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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19대 폐기법안 20대 재의결? 입법 갑질에 위헌"


입력 2016.05.28 06:18 수정 2016.05.28 06:42        박진여 기자

"'상시청문회'는 입법부과 행정부 사법부 휘두르려는것"

시민단체 "거부권 행사는 헌법이 보장한 대통령의 권리"

야당이 이른바 ‘상시 청문회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개정안을 20대 국회서 재의결하기로 결정한 것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반 헌법적 행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진은 지난 19일 열린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개회를 선언하고 있는 정 의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야당이 이른바 ‘상시 청문회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개정안을 20대 국회서 재의결하기로 결정한 것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반 헌법적 행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미 19대 국회에서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은 19대 국회 내에서 재의결하지 못하면 자동폐기 되는 것으로, 20대 국회서 재의결하겠다는 것은 위법이자 독단적 ‘입법 갑질’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27일 오전 서울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국회에서 ‘상시 청문회’ 개최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 야당은 즉각 반발하며 이번 국회서 거부권이 행사된 해당 법안을 20대 국회에서 재의결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법은 국회 운영에 관한 법률로, (정부의 거부권 행사는) 삼권분립에 위배되고 의회민주주의를 거부하는 상당히 중대한 권한 침해”라면서 “20대 국회가 열리면 이 법안에 대한 재의결을 추진할 것”이라고 야권의 공동 대응 방안을 밝혔다.

하지만 법조계는 물론 시민단체에서는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행사는 삼권분립 원칙에 따른 헌법상 권리로, 야당의 주장이야말로 권력분립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위헌이자 위법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현행 헌법 제53조 1항은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은 정부에 이송돼 1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한다’고 정하고 있으며, 제2항은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에는 대통령이 15일 이내에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하고, 그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재의요구는 헌법상 보장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다.

논란이 되고 있는 ‘상시 청문회법’ 관련해서는 헌법 제51조에 따르면 ‘국회에 제출된 법률안 기타 의안은 회기 중에 의결되지 못한 이유로 폐기되지 아니한다. 다만, 국회의원의 임기가 만료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돼있어 19대 국회에서 거부권이 행사돼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된 해당 법안은 20대 국회에서 재의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채명성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 사무총장은 “헌법은 국회의원의 임기 중에는 회기계속의 원칙을 취하고 있지만 임기가 만료된 경우에는 대의민주주의 원리에 근거해 회기불계속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으나 기존 국회의 임기가 만료된 경우에는 새로운 국회는 재의 권한이 없으므로 법률안은 자동 폐기된다”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제19대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는 이달 29일까지 본회의를 열어 거부권이 행사된 국회법에 대해 재의결하지 않을 경우 해당 법안은 자동 폐기되며, 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제20대 국회에서 새로운 입법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관련해 한변은 지난 25일 성명을 통해 “상시 청문회법 제정은 대의민주주의 원리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변은 “국회가 이미 정기 국정감사와 특정 현안에 대한 국정조사에서 청문회 제도를 활용하고 있는데 나아가 국회 모든 상임위원회가 언제,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연 3권 분립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확실한 우위를 가져오고 그로 인해 우리 헌법상 통치 구조를 실질적으로 변경시킬 우려가 있는 법률이 19대 국회의 임기만료를 며칠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졸속으로 처리된 점은 매우 유감이라 아니 할 수 없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아울러 국회법 개정안 일부 조항에 국회가 행정부·사법부·기업·민간단체 등을 수시로 감사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국회의 고압적 행태 또한 우려스럽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회가 당리당략에 따라 청문회를 남발해 국정 운영에 대 혼란이 일어나는 등 국가가 대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27일 본보에 “대통령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인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행정부 입장에서 온당하고 합법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라면서 “야당이 행정부의 당연한 권리 행사에 마치 국회에 도전하는 것처럼 대결구도로 몰고 가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반법치주의적인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국회법 개정안으로 국회권력의 비대화도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국회법 개정안 제65조에 의해 행정부만이 아닌 기업, 민간, 시민단체 등 예외 없이 국회의 상시 청문회에 불려가야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신설된 제58조 2항의 헌법재판소 위헌결정에 대한 위원회 심사 조항은 입법부가 사법부까지 간섭하겠다는 것을 의미하고, 신설 조항 제127조의 3항 역시 ‘고층민원’의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음으로써 누구든 ‘고층민원’이라고 주장하면 국민권익위원회가 조사를 개시, 그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게 돼 국회의 고압적 행태가 짐작된다는 해석이다.

안재철 월드피스자유연합 이사장도 본보에 “국회가 독선적 결단에 의해 당리당략에 따라 청문회를 남발하며 국정 운영에 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상시 청문회법 내용의 핵심은 본회의 의결 없이도 국회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국정 현안에 관한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행정부에 대한 ‘과잉견제’이자 독선적이고 기만적인 ‘입법 갑질’이라고 지적했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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