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은 '다중이'? 회담 요구하다 "무자비 타격" 또 협박
대화 도발 병행하는 전형적 화전양면 전술 구사
전문가 "북 대화 요구는 남남갈등 노린 대남전략전술"
노동당 제7차 대회에서 ‘남북군사당국회담’을 제안하며 대화 공세를 펼치던 북한이 한 달도 안 돼 ‘무자비한 물리적 타격’을 공언하며 협박에 나섰다. 북한은 그간 대화와 도발을 병행하는 화전양면 전술로 크고 작은 도발 전후 협상카드를 꺼내드는 이중적 태도를 보여왔다.
북한의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2일 성명을 통해 “긴장완화와 평화보장을 위한 우리의 정당한 제의를 무모한 군사적망동으로 거부해나선다면 남조선당국에 가해지는 우리의 대응은 무자비한 물리적선택으로 될것”이라면서 “헤여날수 없는 궁지에 더 깊이 몰아넣고 더 빨리 자멸하게 만드는 초강경적인 공세로 될것”이라고 위협했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회담 제안에 대해 비핵화 조건을 내걸어 역제안 데 대한 반발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9일 폐막한 노동당 제7차 대회서 ‘남북군사당국 회담’을 제기한 이후 국방위원회, 인민무력부, 조평통 등을 통해 연일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대화·협력”을 강조해왔다. 북한의 잇단 도발과 해외 북한식당 종업원들의 집단탈북 문제로 남북관계가 파국을 맞은 상황에서 당 대회를 기점으로 돌연 태도를 바꿔 국면 전환에 나선 것이다.
이처럼 ‘회담공세’를 벌이던 북한이 한 달도 안 돼 강경대응으로 돌아선 행태는 크고 작은 도발 전후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는 '공식'과 같은 수순이다. 북한은 이 같은 전략으로 도발 명분을 만들거나 도발에 따른 고립 탈피를 꾀해왔다.
실제 북한은 지난 3월 전개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대해 “핵 선제공격”을 공언하며 위협했으나, 같은 달 4차 핵실험에 따른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가 본격 가동되자 돌연 태도를 바꿔 ‘도발’보다 ‘협상’에 무게를 실어 국면 전환을 시도했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전개되던 지난 3월 7일 성명을 통해 “우리 군사적 대응조치도 보다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핵 타격전으로 될 것이다”라고 도발 의지를 드러냈으나, 같은 달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본격 가동되자 비난 성명을 낸지 27일 만인 4월 3일 “군사적 압박보다 협상 마련이 근본 해결책”이라고 태도를 바꿨다.
지난해 11월에는 ‘12·11 남북 차관급 당국회담’을 며칠 앞두고 동해상에서 잠수함 탄도미사일(SLBM) 발사 시험을 시도하기도 했다. 당시 군 관계자는 “북한이 28일 오후 동해에서 SLBM을 시험 발사한 징후와 함께 보호막 캡슐 파편이 동해상에서 포착됐다”고 전했다. 남북 간 대화를 앞둔 상황에서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는 전형적인 화전양면 전술을 구사한 것이다.
지난해 8월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에 이은 서부전선 포격 도발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도 북한의 이중적 행태는 계속됐다. 북한은 당시 우리 측의 대북 확성기 심리전 대응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남북 고위급 회담을 먼저 제안했다.
남북 고위급 회담이 성사돼 나흘 간 마라톤협상이 이어질 때도 북한은 계속해서 도발 의지를 드러냈다.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북한은 전방 포병전력을 2배로 늘리고, 평소의 10배에 해당하는 잠수함을 출동시키는 등 군사적 위협을 고조시켰다.
당시 우리 군 관계자는 “북한군 잠수함 전체 전력의 70%가 동·서해 기지를 이탈해 우리 군 탐지 장비에 식별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 같은 정황은 북한이 남북 고위급접촉을 제안한 이후 포착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 북한군 잠수함 기지 이탈률은 평소의 10배에 달한다”면서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남북관계에서 주도적 위치를 갖고자 하거나 남남갈등을 유발하고자 할 때 이 같은 이중적 태도를 취한다는 해석이다.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 소장은 3일 본보에 “북한이 대화하자고 하는 것은 투쟁전술”이라면서 “북한의 대남전략전술 중 ‘폭력투쟁배합’이라는 전술적 지도과제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송 전 소장은 “북한은 한반도 전체를 북한 중심으로 통일하겠다는 목표 달성을 위해 폭력투쟁배합 같은 전술적 지도과제들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도발과 대화를 병행하는 것은 남북관계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남남갈등을 유발하는 등 혼란을 초래하려는 목적”이라고 거듭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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