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가 블루오션? 너도나도 몰려 이젠 '레드오션'
안철수 "창업하고 이제 재미 좀 봤는데 급증한 동종업 종사자가…"
정의화 "내가 해봐서 알아. 중재와 협력는 내 전문"
손학규 "내가 왕년에 진짜 잘나갔거든. 원래 말이야, 원조는…"
정치권에 '중도'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4·13 총선에서 '녹색돌풍'으로 호남을 석권하며 당당히 교섭단체이자 원내3당으로 발돋움한 국민의당의 안철수 대표가 대표적인 '중도' 바람의 수혜자다.
안 대표의 국민의당은 거대 양당 체제의 맹점을 짚고 이념적으로 대립하기보다는 사안에 따라 실리를 추구하는 방식으로 '중도·실용'의 기치를 올리며 비례투표에서 더민주를 앞서는 기염을 토했다. 안 대표의 행보에 긴장한 거대 양당은 각각 선거대책위원장과 비상대책위원장을 과거 상대당의 인물로 영입하며 중도색을 띠려 노력하는 등 '중도' 바람은 매서웠다.
이런 '중도'의 매력 때문일까. 내년 대선을 노리는 대선 잠룡들이 하나둘씩 '중도'를 기치로 내걸며 기지개를 펴고 있다. '녹색돌풍'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부터 19대 국회 후반기 의장직을 끝내고 '새한국의 비전'이라는 싱크탱크를 설립한 정의화 전 의장, '새판짜기'를 선언한 '원조 중도'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고문에 최근 방한하며 존재감을 과시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까지 전부 표현은 다르지만 '중도'를 표방한다.
정치권에서는 '블루오션인줄 알았던 중도 노선이 알고 보면 레드오션이더라'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데일리안은 '중도'를 표방하는 각 잠재 대선주자들을 최근 유행하는 '쉐프'에 비교해봤다.
"창업하고 이제 재미 좀 봤는데 급증한 동종업 종사자가…"
'중도식(食)'의 선두주자는 안철수 '오너' 쉐프다. 안 쉐프는 본격적인 '중도식' 붐이 일기 전에 이미 중도식의 미래를 내다보고 창업한 업계의 선구자다. 그는 과거엔 요식업계가 아닌 다른 업계에서 크게 성공한 사업가이기도 하다. 사업가적 마인드인 실리를 우선 추구하는 경영방식을 바탕으로 국민의당 레스토랑을 창업하면서 요식업계에 뛰어들어 군살이 쏙 빠진 실속 메뉴로 인기를 끌었다.
창업 초기 인근 거대 레스토랑인 더민주 레스토랑에서 백전노장인 김종인 주방장을 영입해 인수합병을 끊임없이 시도했으나 꿋꿋이 버텨내고 결국 대박을 터뜨렸다. 그러나 최근 안 쉐프의 대박을 본 몇몇 쉐프들이 비슷한 메뉴를 내세워 시장분할에 나서 그들과의 차별화 전략에 고심하고 있다. 대표적인 메뉴로는 '공정성장론'이 있다. 안 쉐프는 최근 교육, 복지를 주재료로 하는 메뉴를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가 해봐서 알아. 중재와 협력는 내 전문"
안 쉐프의 국민의당 레스토랑을 가장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존재는 정의화 쉐프다. 정 쉐프는 안 쉐프의 고등학교, 대학교, 업계 선배이기도 하다. 정 쉐프는 원래 새누리 레스토랑의 고참급 쉐프였으나 최근 2년간 쉐프조합의 장을 맡으면서 새누리 레스토랑에 문제의식을 느껴왔고 조합장 임기를 끝으로 '새한국의 비전'이라는 작은 식당을 창업해 '오너'가 됐다.
정 쉐프는 '새한국의 비전' 식당에 과거 조합장으로서 새누리·더민주 양대 레스토랑의 기싸움과 출혈경쟁을 중재해온 경험을 토대로 합리와 실용에 방점을 두는 경영방식을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정 쉐프를 돕겠다는 쉐프들도 대체로 그런 인사들로 꾸려졌다. 대부분 새누리·더민주 양대 레스토랑에서 일명 '짬밥'은 제법 되지만 왠지 모르게 겉돌았던 쉐프들이 대거 포진했다. 새누리 레스토랑의 정병국·김용태·정두언 쉐프, 더민주 레스토랑의 우윤근·진영 쉐프 등 비교적 온건하고 합리적이라고 불리는 쉐프들이다.
정 쉐프는 '새한국의 비전'에 대해 레스토랑으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레스토랑을 보조할 자그마한 식당을 만들겠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쉐프는 드물다. 다만 아쉬운 점은 국민의당 레스토랑이 '호남'이라는 단골층을 중심으로 급성장했다면 '새한국의 비전'은 단골층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내가 왕년에 진짜 잘나갔거든. 원래 말이야, 원조는…"
대목인 '2017 제19차 쉐프 대전'를 앞두고 이 업계에서 '새판짜기'를 언급하며 쉐프 대전 도전을 시사한 쉐프가 있다. 한동안 신메뉴 개발을 위해 전남 강진의 토굴에서 수행을 거듭하던 손학규 쉐프다. 사실 손 쉐프는 과거 '더 이상 요리를 하지 않겠다'며 업계를 떠났던 사람이다. 하지만 업계에서 떠났을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손 쉐프가 언젠가 돌아올 것이라는 것에는 이견은 없다.
손 쉐프는 안 쉐프의 단골손님인 호남을 기반으로하는 새로운 식당을 만들기 위해 골몰해왔다. 특히 새누리 레스토랑에서 더민주 레스토랑으로 이적한 특이한 이력을 바탕으로 새누리와 더민주 사이의 '제3지대'의 공감을 얻고 양쪽 모두가 좋아할 수 있는 일명 '확장성'이 있다고 평가돼왔다.
손 쉐프의 과거는 화려했다. 거대 레스토랑인 더민주의 '오너' 쉐프까지 지냈다. 당시 인기 메뉴였던 '100일 희망대장정'과 '저녁이 있는 삶'을 무기로 손 쉐프는 업계를 주름잡았다. 손 쉐프는 안 쉐프의 창업을 벤치마킹해 더민주 레스토랑에 있는 자신의 '후배' 쉐프들과 창업을 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런 손 쉐프를 국민의당 레스토랑의 안철수 쉐프도 적잖이 신경쓰는 눈치다. 일단 국민의당 레스토랑의 쉐프들중 몇 명이 손 쉐프의 제자거나 손 쉐프의 측근이라는 점도 안철수 쉐프로서는 부담스럽다. 그 뿐만 아니라 손 쉐프가 창업만 한다면 안 쉐프의 단골인 호남이 일부 손 쉐프의 식당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안 쉐프의 '동업자' 격인 백전노장 박지원 쉐프가 손 쉐프를 향해 연일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점이 국민의당 레스토랑이 얼마나 손 쉐프를 의식하는지에 대한 방증이다.
다수의 음식평론가들은 '2017 19차 쉐프 대전'이 과거 18차 쉐프 대전과 다르게 3자구도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거대 레스토랑의 오너쉐프들 사이의 3번째 쉐프에 대한 기대감이다. 하지만 3번째 쉐프가 누가 될 지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평론가들은 결국 메뉴에서 결정된다고 보고 있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만큼 3번째 쉐프가 안철수 쉐프가 될지, 정의화 쉐프가 될지, 손학규 쉐프가 될지, 혹은 또 다른 쉐프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확실한 점은 정말 맛있고 알찬 메뉴를 만들어내는 쉐프가 승리할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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