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북, 자녀들에게 안전한 곳" 정작 탈북동기는 '자녀교육'
태 공사 북 대사관 재직시절 발언 “북한은 모든 것이 보장된 곳, 자본주의는 우리의 미래가 아니다”
태 공사 북 대사관 재직시절 발언 “북한은 모든 것이 보장된 곳, 자본주의는 우리의 미래가 아니다”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근무하다 한국으로 귀순한 태영호 공사(55)가 주영 공사로 활동하던 시절 했던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북한 최고위급으로 유럽에서만 10년 이상 근무한 태 공사는 김정은 체제 선전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유튜브에 올라와있는 영상에 따르면 그는 "평양은 자녀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곳"이라고 선전을 늘어놨지만 국내 입국 후 털어놓은 자신의 탈북 동기는 '자녀교육'이었다.
지난 2014년 런던에서 열린 미국 인권 비판 행사에 참석한 유튜브 영상에서는 태 공사는 처음 런던에 도착했을 당시 이야기를 꺼내면서 “런던 사람들은 자유롭고 안전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부모가 아이를 혼자 학교로 보내지도 못한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며 100개가 넘는 CCTV에 둘러싸여 살면서 아이가 집 앞에서 노는 것조차 불안해하는 것은 우리가 원하는 사회가 아니라고 현대사회의 치안을 비판했다.
이어 “평양은 어린아이들이 늦은 시간에 길거리를 돌아다녀도 누구도 불안해하지 않는다”며 “북한에서 2년 지낸 영국인 친구는 평양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 국가에 의해 안전이 보장되어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북한 주민은 해외로 나갈 수 없다는 것이 사실이냐는 당시 질문에 “인터넷에 쳐보면 알 수 있는 아주 간단한 질문”이라며 “매년 10만명 이상의 노동자와 농민들이 중국, 중동, 러시아에 가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청중이 남북한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부탁하자 그는 “한반도는 한국인의 의지로 분단된 것이 아니라 제2차세계대전 당시의 초강대국에 의해 갈라졌다. 한편 러시아는 북한에서 철수했으나 미국은 아직도 남한을 지배하고 있다”며 “우리 목표는 남한을 미국으로부터 독립시키는 것”이라고 미국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북한의 여성인권을 지적한 질문에도 “물론 우리가 양성평등 사회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 정부는 더 나아지기 위해 각 분야에서 노력하고 있다”며 “직접 평양에 와서 본다면 다양한 분야의 여성 지도자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 2013년 10월 ‘영국 혁명적공산당(맑스-레닌주의)’ 당원과의 대화 영상에서도 태 공사는 “처음 영국에 와서 작은 부엌이 있는 방 두 개짜리 집세로 1200파운드(한화 약 170만원)을 내야 한다는 것이 충격이었다”며 “북한은 정부에서 인민의 평범한 삶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본국의) 내 친구들은 이 정도 금액이면 수영장이 있는 3층 집에 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김일성 주석은 ‘사람들이 돈 걱정을 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자’는 신념으로 북한의 체제를 만들었다”며 “북한은 모든 것이 보장된 곳이다. 결혼을 하면 나라에서 무료로 집을 주고, 아이를 낳으면 무상 교육이 보장되어있다”고 북한의 사회보장제도에 대해 설명했다.
영상에서 태 공사는 “승용차를 가지고 런던 시내로 나가면 주차요금은 어떡하나, 교통혼잡요금은 어떡하나라는 생각을 하느라 한시도 머리가 쉴 시간이 없다”고 농담을 하면서도 “자본주의는 우리의 미래가 아니다”라고 자본주의 사회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한편, 태 공사가 귀순한 다음 날인 18일 통일부 당국자는 “체제 선전에 앞장섰던 사람인 만큼 정보를 많이 접할 수 있었고, 외부에서 북한의 체제와 다른 나라를 비교할 수 있는 눈이 생겨 김정은 체제에는 희망이 없다고 느꼈을 것”이라며 “(태영호 공사의 귀순은)김정은 체제의 내부 결속에 금이 가는 일”이라고 말했다.
태영호 공사는 지난 17일 두 아들과 아내까지 모두 데리고 영국을 탈출해 한국으로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26세의 장남은 영국 해머스미스 병원에서 공중보건 학위를 받은 수재이고, 19세의 차남은 학교에서 최고성적 A를 받는 수재이면서 SNS와 게임을 즐기는 평범한 10대라고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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