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 방송의 추악한 진실과 반전 '트릭'
이정진·강예원·김태훈 출연…이창열 감독 연출
"우리 사회·언론 돌아볼 수 있는 작품 됐으면"
2004년 방송국 보도국 기자 석진(이정진)이 보도한 '쓰레기 만두 파동' 사건은 오보로 판결 나고, 해당 만두 회사 사장은 투신자살한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석진은 보도국에서 퇴출된다.
10년 후 교양국 PD로 복귀한 석진은 시한부 암 환자 도준(김태훈)과 그를 간호하는 아내 영애(강예원)를 다룬 휴먼 다큐멘터리 '병상일기'를 방송해 국민적인 관심을 받는다.
첫 방송에서 6%로 시작한 시청률은 회차를 거듭할수록 상승 곡선을 그리고, 5주차 방송에선 24%를 돌파한다. 드라마국은 8.3%, 예능국은 6.6%에 그쳐 시청률 가뭄에 시달리지만 석진은 대박을 치며 승승장구한다. 그러던 중 방송국 사장으로부터 '시청률 35% 돌파 시 보도국 복귀'를 제안받는다.
시청자의 폭발적인 관심과 호응에 힘입어 영애는 방송에 중독되고 만다. 화장은 짙어지고, 남편의 건강보다는 방송을 신경쓴다. 방송을 거듭할수록, 도준의 상태는 악화되고 영애는 방송을 지속해도 될지 고민한다.
석진은 자극적인 방송을 위해 악마의 편집은 물론, 폭행사주, 불법 도청, 무단 촬영까지 불사한다. 다큐멘터리는 막장으로 치닫는다. 무리한 촬영이 이어지자 도준은 방송 출연을 거부하지만, 석진은 마지막 최고 시청률을 터뜨리기 위해 영애를 설득, 은밀한 제안을 한다.
영화 '트릭'은 방송가에서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 '악마의 편집'을 다뤘다. 이창열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이 감독은 "시청자들이 방송을 보면서 조작일까, 진실일까를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 영화가 언론과 사회가 가진 문제점을 한 번쯤 되짚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듯하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 감독은 이어 "시청자들이 방송을 보고 무조건 사실이라고 믿는 문화와 진실 속에 감춰진 것을 담으려고 했다"며 "누구나 가해자 또는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부분을 건드렸다"고 전했다.
이 감독의 말마따나 영화는 시청률에 목매는 방송가의 민낯을 드러낸다. 시청률을 위해 불륜, 폭행 등 온갖 막장 요소를 집어넣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영화 속 방송국 사장이 석진에게 '메가톤급 핵폭탄' 프로그램을 주문하고, "우리는 썩은 고기와 핏물이 나는 날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자극하는 부분이 대표적이다.
다큐멘터리 속 영애의 모습도 낯설지 않다. PPL(간접 광고) 때문에 브랜드 상품을 쓰고, 프로그램의 진정성보다 '보여주기'에 더 중점을 둔다.
석진이 아픈 도준에게 "드라마 주인공처럼 연기하라"고 짜증내는 장면도 그렇다. 이들에겐 진실, 진심, 정보 전달보다 시청률과 화제성이 더 중요하다.
시청자들이 막장 드라마를 욕하면서 보는 이유도 영화 속 상황과 비슷하다. 도준이 처한 안쓰럽고, 극단적인 모습을 보며 '막장'이라고 치부하지만 시청률은 높아져만 간다. "방송은 마약"이라는 석진의 말은 아무리 욕먹어도 방송을 내보낼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 감독은 "보여주기식 영화가 아니라서 자극적인 부분을 최대한 배제했다"며 "이야기의 순수함을 따라가면서 촬영했다"고 밝혔다.
화려한 액션이나, 볼거리가 풍성한 영화는 아니다. 석진 중심으로 이야기를 따라가다, 후반부에 예상치 못한 반전을 터트린다. 도준과 영애가 다큐멘터리에 참여한 이유가 초반에 설명되지 않아 의문이 들지만 그 이유가 나중에 밝혀지면서 고개가 끄덕여진다.
마지막 반전이 강점이다. 다만, 반전에 이르는 과정이 밋밋해 지루하게 느끼는 관객들도 있겠다. 반전을 너무 극적으로 만든 기분이 드는 것도 아쉽다.
이야기 하나만으로 끌고 가는데 밀어붙이는 힘이 부족한 면도 있다. 방송계의 이면 역시 이미 많은 대중이 알고 있는 터라 신선하지 않다.
이정진, 강예원, 김태훈 모두 제 몫을 다한 연기를 펼쳤다. 1987년 미스코리아 진, 이듬해 미스 유니버스 2위에 올라 주목을 받았던 장윤정이 병원 원장 역을 맡아 16년 만에 복귀한 점이 눈길을 끈다.
이정진은 2012년 '피에타' 이후 4년 만에 스크린 복귀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남이 좋아하는 것' 중 '남이 좋아하는 것' 중요시하다 보니 석진이 같은 괴물이 탄생한 것 같다. 연기하면서 내가 석진이라면 어떨까 싶었다. 이 사회에 있을 법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평소 다큐멘터리 광팬이라는 강예원은 "내가 좋아하는 다큐가 조작 방송이라면 배신감을 느끼고, 방송국에 찾아갈 것 같다"며 "우리 영화를 통해 조작 방송이 없어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7월 13일 개봉. 상영시간 94분. 15세 관람가.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