인물들이 '화려한 부활'이라는 유세단을 만들었다. '오리알 유세단'으로 불리기도 한 이 조직들은 선거가 낯선 정치 신인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고 지역민들에게 자신의 이름값을 내세워 표심을 호소하는 등 선거의 감초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여야 모두 낙천자로 구성된 유세단이 존재했던 18대 총선과는 달리 20대 총선에선 각 당별 다른 모습으로 낙천자들이 선거운동에 임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얼만큼의 효과를 발휘했을지는 오는 13일 총선 결과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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