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보육대란 코앞...정치권 누리예산 공방은 '장기전'
'여소야대' 정국 재연되면서 누리과정 예산 문제 쟁점으로 부각될 듯
일부 광역시·도의 누리과정 예산 부족 사태가 또다시 현실화되면서 2차 보육대란이 예고되고 있지만, 예산 책임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은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그간 여야는 누리과정 예산 책임의 소재를 두고 입장차를 드러내왔고, 정부와 일부 시·도교육청은 예산 지원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면서 한 치의 물러섬 없이 각자의 입장을 고수해왔다. 누리과정 예산 전액 국비 지원을 주장하는 쪽과 시도교육청 편성 책임을 주장하는 쪽이 팽팽히 맞서면서 결국 지난 1월 일부 지역에서는 보육교사들이 제때 임금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올해 초 불거진 보육대란에서 경기와 광주 등 일부 지자체는 결국 도 예산으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일부를 집행, 이른바 '땜질 처방'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예산이 소진돼 경기도의 경우 지난 3월에는 운영비를 지급하지 못했고, 당장 이달부터 보육교사 급여도 줄 수 없게 될 처지에 놓였다.
경기도어린이집연합회 관계자는 19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똑같은 상황이 계속 되풀이되고 있어 참 답답하다"며 "올해만 해도 경기도에서 1000곳이 넘는 어린이집이 문을 닫고 있고, 내년까지 5000곳 이상이 문 닫을 것이라는 예상치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누리과정 예산 문제의 시급한 해결을 촉구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광주도 마찬가지다. 광주시가 임시방편으로 책정한 3개월 치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에 밑천이 드러나 다음 달 부터 운영비와 교사 인건비 지급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4개월 치만 편성한 서울도 5월이면 보육대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와 교육청은 여전히 입장차를 드러내고 있어 추가 예산 편성에 상당한 어려움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여당은 지방교육재정 보통교부금 일부를 의무적으로 누리과정 예산에 편성하도록 하는 내용의 '지방교육정책 지원 특별회계법' 제정을 추진 중이지만, 19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당초 정부여당은 19대 국회에서 해당 법안이 자동 폐기 되더라도 20대 국회에서 무난하게 처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4·13 총선 결과 여소야대 정국이 벌어지면서 법 제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다만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 교육청 편성을 변동 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8일 '2015 개정 교육과정 후속 지원을 위한 전국 교육지원청 교육장 협의회'에서 "누리과정 예산 문제를 빨리 해결해 어린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누리과정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시·도교육청의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조기에 완성토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확보한 원내 제1당, 더불어민주당은 0~5세의 보육과 교육을 100% 국가 책임으로 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고, 국민의당과 정의당 역시 누리과정 예산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정부여당과의 극한 대립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여소야대 정국이 재연되면서 국고 지원을 줄곧 주장해온 진보 성향 교육감들의 연대행동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진보 교육감들로 구성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20일 총선 이후 첫 회동을 갖고 누리과정 예산 문제 등을 논의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관계자는 19일 "총선 전 새누리당을 포함해 모든 정당에 누리과정 문제 해결에 대한 공약을 요청했는데, 국회의원을 배출한 정당 중 새누리당을 제외한 3당(더민주, 국민의당, 정의당)은 모두 국고 지원으로 공약을 내걸었다. 20일 간담회에서는 그 결과에 대해 보고하고 앞으로 정치권과 누리과정 문제를 어떻게 협의할 것인지 교육감들께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 교육감들은 야당세가 강해진 20대 국회에서 누리과정 예산 책임 문제에 대한 해법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오후 인천 중구 하버파크에서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간담회에 앞서 장휘국 협의회 회장(광주교육감)은 “16년 만에 여소야대 국면으로 교육 현안 해결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정치권이 누리과정 문제 해결에 나서주기를 촉구했다.
협의회는 20일 간담회에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의 국가 책임을 강조하고, 이를 위한 법률 개정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시도교육감들은 회의 직후 “4·13총선 결과에 나타난 민심은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확인한 것”이라며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국민의 뜻을 수용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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