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UFC 라이트급 챔피언 ‘김치파이터’ 벤 헨더슨(32·미국)은 전천후 파이터로 불린다.
압도하는 맛은 덜하지만 타격, 레슬링, 서브미션 등 고른 부분에 걸쳐 준수한 기량을 자랑하고 있다. 체력도 넘쳐 5라운드를 끊임없이 뛰고 굴러도 막판까지 움직일 수 있다. 체력과 활동량을 무기로 라운드별 채점을 의식한 운영과 장기전에도 능하다. 슈퍼맨 펀치 혹은 전진 펀치에 이은 킥, 또는 테이크다운 컴비네이션도 터져 나온다.
기술·체력·경기운영 등 고른 부분에 걸쳐 완성도가 높은 선수답게 헨더슨은 꾸준한 성적을 남기고 있다. 선수층 두껍기로 유명했던 WEC, UFC 등에서 타이틀을 차지했던 것이 이를 입증한다.
하지만 작년을 기점으로 헨더슨은 위기를 맞는다. 현 라이트급 최강자 하파엘 도스 안요스(31·브라질)에 패한 것을 넘어 중상위권 파이터 도널드 세로니(33·미국)에게 당한 것은 여파가 컸다. 그로인해 커리어 내내 없었던 연패의 쓴맛까지 봤다. 편파판정 논란도 있었지만 어찌됐든 졌다.
작년을 기점으로 헨더슨은 많은 변화를 줬다. 주 전장을 웰터급으로 바꿨다. UFC 서울 메인이벤트에서는 조지 마스비달(31·미국)과 웰터급 매치를 가졌다. 이후 UFC측과 계약 기간이 만료된 헨더슨은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한 ‘벨라토르(Bellator)’로 둥지를 옮겼다.
헨더슨은 현재 웰터급에서 뛰고 있다. 감량고 등 여러 문제를 감안한 결정이다. 지금까지 결과만 놓고 보면 썩 좋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기기는 했지만 마스비달전에서도 헨더슨은 꽤 고전했다. 마스비달이 상위권 파이터는 아니지만 사이즈와 파워 면에서 상위 체급의 압박을 보여줬다. 헨더슨 입장에서는 더 많은 힘을 써야하니 장점이던 체력도 무기가 되기 힘들었다.
지난달 23일(한국시각) 미국 코네티컷주 언캐스빌 모히건 선 아레나에서 열린 ‘벨라토르 153’대회는 헨더슨의 웰터급 경쟁력을 그대로 보여준 한판이다. 헨더슨은 현 웰터급 챔피언 안드레이 코레쉬코프(25·러시아)와 맞붙었다. 데뷔전을 바로 타이틀매치로 치렀다. 벨라토르 측은 과거 UFC에서 챔피언까지 차지했던 헨더슨의 커리어를 인정해줬다.
팬들은 헨더슨이 다시금 본래의 체급인 라이트급으로 돌아가기를 바라고 있다. ⓒ 게티이미지
183cm·77kg의 듬직한 체격을 자랑하는 코레쉬코프는 강력한 스트라이커다.
묵직한 미들킥, 한 방에 큰 충격을 안겨주는 하이킥은 물론 순간적으로 터지는 플라잉니킥 등 무시무시하고 다양한 원거리 저격무기를 장착했다. 근접전에서의 복싱 실력도 매우 뛰어나다. 짧지만 매서운 펀치로 가드빈틈을 쉴 새 없이 파고든다. 테이크다운 방어능력도 매우 뛰어나 달라붙어 그립조차 잡기 힘들다. 전성기 미르코 크로캅의 웰터급 버전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헨더슨은 코레쉬코프를 상대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타격전에서 우세를 범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체격과 힘에서도 밀렸다. 특유의 부지런함으로 승부를 보기에는 코레쉬코프가 너무 크고 단단했다. 유일한 해법은 넘어뜨리고 그래플링으로 승부를 보는 것이었지만 헨더슨의 완력과 레슬링은 코레쉬코프에게 통하지 않았다.
팬들은 헨더슨이 다시금 본래의 체급인 라이트급으로 돌아가기를 바라고 있다. 헨더슨은 스탠딩에서 한 방이 무시무시한 것도 압박형 그래플링이 좋은 것도 아니다. 경기 내내 주도권을 잡고 포인트 싸움을 하는 스타일인데 웰터급의 큰 선수들을 상대로는 이러한 패턴이 통하기 어렵다. 코레쉬코프전에서 드러났듯 초반부터 밀리기 시작하면 판을 뒤집을 만한 무기가 없다.
벨라토르 스캇 코커 회장은 “웰터급에서 헨더슨이 경쟁하기에는 너무 작다”며 그 역시 헨더슨이 현재 적정 체급에서 뛰지 않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헨더슨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할 것”이라며 존중했다. 웰터급에서 뛰느냐 마느냐는 결국 헨더슨에게 달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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