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유인납치" 끝없는 시비 "잘 키운 자식이라?"
집단탈북자 지인 동원·'유인 납치극' 전문 코너도 개설
전문가 "출신성분 좋은데 배신, 아픈 만큼 대남선전 강화"
해외 북한 식당 종업원 12명의 집단 탈북사건에 대한 북한의 비난·선전 공세가 장기화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 4월 우리 정부가 집단탈북 사실을 공개한 이래 약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국정원의 유인 납치’라는 주장을 펼치며 강도 높은 비난·선전 공세를 지속하고 있다.
북한 대남선전매체인‘우리민족끼리’(우민끼)는 지난 4월 15일 ‘천인공노할 집단유린랍치죄악은 천백배로 계산될것이다’라는 코너를 신설, 하루 평균 4~5개의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그 무엇으로써도 유인랍치만행의 죄악을 감출수 없다’, ‘우리 식당종업원들 지금도 완강히 저항, 당황망조한 국정원’, ‘남조선당국에 보내는 항의서’ 등의 글이 실렸으며 7월 13일 현재까지 ‘우민끼’에는 이 같은 내용의 텍스트 게시물 230여개, 영상콘텐츠 약 23편이 게재됐다.
이처럼 북한이 이번 집단 탈북자들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식당 종업원들이 집단으로 한꺼번에 탈북한 상황 자체가 이례적일뿐 아니라, ‘출신성분’이 좋은 사람으로만 선발된 북한 내 중상층 이상의 해외식당 종업원 무리가 탈출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그간 북쪽에 남은 가족들의 신변 위협을 우려해 탈북 사실을 비공개로 해온 전례에도 이번 집단탈북자들에 대해서는 먼저 입국 사실을 확인하고 공식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통일부는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며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이 한꺼번에 탈북해 입국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현재 대북제재 국면에서 이렇게 집단탈북이 이루어졌다는 상황 자체가 이례적이기 때문에 발표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통일부 관계자는 “이번 탈북자들은 출신 성분이 좋은 중상층 사람들로 이들이 집단 탈출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해외 북한 식당 종업원들의 경우 중상급 이상의 출신성분을 타고난 대학졸업자들로 이중에서도 외모, 지적능력, 충성도 등을 겸비한 사람을 최종적으로 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함경북도 청진 출신의 한 탈북자는 본보에 “북한 해외 식당 접대원들은 북한 내에서 미모, 지성을 겸비한 ‘인텔리’로 통하며 중앙당이나 각 시·도·군의 이름난 간부급 자녀들이 대부분”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또한 집단 탈북 사례가 내·외부적으로 공개되면서 북한 사회가 정치·경제적으로 위축될 것을 우려, ‘유인납치’를 주장하며 우리 정부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 같은 이유로 외부적으로는 자신들의 주장을 국제사회에 계속해서 선전하고, 내부적으로는 이른바 ‘집안단속’을 한다는 것이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13일 본보에 “북한이 해외식당 집단탈북자들을 두고 장기적 공세를 펼치는 것은 ‘잘 키운 자식’이기 때문에 그만큼 아픔이 크다는 것”이라면서 “북한 사회에서 출신성분도 좋고 교육도 잘 받은 인재들이 북한을 버리고 한국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자존심이 상한 북한이 그에 비례해 대남선전을 벌이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밖에도 그는 “해외식당 종업원들의 집단탈북에 따른 내부동요를 막고 북한 해외 주재원들의 ‘집단 탈북 도미노’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유인납치’를 주장하는 것”이라면서 “이 사건으로 해외 근로자들이 타격을 받게 되면 외화벌이가 위축되고, 이는 체제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고 첨언했다.
아울러 정부가 북한에 남아있는 탈북자 가족들의 가중 처벌을 우려해 집단탈북자 문제를 공론화하지 않는 틈을 타 북한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북한 소식에 정통한 대북소식통은 같은 날 본보에 “북한 입장에서 해외 노동자 12명이 한 번에 나오는 것은 불가능한 일로, 자신들의 주장을 끝까지 밀어붙여 결국 ‘유인 납치’라는 것을 증명하고자 할 것”이라면서 “한국이 집단 탈북자 문제를 이슈화하지 않을 때 북한은 자신들의 입장을 더 강력히 주장하며 원하는 결론에 이르려는 의도”라고 전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4월 8일 우리 정부가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들의 집단탈북 사실을 공개한지 5일 만인 13일, 적십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첫 공식 반응을 내놨다. 북한 대남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우민끼)는 당시 적십자회를 인용해 “괴뢰패당이 조작한 이번 집단 탈북 사건은 북한에 대한 중대한 도발이자, 전대미문의 유인 납치 행위”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이후 북한은 각 매체를 동원해 이 같은 주장을 펼치며 집단탈북자들의 신상 공개뿐 아니라 이들의 동료·가족들을 동원해 연일 선전 공세를 벌이고 있다. 북한은 지난 4월 27일 ‘박근혜역적패당에게 유인랍치된 처녀들의 가족과의 인터뷰’라는 영상을 올린 이후 지금까지 수차례 집단탈북자들의 지인들을 공개하며 선전 공세를 벌이고 있다. 지난달 3일에는 이들의 가족과 동료들을 동원해 ‘유인 납치’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기도 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집단탈북자들의 가족들을 서울로 보내겠다는 이례적인 제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북한 적십자회와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지난 4월 22일과 28일, 집단 탈북자들을 가족들과 접촉할 수 있게 해달라는 제안을 거듭 요청했다. 당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조선적십자회를 인용해 “가족들이 서울에 나가 자식들을 직접 만날 수 있도록 필요한 실무적 조치를 시급히 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거듭 밝혔다.
이밖에도 대남선전매체에 별도 신설한 ‘집단탈북자 코너’를 통해 이들의 탈북이 우리 정부의 ‘유인납치극’임을 주장하는 게시물들을 담화, 성명, 편지, 기사, 논평, 투고, 녹음물 등 다양한 형태로 계속해서 게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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