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 없는 삼바' 둥가·브라질의 잘못된 만남
감독 입맛에만 맞는 선수 고집...전술적 유연성 떨어져
브라질 특유의 삼바축구 리듬도 깨져...둥가 경질 무게
감독 입맛에만 맞는 선수 고집...전술적 유연성 떨어져
브라질 특유의 삼바축구 리듬도 깨져...둥가 경질 무게
드디어 브라질 축구협회가 칼을 꺼내들었다.
브라질 일간지 '글로부 에스포르테'는 14일(한국시각) 브라질 축구협회가 둥가의 후임으로 티테를 플랜A로 낙점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브라질 축구협회장 델 네루는 둥가와 향후 거취를 놓고 면담에 나설 예정이다.
경질 초읽기에 돌입했다는 시각도 있다. 코파 아메리카에서의 성적(조별리그 탈락)만 놓고 보면 경질은 당연하다. 하지만 8월 브라질서 열리는 리우올림픽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라 예단할 수 없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현역 시절 둥가는 브라질 대표팀 주장으로서 그리고 최고의 미드필더로서 뜨거운 지지를 받았던 스타다. 2006 독일월드컵 후 지휘봉을 잡은 둥가는 감독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2010 남아공월드컵 당시 둥가는 브라질에 실리축구를 입히며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2014 브라질월드컵 8강 탈락은 아쉽지만, 이전까지 모든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며 승승장구해 지금까지 버텼다.
전술적 한계가 뚜렷했다. 지나칠 만큼 자신이 원하는 선수로만 팀을 꾸린다. 그렇다 보니 플랜A는 있지만 플랜B는 없었다. 팀이 끌려가는 상황에서 반전 카드를 써야 했지만, 전술적 유연성은 여전히 부족했다.
대표적인 예가 2010 남아공월드컵이다. 당시 둥가는 펠리피 멜루에게 지나치게 의존했다. 전 시즌 유벤투스에서 부진했던 멜루를 끝까지 믿고 차출했다가 멜루의 실책 탓에 네덜란드에 무릎을 꿇었다.
전반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던 브라질은 후반 멜루를 비롯한 주축 선수들이 다소 주춤한 상황에서 내세울 반전 카드가 없었다. 동점골-역전골 상황에서 모두 멜루가 실수를 범했다. 이후 멜루는 퇴장까지 당하며 현재까지 브라질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브라질 역시 1-2로 역전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호나우지뉴와 알렉산드레 파투 등 당시 유럽 무대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친 선수들을 철저히 외면한 둥가였다.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점이 이유였다. 결과론이지만 카카 중심으로 팀을 꾸린 둥가호에 호나우지뉴가 가세했다면 다양성 면에서는 여러모로 유용한 카드가 될 수 있었다.
이번 코파도 마찬가지였다. 쓸 수 있는 자원은 많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유형의 선수만 데려갔다. 플랜 A가 막힐 경우 플랜 B를 통해 반전을 도모할 수 있었지만 둥가에게 또 다른 전략은 없었다.
둥가는 철저하게 실리 축구를 지향한다. 수비적이고 많이 뛰는 선수를 선호한다. 네이마르와 같은 크랙을 제외하면 현재 브라질 대표팀 구성원은 개인기가 뛰어난 선수보다는 많이 뛰는 유럽식 브라질 선수들이 즐비하다.
대표적인 희생양이 티아고 실바다. 실바는 수비 보다는 후방에서의 빌드업이 뛰어나다. 발재간도 준수해 후방 플레이메이커로도 불린다. 그러나 둥가는 실바의 이런 면을 선호하지 않았다. 수비수는 수비에만 치중해야 된다는 고집 탓이다. 마르셀루 역시 공격적 성향이 짙다는 이유로 예비 명단에도 넣지 않았다.
전방에서의 공격 전개가 막힐 경우 후방에 있는 실바와 마르셀루를 중심으로 반전을 도모하면 된다. 그러나 둥가는 수비수는 수비만 해야 된다는 고정관념 탓에 이들을 외면했다.
공격진 피르미누도 마찬가지다. 대표팀 부임 초반 둥가는 제로톱 전술을 통해 브라질 약점인 최전방을 보완하겠다는 뜻을 표했다. 이에 호펜하임에서 뛰던 피르미누를 제로톱으로 실험했고, 비교적 성공적인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둥가는 2015 코파 아메리카를 전후로 정통파 스트라이커 기용을 선호했고, 리버풀에서 승승장구 중이던 피르미누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둥가는 히카르두 올리베이라는 주전 공격수로 낙점했지만, 올리베이라가 부상으로 낙마하자 조나스를 선발했다. 도글라스 코스타와 루카스 모우라가 부상 아웃된 상황에서도 피르미누 카드는 철저히 외면했다.
이처럼 완고한 둥가의 아집은 결국 코파 아메리카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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