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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 위한다며 상처주는 박원순의 기습과 위법


입력 2016.08.07 14:58 수정 2016.08.07 14:59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

<박주희의 진실한쿡!>법적 분쟁 상정하고 밀어붙이기

복지부와 협의한다며 사실상 통보하면서 헌법 들먹여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5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민선 6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청년들을 유혹하기 위한 포퓰리즘 경쟁이 이젠 선거시즌과 상관없이 기승을 부린다.

또 국회의원이나 정치인들만 그 경쟁의 링에 오르는 것도 아니다.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장들도 때를 가리지 않고 선심성 정책을 내놓는다. 바로 서울시의 청년수당, 성남시의 청년배당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들은 ‘자치사무’라는 용어를 빌려 ‘내 지역 청년들을 돕는 제도’라 하지만, 속내는 자신의 정치 폭을 넓히고 정치 길을 탄탄히 다져 놓으려는 것일 터다. 그런 정치욕심으로 지역곳간을 축내고 청년들에게 도덕적 해이를 심어주게 된다면 과연 옳은 정책일까.

청년수당 지급을 두고 벌어진 분쟁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서울시가 서울시 거주 청년 2831명에게 1인당 50만원씩 청년수당을 현금으로 지급하자 즉시 보건복지부가 그 다음날 집행을 중단하라는 직권취소 조치를 내렸다. 이에 서울시는 불복, 대법원 소송뿐 아니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좌불안석인 이는 청년들이다. 수당을 써도 되는지 환급해야하는지 지루한 갈등의 끝을 예측하기조차 힘들다.

서울시의 청년수당이 중앙-지자체를 넘어 여-야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다. 그래서 이 청년수당 지급 문제가 마치 서울시 대 정부․여당 간의 갈등으로만 비춰지는 듯하다.

일각에서는 차기 대권주자인 박원순 시장과의 각 세우기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표면적인 정치적 해석은 차치하고 사안의 본질을 들여다봐야한다. 서울시의 ‘청년수당 기습 지급’은 사실상 절차적 정당성이나 복지예산 집행의 효율성 측면에서 진단해야 한다.

청년수당이나 청년배당 등은 지자체가 신설하는 복지사업이기 때문에 2013년 1월부터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보건복지부와 협의해야 한다. 이는 복지사업의 유사․중복으로 예산 낭비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남시의 공공산후조리원, 서울시의 청년수당 등이 정부로부터 불수용되자, 일부 자치단체장과 복지만능주의에 환상을 가진 세력들은 현 정부가 자신들의 복지사업을 정치적 입장에서 차단시킨다고 보는 듯하다.

하지만 거슬러보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는 참여정부 때부터 등장했다. 사회복지가 확대되자 복지의 도입뿐 아니라 재원배분의 우선순위 조정이나 복지예산의 효율성을 위해 복지구조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그 결과 2007년 유사·중복사업 통폐합 기준을 마련했고 통폐합 33개 사업, 전달체계개선 27개 사업 등 총 64개 사업을 선정하여 각 관련 부처에 대해 해당 사업을 조정하도록 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복지사업의 유사·중복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사회복지전달체계의 개편으로 타겟을 맞췄다.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을 구축하여 2009~2011년 간 타부처의 복지사업 약 400여 개를 연계․통합시켰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집권 초기부터 중앙행정기관의 복지예산사업을 조사하여 17개 중앙행정기관의 292개 사회보장사업을 재조정하고, 2013년 전 부처별 사회보장국가사업 현황조사를 통해 새롭게 파악된 140개 사업을 합쳐 2014년에 사회보장사업 360개 사업으로 재분류했다.

현재 정부는 사회보장제도 신설 및 변경시 협의·조정제도 도입과 유사·중복 복지사업 정비라는 복지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위한 마지막 단계를 마무리하고 있다. 그러니 현 정부의 복지사업 방향이 포퓰리즘에 취한 야당 지자체장과 갈등을 빚는 건 어쩔수 없는 일이나, 승인을 거부당했다고 해서 지자체장들이 억울해 할 일은 아닌 것이다.

현행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 시 중앙행정기관장과 자치단체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협의를 요청해야 한다. 만약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회보장위원회에 상정되어 위원회가 최종적으로 심의․조정한다.

여기서 ‘협의’라는 것은 법제처가 보건복지부 장관과 '합의 또는 동의'의 의미라고 이미 법령해석을 내린 바 있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그 ‘협의’ 용어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자신들은 사회보장기본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그들이 보여준 행태는 ‘협의’가 아니라 결국 ‘통보’였던 셈이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되레 정부의 청년수당 중지 명령은 헌법에 보장된 지방자치권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주장한다.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라고 명시된 헌법 117조 제1항을 들먹이면서 말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그 조항의 반토막만 내세웠다. 제1항의 전문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이다. 이 조문에 청년수당을 적용시키면 사회보장기본법이라는 법령을 위반한 청년수당 지급이라는 자치규정은 둘 수 없다.

또한 정부가 서울시의 청년수당을 어떤 객관적 기준도 없이 불수용한 게 아니다.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 협의 운용지침에 의하면, 대상자와 급여, 전달체계 등이 적절한지, 재정부담과 재원조달상 문제는 없는지, 사업의 효과나 성과목표 등 기대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 등을 종합 판단하여 수용․불수용 결정을 내린다.

사회보장위원회로 넘어온 사회보장사업 협의요청 건수는 2013~2015년 3년 간 총 503건에 달한다.

특히 2015년도에는 총 361건으로 급증했고 불수용 사업도 33건이다. 불수용 사업들 대부분은 ‘현금성 지원’이나 공공산후조리원-보육시설 등의 ‘복지시설 설치’ 사업이다. 정부는 불수용 사유로 △1회적 현금성 지원은 사회보장 성격으로 보기 힘듦 △기존 복지(기초연금,양육수당)와 중복 △자치단체 재원의 지속 가능성 감안 필요 △지역 간 형평성 문제 △복지투자의 효율성 저하 등을 들고 있다. 그러니 서울시 청년수당을 마치 어떤 정치적 구도 차원에서 정부가 불수용했다고 몰아가면 오산이다.

이제 서울시는 청년수당 직권취소의 근거가 된 사회보장기본법 개정과 청년수당의 ‘법제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청년수당 지급을 위법으로 만든 그 법을 개정해 청년수당 사업을 합법화로 만들겠다는 어처구니 없는 발상이다. 이는 서울시의 위법 행위를 스스로 인정한 꼴 아닌가. 벌써 야당은 저소득층에게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은 청년고용촉진특별법 개정안과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서울시가 이미 정치권과의 긴밀한 공조도 이룬 모양이다. 서울시와 야당이 청년수당을 어떻게 정치화시키고 청년들의 환심을 사려한들, 핵심은 서울시의 청년수당 지급 사안은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한 위법’이다.

청년수당을 두고 오랫동안 정부와 마찰을 겪어온 서울시는 아마 법정 투쟁으로 치닫는 상황까지 시나리오로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 틈에서 청년수당 대상자들이 겪을 혼란도 고려했을터다. 결국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왔다. 서울시가 진정 청년수당 시행을 통해 얻으려는 것은 무엇일까.

글/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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