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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로 시작해 TK로 끝난 새누리 총선판


입력 2016.04.13 07:42 수정 2016.04.13 07:42        장수연 기자

막장공천 → 옥새파동 → 백색돌풍 → 큰절읍소 중심엔 TK

전문가, 친박계·김부겸엔 긍정 전망...무소속연대는 글쎄

지난 31일 오후 대구시 동구 불로전통시장에서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대구 동구을 유승민 후보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대구 경북지역 총선 출마 후보들이 지난 30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새누리당 대구시당에서 열린 선거대책위 회의에서 손을 잡고 들어올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지금 온 나라가 대구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대구가 변하면 대한민국이 변합니다"(11일 유승민 대구 동구을 후보)

새누리당의 20대 총선 선거판은 시작도 끝도 TK(대구·경북)였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주연의 '막장공천'으로 촉발된 TK 총선 판세는 끝까지 화제거리다. 친박계가 미는 후보의 공천장에 직인을 찍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부산으로 향한 김무성 대표의 '옥새파동'과 유승민 후보를 주축으로 한 무소속 후보들의 '백색바람', 친박 실세 최경환 후보를 필두로 한 '큰절읍소' 등 TK 지역에서 비롯된 굵직한 이슈들을 돌아봤다.

발단은 이한구 공관위원장의 '칼춤 공천'이었다. '상향식 공천'을 주장해온 김무성 대표와 '현역 물갈이'를 내세운 이한구 공관위원장의 팽팽한 긴장감 속에 공천이 시작됐지만 결과는 친박계 주도 하의 비박계 공천학살이었다. '막말 파문'을 일으킨 윤상현 의원이 공천에서 배제된 후, 공관위는 친유승민계와 비박계를 대거 잘라내는 공천 학살을 단행했다. "정체성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던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은 결국 '무공천' 지역으로 남게 됐다. 공천 과정에서 계파 간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었다.

공천 학살은 김무성 대표의 '옥새파동'으로 이어졌다. 이번에도 그 중심에는 TK 후보들, 특히 '진박'을 자처하는 후보들이 있었다. 당은 공천 보류 지역구 중 대구 동구갑(정종섭), 달성군(추경호), 수성을(이인선)의 공천을 확정한 반면 서울 은평을(유재길), 송파을(유영하), 대구 동구을(이재만)에는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 김 대표의 무공천 옥새투쟁으로 최고조에 달했던 친박계와 비박계간 공천갈등이 3대3 절충안으로 마무리됐지만 당시 당 안팎에선 계파간 나눠먹기식 공천이라는 비난여론이 거셌다.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대구 동구을 유승민(가운데) 후보, 대구 북구갑 권은희 후보, 대구 동구갑 류성걸 후보가 지난 31일 오전 대구 동구 공항교 인근에서 열린 공동 출정식을 마친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하지만 이 역시도 '대구발 백색돌풍'의 전조였다. 새누리당의 공천 과정에서 배제돼 탈당과 함께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들의 생환 여부는 이번 선거에서 지켜볼 대목이다.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여겨졌던 비박계 무소속 연대가 대구에서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유승민 의원은 당 공관위가 당적 변경 마감일까지 공천 여부를 결정하지 않자 결국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택했다. 같은 당 권은희(북구갑)·류성걸(동구갑) 의원도 당 공천과정에서 경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공천에서 배제되자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수성을의 주호영 의원도 공관위가 별다른 설명 없이 자신의 지역구를 여성우선 추천 선거구로 결정하자 이에 반발, 무소속 후보로 출마했다.

여기에다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들에게 대통령의 사진을 반납하라는 대구시당의 요구가 더해져, 공천파동으로 이반된 TK 민심이 더욱 돌아서는 계기가 됐다. 이에 힘입어 '백색 바람'은 더욱 강하게 불었다. 무소속연대의 '핵' 유 의원은 류성걸 권은희 의원과 연대하며 대구 내에서 영향권 확대를 꾀하고 있다. 현재 유 의원은 큰 이변이 일어나지 않으면 동구을에서 당선이 확실시되는 상태다. 류 후보는 동구갑에서 '진박'인 정종섭 새누리당 후보와, 권 후보는 북구갑에서 정태옥 새누리당 후보와 경쟁을 펼치고 있다.

