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초선에 "줄 서지 마라" 호통? 공천 생각하면...
더민주의 고질병 '계파' 초선에서 악순환 고리 끊을까?
현역의원 컷오프에서 살아남은 초선들 '줄' 없을까
지난 4.13 총선 당시 비례대표 파동을 포함해 각종 공천 잡음을 낸 더불어민주당은 "계파정치하지 말자"며 각오를 다지는 모양새지만 20대 국회가 개원하기도 전에 '20대 총선 당선인 계파 분류 문건'이 떠돌고 있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더민주는 10일 오전 국회에서 초선 당선자 57명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을 열었다. 이날 김종인 대표와 우상호 더민주 신임 원내대표는 새내기 정치인들에게 전하는 주요 메시지로 "줄 서지 말자"를 택했다. 김 대표는 더민주에 들어온 지난 1월부터 "더민주 내 계파 정치를 없애겠다"고 강조해 왔고, 우 원내대표 또한 지난 4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무계파이자 중추세력 없는 우상호"라고 소개할 만큼 계파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한 언론사가 단독으로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더민주는 20대 국회의원을 14개의 계파로 나눠 분류하고 있었다. 거대 계파인 친노(친 노무현), 친문(친 문재인) 외에 범친노, 정세균계, 손학규계 그리고 김종인계까지 등장했다. 이 명단엔 20대 국회에 첫 발을 내딛는 초선 의원들도 다수 포함됐다.
◇초선은 백지? 공천을 봐라
새내기 정치인들은 계파가 없는 백지(白紙)라고 생각한다면 오산(誤算)이라는 것이 정치평론가들의 중론이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줄 서지 않고 공천 받는 것이 가능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반문했다. 지난해 더민주는 각종 잣대를 들이밀며 현역 의원 다수를 컷오프(공천배제)한 바 있다. 빈자리는 문재인 전 대표가 영입한 인사들로 채워졌고 이들은 각종 위원회에서 '위원' 직함을 달고 얼굴을 알렸다.
20대 총선 결과 문 전 대표의 영입인사 1호였던 표창원 당선자(경기 용인시정)를 포함 박주민(서울 은평갑) 김병기(동작갑) 김병관(분당갑) 조응천(남양주시갑) 김정우(군포시갑) 등이 20대 국회에 입성했다. 문 전 대표의 부인 김정숙 씨와 숙명여중·고 동기 동창으로 잘 알려진 손혜원 더민주 홍보위원장 또한 컷오프 된 정청래 의원의 지역구인 마포을에 전략공천, 전폭적인 지원 아래 당선됐다.
◇김종인은 나갈 사람? 들어올 때 '친김'
친노, 친문이라는 거대 계파에는 속하지 않았으나 김 대표의 영향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단 초선의원들도 있다. 비례대표 1번을 받은 박경미 당선자, 비례 6번을 받은 최운열 당선자, 새누리당을 탈당해 더민주로 당적을 옮긴 진영 의원 그리고 28년 동안 기자 생활을 하다 전략공천으로 당선된 최명길 당선자(송파을) 등이다.
박 당선자는 지난 3월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대결 영향으로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증가한 뒤 비례대표 1번에 올랐다. 당시 김 대표는 "한국과 세계 경제 상황이 인공지능이나 컴퓨터 쪽으로 간다. 전부 수학하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정해서 모셔온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박 교수는 김 대표 부인의 사촌 동생인 한양대 모 교수가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와 친분 있는 당선자도 있다. 최 당선자와 진영 의원은 김 대표와 함께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 함께 일했다. 특히 새누리당에서 더민주로 당적을 옮긴 진영 의원은 지난 3월 라디오에서 "김종인 대표와는 오래전부터 나라의 장래와 정책에 관해 생각과 지향하는 목표가 맞았다"며 더민주 입당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최 당선자 또한 한 인터뷰에서 '김종인 대표가 직접 공천했냐'는 질문에 "대표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경선 탈락한 지 사흘 밖에 안 된 사람을 다른 지역구에 누가 공천할 수 있겠나"라며 김 대표와 긴밀한 소통이 있었음을 암시했다.
◇외로워도 슬퍼도 '줄 서지 마?'
'비례대표 5선'이라는 기록을 가진 김 대표는 이날 초선들에게 '외로움을 스스로 극복하라'며 정치 선배로서 조언했다. 그는 "제 경험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공천 받는데 지장이 있을까 (생각해) 확신 있는 이야기를 못해선 안 된다"며 "의원생활 동안 외로울 때도 많겠지만 외로운 것을 스스로 극복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상호 신임 원내대표 또한 "초선의원 시절 특히 2년간은 특정 세력에 줄 서지 마라. 도움받을 것 없다"며 "이 세력 저 세력 기웃거리지 말라"고 말해, 초선들이 '줄 서는 것'을 경계했다. 이날 더민주 초선의원들은 '오직 민생, 달리는 초선'을 슬로건으로 초선당선자 워크숍 결의문을 발표하며 결의를 다졌다.
이같은 더민주 지도부의 당부에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김 대표가 계파 줄 서지 말라고 했지만 그것은 굉장히 무의미한 이야기"라며 "공천 받아서 나온 사람들은 계파가 있다고 봐야 한다. 무계파인데 지역에서 열심히 노력해서 공천, 당선된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초선 의원 중에서도 친노 친문으로 분류되는 의원이 80% 이상일 것"이라며 "향후 김 대표와 문 전 대표의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 올 경우 본인들이 원하든 원치 않든 (계파 색이) 극명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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