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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역사고 김씨 '쫓기듯' 작업…사고 전 다른 역 정비 통보받아


입력 2016.06.06 11:34 수정 2016.06.06 11:40        스팟뉴스팀

정비 중 "을지로4가역 정비도 네가 가야한다" 전화받고 급히 작업

지하철 스크린도어 수리 중 19살 청년이 희생된 사고가 발생한 서울 광진구 구의역 사고현장 스크린도어에 시민들이 붙여놓은 추모글과 국화꽃이 놓여져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홀로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다 숨진 정비직원 김모(19)씨가 사고 당일 구의역에서만 2건의 정비를 급히 마치고 곧장 을지로4가역까지 쫓기듯 이동할 것을 통보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6일 서울 광진경찰서에 따르면 김 씨는 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28일 오후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던 중, 회사 동료로부터 “을지로4가역 스크린도어도 고장 신고가 들어왔으니 6시 20분까지 네가 가야한다”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이는 김 씨가 열차에 치여 숨지기 불과 몇 분 전에 받은 통보다.

특히 김 씨는 사고 당일 오후 5시50분에 구의역에 도착, 역무실에 들러 스크린도어 열쇠를 챙긴 뒤 곧장 승강장으로 올라갔다. 이어 동료로부터 을지로4가역도 가야 한다는 전화를 받고 5-3 승강장 안쪽으로 들어가 급히 정비를 마친 뒤, 5시54분에 9-4 승강장 앞에 도착했다. 이어 3분 뒤인 5시57분 스크린도어 안쪽으로 들어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즉 김 씨는 9-4 스크린도어 정비를 마치고 쫓기듯 을지로4가역까지 도착해야 했던 것이다. 서울메트로가 을지로4가역 스크린도어 고장 신고를 은성PSD에 접수한 시간이 오후 5시20분이다. 이는 서울메트로와 하청업체인 은성PSD가 '정비기사는 고장 접수 1시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해야 한다'는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구의역에서 을지로4가역까지 지하철로 이동하기 위해선 9개 구간, 지하철로 20분 정도가 소요된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시간 규정을 어기면 안 된다는 압박에 시달리며 쫓기듯 작업에 임했을 가능성이 크다. 인력부족으로 혼자 여러 건의 작업을 도맡은 데다, 고장 접수 1시간 안에 해당 역에 도착해야 한다는 사내 규정의 압박도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사고 당일 구의역에서 근무했던 역무원 3명은 모두 김 씨가 스크린도어 안쪽으로 들어갔을 당시 승강장을 비추던 폐쇄회로(CCTV)를 지켜보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한 역무원은 경찰 조사에서 "김 씨가 구의역에 온 줄도 몰랐다"고 진술했다.

또한 방송장비 역시 정상적으로 작동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즉 역무원이 규정대로 CCTV를 유심히 지켜봤다면, 방송을 통해 열차가 들어오고 있음을 알려줄 수 있었다고 경찰은 지적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김 씨 사고의 1차 책임이 이들 역무원에게 있다고 보고 업무상과실치사죄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

스팟뉴스팀 기자 (spotnew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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