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들에겐 담배 끊으라면서 김정은 손엔 담배
관영 매체 금연운동 전개하는데 김정은은 흡연 공개
탈북자들 "김, 공개활동중 흡연은 최고지도자 권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국무위원장 취임 후 첫 공개 활동 장소로 학교를 시찰하면서 담배를 피운 모습이 포착됐다. 북한은 올 초 부쩍 흡연의 해악을 강조하며 대대적인 금연운동을 전개해왔으나 정작 김정은만큼은 예외인 것으로 보인다.
3일 북한 조선중앙TV가 보도한 김정은의 평양중등학원 현지지도 시찰 장면에서 김정은은 어김없이 손에 담배를 들고 등장했다. 평소 ‘애연가’로 알려진 김정은은 그간 현지지도를 할 때마다 미사일 시험장, 지하철 안, 육아원, 대학교 교실, 홍수 피해 현장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수시로 담배를 손에 쥔 채 등장했다.
이처럼 김정은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담배를 즐기는 모습이 공공연히 공개되고 있지만, 북한은 현재 대대적인 금연 운동을 전개하는 상황이다. 최근 매체를 동원해 금연 캠페인에 열을 올리고 있는 북한 당국이 김정은의 흡연 장면은 그대로 내보내며 이중 잣대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앞서 북한관영 매체들은 올해 들어 이례적으로 간접흡연의 폐해를 지적하는 등 금연 운동 확산 캠페인을 전개해왔다. 노동신문은 ‘담배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4월 24일자), ‘법적 통제 밑에 강화되는 금연활동’(5월 2일자), ‘국제적인 금연 움직임’(5월15일자) 등 금연을 독려하는 기사를 잇달아 내보냈다. 이때 노동신문은 “담배를 기호품으로, 흡연을 하나의 멋으로 여기던 때는 이미 지났다”면서 ‘금연법’을 시행한 러시아, 쿠바 등을 소개하며 국제적인 금연 추세를 소개하기도 했다.
특히 조선중앙TV는 지난 5월 20일 ‘생명을 위협하는 특등 기호품’이라는 제목으로 40분 분량의 금연 소개편집물(영상물)을 통해 금연을 주장하는 북한 여성들을 대거 등장시켰다. 영상에 등장한 10여명의 여성들은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아주 건전치 못하고 주위 환경에 불쾌감을 주는 몰상식한 사람”, “요만한 담배, 요거 하나 제대로 못 끊는단 말이냐”, “투쟁을 벌여 남자들 담배 안 피우게끔 된바람을 일으켜야 한다”고 성토했다.
이 같은 북한 내 금연 움직임이 전개되면서 김정은의 흡연 장면도 한동안 공개되지 않았으나, 금연 캠페인을 시작한지 석 달도 채 되지 않아 담배를 손에 쥔 김정은의 모습이 또 다시 공개됐다. 지난 3월 15일 ‘탄도로켓’ 모의시험 현지시찰을 끝으로 공개석상에서 담배를 손에 쥐지 않던 김정은은 약 80여일 만인 지난달 4일 만경대 소년단야영소 시찰에서 오른 손에 담배를 쥐고 등장했다.
이처럼 북한 당국이 나서 금연운동을 전개하는 상황에서도 김정은의 흡연 장면이 공공연히 공개되는 것은 국가 최고지도자로서 권위를 증명하는 것으로, 당국이 시행하는 모든 정책 대상에 ‘수령’ 김정은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게 탈북자들의 전언이다.
서재평 탈북자동지회 사무국장은 4일 본보에 “김정은의 담배는 ‘권위의 상징’을 의미해 공개 활동해서 수시로 꺼내 보이며 최고 존엄을 과시해 보이는 것”이라며 “김정은은 북한에서 신과 같은 존재로 북한 당국이 금연 캠페인을 실시한다고 해서 솔선수범하는 자리라고 볼 수 없다”고 전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도 이날 본보에 “북한 고위 간부들 사이 담배는 권위를 상징하는 것으로, 공개 활동에서 김정은 자신 외에 다른 간부들에게 흡연을 허락하지 않으면서 권위의 차이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북한당국이 금연 운동을 전개한다고 해서 인민들 사이 금연 운동이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상통제가 심한 북한이 기호식품까지 통제할 경우 북한 주민들의 반발이 심화될 수 있어 보여주기 식 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서재평 사무국장은 “(북한은) 사상적 통제가 워낙 많은데 기호식품까지 통제하면 주민들 입장에서 반발이 확산될 것”이라면서 “북한 주민들의 경우 간식도 없고 별다른 유흥거리도 없는 상황에서 담배까지 없으면 직업 활동이나 생활에 지장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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