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청와대, 우병우 빠른 결단 내려야"
원외위원장 당사로 부른 이정현 "대통령 오찬 추진할 것"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17일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이번 개각 대상에서 빠진 것과 관련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사실상 사퇴를 촉구했다.
김 전 지사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원외 당협위원장 회의에서 "지금 청와대 민정수석 때문에 시끄럽다. 국민 여론은 이러면(가만 놔두면) 안 된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전 지사는 "이 문제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가장 쉽고 확실하게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원외위원장들이 건의해줘야 한다"며 "돈 드는 것도 아니고 대체할 인물이 없는 것도 아니고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는 것도 아니다. 신속한 시일 내에 시원한 결론이 내려지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이어 "국회의원의 특권이 너무 많다. 국회의원을 하는 사람은 당원협의회 운영을 안 하게 하든지 해서 공정한 게임이 되게 해야 한다"며 "의정활동을 하라고 한 것이지 지역활동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국회의원 보좌관 수를 줄이고 의원들은 세비를 반납하고 대통령과 공무원들은 다 봉급을 깎아 예산을 절감해야 한다. 추경을 계속하면 빚은 누가 갚나"며 "대신 청년의 희망을 줄 수 있는 과감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큰 박수를 이끌어냈다.
원외위원장들 '지구당 부활, 당내 민주화' 등 요구
한편 이날 회의에 전국 각지에서 모인 원외위원장들은 지도부를 향해 지역에서 당원들을 결집시키는 활동을 원활히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줄 것을 요청했다.
최만기 충남 천안을 위원장은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당원의 일심단결이 필요하다. 당원교육을 할 수 있도록 지구당 제도를 부활해 달라"고 했고 이승안 전남 광양곡성구례 위원장은 "홍보가 너무 부족하다. 당차원에서 국민께 당협위원장들이 지역활동을 잘하고 있는지 보여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창수 충남 천안갑 위원장도 "정책이 30%면 홍보가 70%여야 좋은 콘텐츠를 제대로 알릴 수 있다. 홍보에 신경써달라"고 홍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허용범 서울 동대문갑 위원장은 "우리당이 경상도당화 되는 게 너무 심각하다"며 "호남도 중요하지만 서울을 빼고는 전국 선거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수도권에 집중해달라"고 외쳤다.
이성헌 서울 서대문갑 위원장은 "선거 치르면서 동네 아주머니가 새누리당은 가진 자들을 위한 당이라 새누리당을 지지한다고 밝히면 쪽팔린다고 하더라"며 "정말 국민에게 가깝게 가기 위한 상징적인 모습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중앙당사가 여의도에 있을 필요가 있는 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했다.
전하진 성남 분당을 위원장도 "지금은 스포츠로 따지만 축구가 사라지고 야구를 해야 하는 시점인데 아직도 축구선수와 축구장을 늘리자고 하고 있다"며 "우리 당이 먼저 나서서 야구시합 할 때가 됐으니 야구를 하자고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변화를 촉구했다.
정준길 서울 광진을 위원장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서 '사실상 이 대표의 임기는 대선 후보가 나오는 올해 연말까지'라고 한 하태경 의원을 겨냥해 "이번 지도부는 엄연히 2년 임기를 보장 받고 대선 뿐 아니라 이후 지방선거까지 책임져야 하는데 4개월짜리 시한부라고 한 의원은 해당행위자다. 중앙당에서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우리 지역 문제 해결해주세요" 지역 민원도 속출
대체적으로 당의 변한 모습을 기대하고 원외 인사 활동의 활성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 가운데 일부 위원장들은 각자 지역의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했다.
전희재 전북 전주갑 위원장은 "수서발 KTX가 경부선과 호남선만 있고 전라선은 없는데 전라선을 만들어달라는 게 도민들의 염원"이라고 했고 이에 최근까지 한국철도공사 사장을 지냈던 최연혜 최고위원은 "지금은 호남선이 없지만 운행이 시작되다보면 불만이 많아질 것이고 그 때 운영의 묘를 살리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강요식 서울 구로을 위원장은 "지난 대선 때 남구로 시장에 당시 박근혜 후보가 다녀가며 완공식 때 와주겠다 했는데 오지 않았다"며 "이 대표가 대신 꼭 구로시장을 방문해줄 것을 건의한다"고 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진지한 분위기 속 중간중간 재치 있는 발언으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드는 사람도 있었다. 김동식 김포갑 위원장은 "언론을 보니 이 대표가 글씨를 잘 못 쓰는 것을 알았다"고 해 이 대표가 폭소를 터트렸고 대전갑의 진동규 위원장은 자신을 소개하며 "진동을 켜달라"고 유머를 던졌다.
또 송파병의 김을동 전 최고위원이 "국가에 헌신봉사한 사람들이 예우 받는 나라가 아니고 홀대 받는 대한민국으로 있었다"며 보훈처장의 장관급 격상을 요구하자 이 대표는 이를 수용하며 "김 전 최고위원님은 김좌진 장군님, 김두한 의원님, 송일국이, 대한·민국·만세 등 여섯 남자 이야기만 한다"고 농담을 해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1시간 반 동안 20명이 넘는 위원장들의 발언이 어이진 뒤 이 대표는 "우리 당원이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청와대에 와서 대통령을 뵙고 말씀을 듣고 식사할 수 있도록 건의를 올렸다"며 "당원들이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항상 섬기는 마음으로 수시로 여러분들을 만나겠다"고 약속했다.
회의는 큰 박수로 마무리 됐고 오랜만에 만난 원외위원장들을 포함한 전현직 의원들은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당사를 빠져 나갔다. 출입문에 서서 원외위원장 한 명 한 명과 인사를 나누던 유창수 청년최고위원은 김 전 최고위원을 보자 "대한·민국·만세를 정말 좋아하는 팬"이라고 아는 체를 했고 김 전 최고위원은 "우리 아들(송일국)보다 잘 생겼다"고 덕담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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