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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레니아' 관객들은 무대의 오브제 "신선한 체험"


입력 2016.06.28 22:06 수정 2016.07.01 16:24        이한철 기자

실제 등대 안에 갇힌 듯한 경험

"극한의 몰입감과 긴장감" 호평

연극 '사이레니아' 공연 사진. ⓒ 아이엠컬처

연극 '사이레니아'가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순항 중이다.

'사이레니아'는 1987년 폭풍우가 몰아치던 어느 수요일, 영국 남서쪽 콘월 해역에 위치한 블랙록 등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블랙록 등대지기 아이작 다이어가 의문의 구조 요청을 남긴 채 실종되기 전 21시간의 일을 그려냈다.

최근 영국 연극계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천재 창작자 제스로 컴튼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다. 제스로 컴튼은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동안 공연장이 위치한 건물에서 옥탑방을 발견했고, 이를 자신의 고향인 콘월을 배경으로 한 1980년대 등대 이야기로 만들어냈다.

원래 '사이레니아'는 망망대해 한가운데 있는 등대지기와 폭풍우에 떠내려 온 의문의 여인이 등장하는 45분 분량의 단막극 형태로 만들어진 대본이었으나, 국내 초연에서는 두 인물의 관계가 돋보일 수 있도록 70분 공연으로 완성시켰다. ​

​거친 파도 소리의 음향, 제대로 눈을 뜰 수 없는 천둥번개가 끊이지 않는 조명 등 '사이레니아'는 실감나는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수백 개의 큐들을 촘촘히 연결해 눈길을 끌었다.

연극 '사이레니아' 공연 사진. ⓒ 아이엠컬처

작품은 이처럼 디테일한 효과들을 통해 실제로 거센 폭풍우 속에서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 오래된 등대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를 통해 관객들이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아이작처럼 극한으로 내몰리는 것 같은 몰입감과 긴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사이레니아'가 등대지기 아이작 다이어와 의문의 여인 모보렌 단 2명의 배우가 70분 전체를 이끌어가는 작품이다. 그만큼 홍우진-전경수-이형훈-김보정 등 매 회 혼신의 힘을 다해 블랙록 등대 안에서 감정을 쏟아내는 배우들의 열연에 관객들은 연일 감탄을 쏟아내고 있다.

팽팽한 긴장감으로 배우들이 서로를 향한 이야기와 감정을 쌓아갈수록 관객들의 몰입감과 긴장감도 극한에 달한다. 공연장 안에서 단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풀지 못하다 공연이 끝난 뒤 숨을 몰아쉬는 등 작품의 여운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관객들도 적지 않다.

​더불어 20평 남짓한 협소한 연습실을 가득 채우는 '사이레니아'의 무대세트는 사방을 둘러싼 객석에 단 30명의 관객만을 허용할 뿐만 아니라, 관객들로 하여금 캔버스 천으로 특별 제작한 순백의 우비를 자연스럽게 입도록 한다. 공연 중에 진짜 물벼락을 맞는 게 아닌가 의심을 품을 법도 하지만, 이 우비는 관객이 무대와 배우를 그저 바라보는 것이 아닌 관객 스스로 아이작이 되는 듯한 리얼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준비된 콘셉트다.

폭풍우 속에서 어슴푸레한 빛만이 존재하는 등대 안에 어딘가 아슬아슬해 보이는 아이작이 있다. 그를 둘러싸고 하얀 우비를 입은 관객들은 그의 사연에 공감하기도 하고, 관객 또한 무대의 오브제가 되는 리얼한 체험을 하게 된다.

​한편 '사이레니아' 국내 초연은 오는 8월 15일까지 대학로 TOM 연습실 A에서 만나볼 수 있다. (공연문의: 02-541-2929)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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