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주자들 대거 귀환, 더민주는 이제 '춘추전국시대'
전북 맹주 정세균, 금의환향 이해찬, 사지서 돌아온 김부겸, 107석 달성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내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했다. 20대 총선에서 더민주가 당초 예상을 뒤엎고 선전한 가운데, 이번 선거를 이끈 김종인 대표를 비롯해 금의환향한 '거물' 정세균·이해찬·김부겸 의원 간 당권을 둘러싼 대전(大戰)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당내 역학 구도 역시 대규모 변동이 불가피하게 됐다.
정세균 의원은 정치 1번지 종로에서 '스타 오세훈'을 10%p 이상의 차이로 누르고 6선 고지를 점령했다. 지난 2012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뒤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정치생명을 걸었던 정 의원은 명실공히 전북의 맹주, 호남 적자라는 상징적 인물로 입지를 굳혔다. 특히 총선 이후 전당대회를 앞둔 만큼, 강력한 당권주자로 부상한 정 의원이 어떤 방식으로 설욕전을 펼칠지 당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정 의원은 지난해 2.8 전당대회 당시 당대표 후보직을 자진 사퇴한 데 이어, 문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릴 때마다 "대표 사퇴는 능사가 아니다"라며 문 대표에 힘을 실어 준 바 있다. 하지만 김종인 지도부 출범 이후 공천과정에서 정세균계 인사들이 대거로 컷오프를 당하면서 눈물을 삼켜야 했다. 실제 광주지역 탈당 바람 속에도 당을 지켰던 강기정 의원을 비롯해 전병헌 이미경 오영식 의원이 공천에서 배제됐으며, 정 의원의 직전 지역구인 전북 진안군무주군장수군임실군에서 박민수 의원도 본선 진출에 실패하면서 정세균계가 반토막 난 바 있다.
금의환향한 '친노 좌장'의 행보도 주목된다. 이해찬 의원은 앞서 공천에서 배제되자 총선을 한달여 앞두고 탈당을 결행, 무소속으로 출마해 세종시에서 7선에 성공하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초반 열세를 보였던 것과는 달리, 개표 결과 박종준 새누리당 후보를 제치고 결승선을 끊은 것이다. 특히 이 의원은 탈당을 선언하면서 "우리당과 민주주의를 위해, 또 앞으로 정치에 몸담을 후배들을 생각해서라도 잘못된 결정은 용납할 수 없다. 제 영혼같은 더불어민주당을 '잠시' 떠나려한다"며 복귀를 시사해 눈길을 끌었다.
앞서 두 사람은 1988년 13대 총선에서 맞붙은 '악연'이 있다. 당시 이 의원과 김 대표는 각각 평화민주당, 민주정의당 후보로 서울 관악을에 출마한 결과, 이 의원이 5000여 표 차이로 승리하면서 김 대표의 3선 도전은 무산됐다. 이에 컷오프 조치 직후 언론에선 두 사람의 '악연'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실제 이 의원은 지난달 4차 컷오프 명단이 발표되자 "정치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라며 김 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했고, 당내 친노계 인사들도 "김종인 대표가 '친노 죽이기'란 명분에 치우쳐 대안도 없이 컷오프했다"고 비난했다.
사지(死地)에서 생환한 김부겸 의원의 파괴력은 막강하다. 전직 경기도지사이자 대권후보로 거론되던 김문수 새누리당 후보를 상대로 싸워 여권의 심장부에 '파란 깃발'을 꽂은 것이다. 당장 김 의원 본인의 대권가도는 물론, 영남의 지지를 받는 야권 대선후보의 탄생으로서 역사적 의미도 부여된다. 따라서 크게는 '문재인 안철수 김부겸 박원순'으로 야권 대선 구도를 굳히게 됐고, 작게는 제1야당 당권주자로서의 입지를 완전히 굳혔다.
아울러 당초 목표였던 107석을 훌쩍 넘긴 김종인 대표는 비례대표 의원으로 원내에 진입, 본격적으로 당권 거머쥐기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전대를 통해 당내 세력을 모은 뒤, 2017년 대선을 지휘하는 시나리오를 꾀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특히 당내 세력화를 위해 친문(친 문재인)세력을 제외한 인사들과 손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총선 과정에서 문재인 전 대표와의 미묘한 관계가 분명히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 비례대표 후보 공천 과정에서 '중앙위원회'로 대표되는 친문계가 김 대표의 당초 결정을 뒤집은 바 있다. 선거 이후에도 중앙위와 김 대표 측 세력이 언제든 재충돌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또한 김종인 지도부에 의해 컷오프 된 '더컸 유세단' 측이 최근 "더민주 107석 목표로 한 것은 패배를 자인하는 꼴이다. 새누리 과반 저지를 목표로 했어야 한다"며 김 대표가 제시한 마지노선 자체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런 만큼 김종인 체제의 최대 변수는 친문계와의 관계 설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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