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는 '개저씨'에서 탈피할 수 있을까
임윤선 "비대위 간판떼고 큰언니가 막아줄테니 할 말 하라"
곧장 '소통부족' '꼰대 이미지' '신뢰 안가' 등 질타 쏟아져
"새누리당, 비대위 간판 떼고 큰언니, 큰누나라고 생각하고 막아줄테니까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 기탄없이 해주세요!"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는 9일 현장 민생행보의 일환으로 청년층과의 스킨십 강화에 나섰다. 위원들이 '청년들이 먼저 앉으라' '의원과 청년들이 섞어가며 앉자'고 권하며 경직된 분위기를 풀어보려 했음에도 평균 58세의 비대위원들과 20~30대 청년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하는 듯했다. 그 간극을 좁히는 것은 연일 톡톡 튀는 발언으로 세간의 관심을 모은 임윤선 비대위원의 몫이었다.
혁신비대위는 당의 쇄신방안을 구체화하기 전 민생의 목소리를 직접 청취하기 위해 이날 오전 '국민속으로' 행사를 마련했다. 이번 현장 방문은 그 일환에서 진행된 첫 행사로 '청년들의 외침에 응답하라'라는 주제로 열렸다. 비대위 측에서는 김희옥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권성동 사무총장, 김광림 정책위의장, 이학재 의원, 김영우 의원 등이 참석했다. 비대위원들이 찾은 '모두의 컴퍼니'는 온라인 마케팅 전문회사로 20~40대 젊은층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사회를 맡은 임 비대위원은 이 자리에서 "'정치인 전체에 대한 욕이다'라고 하고 편하게 말해달라. 쓴소리 귀담아 들어서 최대한 반영하도록 하겠다. 쓴소리는 새누리당에 큰 약이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의원들이 청년들과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보며 "지금 의원님들의 표정에서 절대 볼 수 없는 표정이 나오고 있다"며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청년들을 만나는 자리인만큼 김희옥 비대위원장도 옷차림에 신경을 쓴 듯했다. 그는 참석한 비대위원들 중 유일하게 '노타이' 차림이었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대화 속 화기애애함도 잠깐, 김 비대위원장이 품에서 꺼내든 한 장의 종이로 장내는 숙연해졌다. "새누리당은 청년들에게 다가가고 싶다. 청년들이 오늘을 어떻게 살아가는지, 진정 어려운 게 뭔지 알고 싶다. 새누리당과 국회가 정책적으로 할 역할을 찾으려 한다." 그는 준비해온 원고를 찬찬히 읽어내려갔다.
김 비대위원장의 원고 낭독이 끝나고 급속하게 냉각된 분위기에 임 비대위원은 "제가 여러분들께 실례했다. 혁신비대위원장님이 어떤 자리인지도 대부분 모르실텐데 다짜고짜 비대위원장이라고 했으니..."라며 웃어넘겼다. 첫 주제는 '새누리당이 왜 청년에게 인기가 없는가'였다. 임 비대위원은 "기탄없이 말씀해달라"며 적극적인 소통을 유도했다. 그러자 곧장 소통부족, 꼰대 이미지 등의 질타가 쏟아졌다.
'모두의 컴퍼니' 한 직원은 "청년층은 사회에서 기반을 잡지 못한 세대인데 새누리당은 장년층을 대표하는 당이라 생각해서 그런지 이미지가 안좋다"며 "또 선거 때마다 불거지는 공직자 문제, 청년층과의 소통 부재 등도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다른 직원은 "당에서 하는 활동이 신뢰를 갖지 못하기 때문에 청년들이 새누리당과 교감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 비대위원장은 "새누리당이 청년들에 대해서 소통도 덜하고 관심도 부족했다는 것 같다"고 반성하면서 "지금 새누리당이 그야말로 새로운 모습으로 국민에게 다가가기 위한 여러 방안을 연구 중인데 당헌·당규를 개정해서 청년 한 사람을 반드시 최고위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광림 정책위의장도 "새누리당 나이든 의원들을 젊은층이 개저씨라고 하더라"면서 "청년층의 의견을 듣는 척만 하고 끝내지 않기 위해 당 정책위에 청년대책위를 뒀다. 청년의 삶, 꿈, 희망이 정책에 반영되도록 할 것"이라고 의지를 내비쳤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과거에 비해 평등하고 공정한 일자리가 마련돼 있지 않다"고 공감을 표하면서 "20대 국회 1호 법으로 청년 관련 법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청년 일자리, 신혼집 마련, 교육, 보육 등 국정 현안을 책임진 정당으로 오늘의 의견을 종합해 입법, 정책 예산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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