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충수 된 김성근 승부수, 짙은 트라우마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6.08.03 16:34  수정 2016.08.03 16:35

KIA와의 경기서 선발 요원 카스티요까지 등판

뼈아픈 끝내기 패배 당하며 명분, 실리 잃어

김성근 감독의 파격적인 승부수는 '실패'였다. ⓒ 연합뉴스

중요한 고비에서 선수들을 믿지못한 김성근 감독의 승부수가 뼈아픈 패배를 불러왔다.

한화는 2일 광주 KIA전에서 충격의 끝내기 역전패를 당했다. 한화는 1회부터 4점을 뽑아내는 등 화끈한 타격을 앞세워 KIA에 리드를 잡았으나 마지막 9회를 버티지 못하고 박찬호에게 끝내기 안타를 내주며 무너졌다.

김성근 감독이 고비에서 과감하게 던진 승부수들이 결과적으로 연달아 자충수가 되어버린 장면이 특히 뼈아팠다. 한화가 9-7로 아슬아슬한 리드를 이어가던 7회초 1사 1, 3루 타석에는 타율 1위 이용규가 들어섰다. 이날도 7회 타석 전까지 이미 2안타를 기록하며 쾌조의 타격감을 이어가던 이용규였지만 한화 벤치는 강공 대신 스퀴즈 번트를 지시했다.

하지만 공이 바깥쪽으로 빠지며 이용규의 번트는 실패로 돌아갔고 이미 스타트를 끊었던 3주자 하주석이 협살에 걸려 졸지에 2사 2루가 됐다. 이용규는 이이전 공격에서 중전 안타를 뽑아내며 2사 1.3루 찬스가 계속됐으나 정근우가 2루 땅볼로 물러나며 추가 득점에는 실패했다.

김성근 감독은 경기 후반 1점이라도 점수차를 더 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듯 하지만 결과적으로 스퀴즈 번트가 실패로 돌아가며 흐름이 끊겼다. KIA는 이어진 7회말 공격에서 1점을 만회하며 1점차까지 추격했고 결국 9회에 한화 불펜을 공략하며 역전극을 이뤄냈다. 김성근 감독의 작전 실패가 불러온 나비효과다.

김 감독의 패착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한화는 9회 9-8, 1점차로 간신히 앞선 상황에서 주전 마무리 정우람 대신 선발요원 파비오 카스티요를 마운드에 올렸다. 송창식과 권혁을 모두 소비한 한화로서는 남은 필승조 자원은 정우람 밖에 없었다. 문제는 정우람이 최근 5경기에서 연속 실점을 허용하는 등 7월 자책점이 7.84로 매우 부진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카스티요를 내보낸 김성근 감독의 파격은 최악의 결과로 되돌아왔다. 카스티요는 등판하자마자 필과 나지완에게 연달아 안타를 허용하며 무사 1, 2루 위기에 처했고 이범호에게 좌전 적시타를 내주며 9-9 동점을 허용했다.

그제야 정우람이 마운드에 올랐다. 정우람은 무사 만루의 절망적인 위기에서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아내며 잘 버텼지만 마지막 타자인 박찬호에게 2루 사이로 빠지는 결승안타를 허용했다. 타구가 빠르긴 했지만 2루수 정근우가 잡을 수 있었던 공이었기에 아쉬움이 남았다.

정우람은 최근 부진하긴 했지만 올 시즌 기아를 상대로 7.2이닝간 자책점 1.17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김성근 감독이 정우람을 활용할 의도가 있었다면 아무리 늦어도 카스티요가 첫 타자를 출루시킨 시점에서는 투입해야했다. 동점을 허용하고 무사에 끝내기 역전주자가 득점권에 나가있는 상황에서야 정우람을 올린 것은 결과적으로 예정된 패배의 아픔만 마무리에게 떠넘긴 꼴이나 다름없었다.

이 장면이 한화 선수들에게 남길 트라우마는 꽤 커 보인다. 김성근 감독은 중요한 고비에서 마무리 정우람을 신뢰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차라리 휴식이라도 줬다면 모를까, 최근 부진으로 가뜩이나 위축된 정우람에게 또다시 끝내기 패배의 멍에(기록상 패전투수는 카스티요)를 안긴 것은 덤이다.

선발투수인 카스티요를 당겨쓴 것도 부담이다. 카스티요는 지난달 29일 잠실 두산전 4.1이닝 98구를 던진 뒤 3일 휴식 후 등판이었다. 일정대로라면 4일 광주 KIA전이 카스티요의 다음 선발 등판 일정이다. 눈앞의 1승에 연연하다가 주력 투수들을 소모하고도 역전패당했고, 몇몇 선수들에 대한 신뢰부족까지 만천하에 드러낸 김성근 감독의 뼈아픈 자충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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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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