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펼쳐진 지난달 31일 마산구장. 7회초 종료 시점까지 LG는 8-0으로 크게 앞섰다. LG의 주말 3연전 싹쓸이 및 5연승이 기정사실로 보였다. 그리고 대반전이 일어났다.
7회말 2사 1루에서 NC 김성욱의 타구가 외야에 솟았다.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던 선발 우규민은 이닝 종료를 직감한 듯 3루 더그아웃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타구는 중견수 김용의의 글러브에 맞고 떨어졌다. 기록상으로는 1타점 2루타였지만 실책에 가까운 수비였다. 앞선 오지환의 실책에 이어 승부의 흐름이 묘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이후 LG 마운드는 급격히 무너졌다. 7회말에만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두고 6실점했고 9회말에는 피홈런 2개로 4실점해 8-10 역전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어처구니없는 참사였다.
이날 LG의 패인으로는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다. 7회말 선두 타자 테임즈의 타구에 대한 오지환의 실책, 사사구를 남발한 투수들의 제구 난조, 투수 및 포수 교체 시점 등 다양한 복기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닝 종료와 직결되는 아웃 카운트를 처리하지 못한 김용의에게 아쉬움이 남는다.
LG, 외야수 멀티 포지션 경향 두드러져
김용의는 전문 중견수가 아니다. 올 시즌 수비에 나선 이닝만 살펴봐도 분명히 드러난다. 그는 1루수로서 148.1이닝, 중견수로 120.2이닝을 소화했다. 중견수보다 1루수로 나선 이닝이 더 많았다.
김용의보다 중견수 소화 이닝이 많은 선수가 LG에는 2명이나 더 있다. 임훈이 237이닝, 이천웅이 144이닝을 중견수로서 뛰었다. 이쯤 되면 누가 LG의 주전 중견수인지 헷갈리지 않을 수 없다.
LG는 외야수들의 멀티 포지션 운영이 두드러지는 팀이다. 김용의는 1루수와 중견수 외에 좌익수로 2이닝, 우익수로 13이닝을 나섰다. 임훈도 좌익수로 2이닝, 우익수로 74이닝 동안 수비에 임했다.
2016년 LG의 최고 히트 상품은 단연 채은성이다. 하지만 채은성 역시 외야에서 자신만의 포지션이 있다고 규정하기 어렵다. 우익수로 407.1이닝, 좌익수로 135.1이닝, 중견수로 88이닝을 나섰다.
LG에는 외야 전 포지션을 소화한 선수가 5명이나 된다. 하지만 이들 중 전문 외야수 출신은 임훈 외에 없다. 이천웅과 이형종은 투수 출신이다. 김용의는 내야수, 채은성은 포수 및 내야수 출신이다. 전문 외야수 출신이 아니면서도 외야 전 포지션을 두루 맡는 것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외야 수비, 결코 쉽지 않은 이유
강한 타구나 땅볼 타구를 주로 처리하는 내야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비 능력이 떨어지는 선수들을 배치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하지만 중견수는 타자가 타격해 정면으로 날아오는 타구의 낙구 지점을 포착하는 것이 어렵고 수비반경이 가장 넓은 포지션이다. 좌익수와 우익수를 모두 뒷받침하며 외야 전체를 커버하는 넓은 수비 범위도 필요하다.
우익수는 강견이 요구된다. 2루와 3루를 돌아 홈으로 향하며 자신으로부터 멀어지는 주자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좌익수는 중견수와 우익수보다는 수비 난이도가 낮은 편이다. 하지만 우익수와 마찬가지로 좌타자와 우타자의 타구 속성이 다른 것에 유의해야 한다.
내야수의 수비 실책은 대부분 한 베이스만을 더 주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외야수의 수비 실수는 두 베이스 이상을 줄 수 있다. 극단적으로 단타성 타구가 인사이드파크홈런으로 둔갑되기도 한다.
전문적 수비 포지션 부여가 필요해
LG에서 멀티 포지션은 최근 한두 해에 국한된 경향만은 아니다. 과거 LG에 몸담았던 서동욱이 내야수와 외야수, 박경수가 유격수와 2루수를 겸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의 공수 기량은 LG에서 만개하지 못했다.
멀티 포지션은 주전으로 자리 잡지 못한 선수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팀으로서도 선수기용의 폭을 넓힐 수 있다. 하지만 주전으로 고정된 선수가 없는 가운데 외야진의 전 선수가 멀티 포지션을 소화한다면 지난달 31일 경기와 같은 대참사는 되풀이될 수도 있다. 게다가 수비에 대한 부담은 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정설이다.
LG는 정규 시즌 144경기 중 92경기를 소화했다. 외야진의 옥석 고르기가 충분히 무르익었다. 멀티 포지션 활용보다는 선수 별 전문적인 수비 포지션 부여를 검토해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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