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언니' 장혜진, 활로만 끝내준 하루

데일리안 스포츠 = 김태훈 기자

입력 2016.08.12 21:42  수정 2016.08.13 06:34

준결승 기보배 넘고 독일 리사운루 꺾으며 금메달

귀여운 외모로 주목받았던 장혜진...활로만 끝낸 날

여자양궁 2관왕에 등극한 장혜진. ⓒ 게티이미지

여자양궁대표팀의 '예쁜 언니' 장혜진(30)이 활시위로 여제의 포스를 내뿜으며 금메달을 쐈다.

세계랭킹 6위 장혜진은 12일(한국시각) 브라질 삼보드로무 경기장서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개인전 결승에서 랭킹 16위 리사 운루(독일)를 맞이해 6-2(27-26 26-28 27-26 28-27) 승리하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준결승에서 기보배를 꺾고 올라온 장혜진 앞에 선 리사 운루는 의외로 만만치 않았다.

장혜진은 결승에서 1세트를 이기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3발 모두 9점을 쐈지만 운루가 9점 2발, 8점 1발을 쏘면서 장혜진이 2포인트를 따냈다. 하지만 2세트에서 26-28로 졌다. 더 우려됐던 것은 이때까지 바람에 흔들리며 10점을 쏘지 못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장혜진은 3세트 들어 감을 잡았다. 3세트 첫 발에서 드디어 10점에 명중했다. 반면 운루는 7점을 쏘면서 수세에 몰렸고, 결국 장혜진이 27-26으로 3세트를 따내며 4-2로 달아났다. 자신감을 충전한 장혜진은 4세트에서도 텐·텐을 기록하며 금메달을 예감했고, 마지막 발을 9점에 쏘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쾌활한 성격의 장혜진은 활짝 웃으면서도 흐르는 뜨거운 눈물은 막지 못했다. 관중석에서는 8강에서 떨어진 세계랭킹 1위 최미선이 축하의 인사를, 남자양궁 개인전에서 의외의 탈락으로 이변의 희생양이 된 세계랭킹 1위 김우진이 엄지를 치켜들었다.

장혜진은 지난 8일 단체전 금메달 포함 2관왕이 됐다. 여자양궁 2관왕은 1988 서울올림픽 김수녕, 1992 바르셀로나올림픽 조윤정, 1996 애틀랜타올림픽 김경욱, 2000 시드니올림픽 윤미진, 2004 아테네올림픽 박성현, 2012 런던올림픽 기보배에 이어 7번째다.

대단한 성과다. 한국 양궁은 1984년 LA 올림픽 서향순을 시작으로 8번의 올림픽에서 7번이나 여자 개인전 금메달을 쐈다. 2008 베이징올림픽 때만 중국(장쥐안쥐안)에 금메달을 양보했다.

30세라는 늦깎이 나이에 양궁 여제로 떠오른 장혜진은 4년 전 “올림픽 금메달 만큼 어렵다”는 한국 여자양궁 대표 선발전에서 4위에 그쳐 런던에 가지 못했다. 기보배의 2관왕을 지켜보며 축하만 할 수 있는 위치였다.

그러나 장혜진은 포기하지 않았다. 파이팅 넘치고 쾌활한 성격을 바탕으로 어려운 상황을 좌절로 끝내지 않고, ‘다시 해보자’라는 결기가 깔린 유쾌한 도전으로 세계선수권 단체전과 2014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 과녁에 명중했다.

하지만 리우올림픽까지 오는 과정은 역시 순탄하지 않았다. 대표 선발전에서 극과 극의 성적을 기록하며 가까스로 대표팀에 합류한 장혜진은 신예이자 세계랭킹 1위 최미선, 런던올림픽 2관왕이자 세계랭킹 3위를 달리는 기보배에 가렸다. 양궁 관계자들 사이에서 장혜진이 개인전 금메달을 획득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장혜진은 단체전에서 첫 번째 순서로 활을 쐈다. 상당한 부담을 안고 쏠 수밖에 없는 포지션이었지만, 막내 최미선의 능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코칭스태프 전략에 잘 따랐고, 기대에 부응하는 활약으로 금메달에 힘을 보탰다.

그때까지도 더 큰 주목을 받은 것은 올림픽 2회 연속 2관왕에 도전하는 기보배와 불패신예 최미선이었다. 팬들로부터 장혜진은 예쁘장한 외모 덕에 “아이돌급 포스”라는 농담 섞인 ‘칭찬’을 더 많이 받았다.

기보배 넘어 여자양궁 정상에 오른 장혜진. ⓒ 게티이미지

하지만 여자 양궁 개인전이 열린 12일, 장혜진은 더 이상 조연’이 아니었다. 장혜진은 16강에서 북한의 강은주를 6-2(27-27 28-24 29-27 27-27)로 꺾은데 이어 8강에서 영국 나오미 폴카드를 7-1(26-25 27-27 28-27 28-27)로 눌렀다.

가장 어려웠던 것이 4강이다. 올림픽 2연패를 노린 기보배를 7-3(19-25 27-24 27-24 26-26 28-26)으로 누르고 결승에 올랐다. 강풍 속에 1세트에서 3점을 쏘는 진기한 장면도 있었지만 장혜진은 굴하지 않고 기어코 승리했다.

전날 사격 3연패 위업을 달성한 진종오가 6.6점을 쏘고도 끝까지 완주해 금메달을 획득하는 장면을 연상케 할 정도로 기억에 남을 4강이었다. 기보배와의 접전에서도 옅은 미소를 띠며 과녁을 조준했던 장혜진은 부드러운 여제의 위엄을 보여준 ‘예쁜 언니’였다.

한편, 기보배는 개인전 동메달을 획득했다. 기보배는 여자개인전 3~4위전에서 알레한드라 발렌시아(멕시코)를 세트점수 6-4로 누르고 동메달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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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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