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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청문회' 제왕적 국회를 견제하라고 거부권이 있다


입력 2016.05.26 06:55 수정 2016.05.26 06:59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어떤 국조는 15개월 정쟁에 회의 딱 두번

상시청문회로 행정부 뿐 아니라 국회도 마비될 것

자유통일연대와 자유청년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원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상시 청문회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이른바 '상시 청문회법(국회법 개정안)'은 2015년 7월 국회운영위원회에서 위원장안으로 제안됐다. 평소 '일하는 국회'를 표방하던 정의화 국회의장은 2014년 7월 정치학자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회개혁자문위원회'를 의장 직속으로 출범시켰다.

2014년 11월, 정의화 의장실은 국회 정론관에서 그동안의 위원회 활동 결과를 요약하여 '국회 10대 개혁안'을 발표했다. 10대 개혁안 내용에는 연중 상시국회 운영, 대정부질문 제도 개선, 의사일정 요일제 도입, 위원회 청문회제도 활성화, 행정입법 통제시스템 강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대한 국회 심사절차 도입, 국회의원 체포동의 개선, 국회민원 처리 개선, 긴급현안 발언제도, 무쟁점 법안 신속처리제도 도입 등이 포함되어 있다.

정의화 의장은 이 개혁안을 2015년 2월까지는 국회운영위원회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이에 2015년 7월, 국회운영위원회는 10대 개혁안 중 '위원회 청문회제도 활성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대한 국회 심사절차 도입', '국회민원 처리 개선' 등을 중심으로 한 국회법 개정안을 위원장안으로 제출한 것이다.

법안 제출 당시에도 일부 조항에 대해 여권 및 일각에서는 이견을 제기했다. 구체적으로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 등 30명은 위원장안으로 제출된 안에 대해 상시 청문회 조항과 국회민원 처리 개선 등의 수정을 요구하는 수정안을 2016년 3월 2일 제출했다.

그러나 2016년 5월 19일 본회의 7번째 안건으로 올라온 '국회법 개정안'은 투표의원 222명 중, 찬성 117명, 반대 79명, 기권 26명으로 가결되었다. 국회회의록에 기록된 찬성의원 대부분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의원들이었다. 찬성 야당 의원들 속에 눈에 띄는 의원은 무소속 유승민, 조해진, 정의화다. 이들의 찬성은 예상했던 바다. 반대의원 79명과 기권 26명은 대부분 새누리당 의원이었다.

법 통과 후 찬성, 반대, 기권에 나타난 표결 행태와 같이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 후폭풍이 만만찮다. '국회법 개정안'은 순식간에 '상시 청문회법'이라는 별칭으로 통용됐고,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상시적으로 청문회를 개최하면 행정부의 업무가 마비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가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국회법 개정안의 진짜 문제는 단순히 '상시 청문회 개최에 따른 행정부 마비'가 아니다.

우선 국회법 개정안으로 심각하게 우려해야 할 부분은 국회권력의 비대화다. 국회법 개정안 제65조에 의해 상시 청문회에 불려나오는 대상은 행정부만이 아니다. 행정부를 포함한 기업, 민간, 시민단체 등 예외 없이 국회가 부르면 나와야 한다. 우리는 국회의 국정감사 행태를 통해 국회의 고압적 행태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신설된 제58조2의 헌법재판소 위헌결정에 대한 위원회의 심사 조항이 의미하는 것은 이제 입법부가 사법부까지 간섭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입법부의 사법부 견제 차원이 아니다. 법률제·개정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내리는 사항에 대해서도 입법부의 심사를 받는 것은 상호견제와 균형 차원과는 거리가 멀다.

또한 신설된 조항 제127조의3은 '고충민원'의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음으로써 누구든 '고충민원'이라고 주장하면 국회법에 의해 국민권익위원회가 조사를 개시하고 결과를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이제 국민들은 '고충민원'을 마음대로 제기할 수 있게 됐지만 '고충민원'의 대상에 억울하게 포함되는 시민, 단체 등이 겪어야 할 고충은 안중에도 없다.

우리 국회는 이미 전 세계 주요 선진국 의회와 비교해도 과도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우리 국회는 국민들의 합의가 필요한 '노래'까지 청와대로 가져가 대통령에 압박을 가하는 형국까지 왔다. 이번 국회법 개정을 통해 이제 우리 국회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권한을 가진 제왕적 국회로서의 기반을 다진 셈이다.

'상시 청문회법' 논란의 두 번째 쟁점은 (청문회)제도가 아니라 (청문회)제도운영의 문제다. 상시적으로 청문회를 개최하여 일하는 국회를 만들자는 취지에 반대할 국민은 없다. 다만, 과거 국회가 청문회라는 형식을 내걸고 실시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 등에서 국회는 이러한 제도의 본래 취지와 목적을 무색하게 하는 행태를 보여 왔다.

19대 국회에서 실시한 6번의 국정조사에 불려나간 증인은 569명이다. 특히 중요 증인 채택은 국정조사 및 국회 파행의 주요인이었다. 이외에도 위원장 및 간사 선임, 조사대상·증인 채택 범위 등 합의해야 할 것들은 많다. 실제 이러한 합의 과정에서 국정조사가 불발된 경우가 많았다.

제19대 국회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의 경우 2012년 8월 28일부터 2013년 12월 9일까지 15개월간 활동했지만, 회의는 2번 열렸다. 2번의 회의도 한 번은 간사 선임, 나머지 한 번은 활동종료 선언이 주요 내용이었다. 오죽했으면 당시 심재철 위원장은 마지막 회의에서 "조사대상 범위 의견 차이로 합의가 안 됐다"며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매월 600만 원씩 15개월 동안 지급 받은 '위원장 활동비' 9000만 원을 국회 사무처에 반납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밖에 '해외 자원 개발 국정조사'는 3개월간 5번의 회의를 열었지만, 여야 정쟁 탓에 단 한 번도 한 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파행됐다. 심지어 두 번은 3분, 2분 만에 회의가 종료되기도 했다. 과거의 예에서 보듯이 청문회로 마비되는 것은 행정부가 아니라 국회일 가능성이 크다.

국회법 개정안으로 야기된 국회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합법적 수단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고려해야 할 이유는 비단 상시 청문회 조항뿐만 아니라 사법부에 대한 초헌법적 발상, 민간 영역까지도 관여하려는 제왕적 국회 등 우려되는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헌법이 보장한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대한 논의는 당연한 절차다.

이를 두고 일부 야당 의원들은 '협박'에 가까운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동안 국회는 국회 스스로 또 서서히 국회 권한과 특권을 늘여왔다. 이러한 관행은 국회운영위원회에 제출된 법안에서 증명되고 있다. 특권을 내려놓는다고는 하지만 실제 특권 내려놓기 법안은 드물고, 오히려 국회 권한을 강화시키는 법안들이 우세다. 이제는 그 권한에 국회 스스로 함몰되어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시각을 잃은 듯하다.

글/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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