새누리당 후보들은 무소속의 선전을 잠재우기 위해 '석고대죄' 퍼포먼스도 꺼내들었다. 최근 지역 민심이 심상치않게 흔들리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6일 최경환 대구경북선대본부장을 비롯해 대구지역 국회의원 후보 11명은 달서구 두류공원에서 시민들에게 큰절을 올리며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자신들을 선택해 달라고 읍소했다. 이들은 머리가 땅바닥에 닿을 정도로 고개를 숙였다. 이렇듯 여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TK에서 후보들은 돌아선 지지층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공동선대위원장 등 당 지도부도 연일 대구를 찾아 지지를 호소하며 ‘진박 구하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서 의원은 11일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통령에게 10대 기업 대구 유치를 건의해 청와대로부터 '여러모로 검토해 보겠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중앙정부도 대기업이 대구를 찾을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규제를 풀고 여건을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유 의원이 "선거를 이틀 앞두고 대구에 와서 대기업을 유치하겠다 하는데 이 말을 믿냐"고 즉각 맞받는 등 날선 신경전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지난 31일 오후 대구 수성구 신매시장 근처에서 대구 수성갑에 출마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한 시민과 포옹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여당의 텃밭 TK에서 부는 돌풍이 현실화되어 지역구도의 균열로 이어질지도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제1야당의 간판을 달고 수성구갑에 세 번째 도전하는 김부겸 후보의 당선 여부는 태풍의 눈이다. 2012년 총선에서 김부겸 후보는 40.4%를 득표하며 파란을 일으켰고, 2014년 대구시장 선거에서는 40.3%를 얻어 패했지만 자신의 지역구(수성갑)에서는 50.1%를 얻어 승리했다. 김 후보는 지난 6일까지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문수 새누리당 후보를 비교적 큰 격차로 앞섰다.

전문가들은 새누리당의 20대 총선 선거판에 대해 "TK 지역에서 친박 후보들은 대부분 살아남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부겸 후보와 관련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유승민 의원을 주축으로 한 무소속연대는 "유 의원 개인의 당선으로 끝나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친박공천 프로젝트 절반의 성공"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나 친박계는 '친박공천 프로젝트'를 추진해 100% 성공할 것이라 기대했고 나머지 지역에서도 친박 후보들을 당선시키려 했으나, 공천과정에서 반발심만 유발해 절반의 성공에 그치게 됐고 그로 말미암아 180석의 목표도 날아갔다"면서도 "그렇다고 TK 지역에서 친박 후보들이 아웃될 것 같진 않다. 대부분은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김부겸 후보나 유승민 후보는 될 지 모르겠으나 다른 무소속 후보들은 되기 힘들다고 본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무소속이 당선되기 위해서는 중심이 있어야 하는데 그 중심은 짧은 시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또 보수층들은 정당투표를 하는 경우가 많다. 후보자를 보고 찍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 선호하는 정당의 후보자를 찍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무소속 후보들이 자리를 잡기가 굉장히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구 지역에서 진박 후보들은 대부분 다 당선될 거다. 읍소를 하지 않아도 습관적으로 표는 그 쪽으로 가게 돼 있다"고 예측했다.

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은 "보수층이 마지막에 결집을 하느냐 안 하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구가 지금까지는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후보를 지지하는 것과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이 분리돼 있었다"며 "그러나 마지막에 서청원 의원 등이 내려가면서 실질적으로 '새누리당 후보를 찍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을 돕는 것이다'를 강조하며 막혀있던 소통의 구조를 채워나갔기 때문에 대구도 박근혜 대통령이 식물정부로 마무리되는 것을 원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정정도 결집 효과는 있겠지만 발동이 늦게 걸리다보니 골든크로스가 언제가 될 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부겸 후보의 당선 가능성에 대해선 "여권의 심장부에 야권 대선주자가 커 나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고, 혼자가 아니라 홍의락 후보와 같이 당선될 경우 세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소장은 "사실 내부의 갈등 때문에 그런 의미들을 여권이나 대구 보수진영이 중요하게 여기지 못했다"며 "물론 열어봐야 알겠지만 지금 까지의 상황으로 김 후보는 그런 여권의 민심 분열 상황에서 그동안 우직하게 해왔던 것이 먹혀서 굉장히 좋은 국면을 맞은 것"이라고 짚었다.

장수연 기자 (telli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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