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리 "고달픈 청춘시대, 좌절하지 말아요"

부수정 기자

입력 2016.09.01 09:21  수정 2016.09.08 10:04

JTBC '청춘시대'서 윤진명 역 맡아

"결말 만족…진명이가 행복했으면"

배우 한예리는 최근 종영한 JTBC '청춘시대'에서 20대 청춘 윤진명 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최근 종영한 JTBC '청춘시대' 속 윤진명은 그늘진 청춘을 대표한다. 등록금 때문에 휴학을 거듭한 진명은 스물여덟 졸업반.

남동생은 사고로 6년 째 식물인간 상태다. 엄마가 남동생의 곁을 지킨 사이 진명은 가정을 책임진다. 레스토랑 서빙,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한 달에 들어오는 돈은 고작 140만원. 학자금 대출 갚고, 방세·공과금·교통비·통신비를 빼면 최소 생계비만 남는다.

어쩌면 이렇게 가혹할까.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는데, 진명이는 그 권리마저 누릴 수 없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시청자의 가슴을 건드린, 20대 청춘 윤진명을 연기한 배우 한예리(31)를 드라마 종영 후 서울 삼청동에서 만났다.

한예리는 섬세한 연기력으로 윤진명을 받아들였다. 담담한 목소리와 자연스러운 연기력은 윤진명을 더욱 '짠내'나는 캐릭터로 만들었다. 그는 "의미가 있는 작품을 끝내서 기분이 좋다"며 "끝나서 아쉽다는 시청자들이 많이 기분이 좋다"고 조곤조곤 말했다.

배우 한예리는 JTBC '청춘시대' 윤진명 역에 대해 "행복해질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청춘시대'는 셰어 하우스 벨 에포크에 사는 다섯 하우스메이트 이야기를 담았다. 드라마는 영혼 없는 위로가 아닌, 청춘의 슬픈 자화상을 담담하게 그려 잔잔한 호응을 얻었다. 아쉬운 건 2%대 시청률이었다. 한예리는 "대작과 붙어서 아쉽긴 했다"며 "그래도 좋은 평가를 받아서 뿌듯했고, 시청률이 다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청춘시대' 캐릭터 중 진명에 대한 반응이 가장 뜨거웠다. 생계형 철의 여인 진명은 극 후반부 면접에서도 떨어지고, 식물인간 동생마저 잃는다. 사랑도 녹록지 않다. 좌절의 끝에 선 진명의 마지막 선택은 중국 여행이었다. 모든 걸 내려놓고 도전한 그에게 시청자들은 박수를 보냈다.

한예리 역시 결말이 마음에 들었다고 미소 지었다. "취직은 진명이의 목표이지, 꿈은 아니었어요. 회사에 들어가도 달라지는 게 없거든요. 자기 꿈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모든 짐을 내려놓고 여행하면서 자기 성찰을 암시하는 과정이 좋았습니다. 진명이는 한 단계 성장할 겁니다(웃음)."

다섯 하우스메이트는 각기 다른 삶을 사는 청춘이다. 유은재(박혜수)는 매사에 소심한 사회 초년생이고, 송지원(박은빈)은 모태솔로, 정예은(한승연)은 '나쁜 남자'에게 걸려 힘든 연애를 하는 여자고, 강이나(류화영)는 부유한 삶을 누린다. 이들의 삶은 얼핏 보면 평범한 듯하지만 그렇지 않다. 속에는 저마다의 상처가 있다.

JTBC '청춘시대'에서 윤진명으로 분한 한예리는 "꿈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서 좌절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20대 청춘에게 메시지를 전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흙수저' 진명 역의 한예리는 "어느 인생 하나 평범하지 않다. 다들 평범하게 사려고 애쓸 뿐이다. '청춘시대'는 평범하지 않은 우리가 잘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진명이의 인생이 너무 가혹하다고 했더니 "안 좋은 일들은 한꺼번에 몰려온다. 그 시간이 지나면 행복한 일들이 생긴다. 벼랑 끝에 몰려야 두 발로 일어설 힘이 생긴다는 게 작가님이 말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고초를 겪은 진명이는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 거예요. 사소한 것에 감사하면서요."

진명이에게 푹 빠진 듯한 그는 "진명이를 많이 좋아했는데 종영 후 더 사랑하게 됐다"며 "시청자들이 진명이를 사랑해주는 것 같아 기뻤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진명이의 행복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완벽한 해피엔딩이 나왔으면 별로 안 좋아했을 것 같다"며 "시즌2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진명이를 연기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을 묻자 "힘든 건 없었는데 진명이를 보고 시청자들이 지치고 힘들어하면 어떡하지 걱정했다"며 "진명이를 통해 위로받은 분들이 많아 다행이다"고 말했다.

배우 한예리는 JTBC '청춘시대'에서 박혜수, 류화영, 한승연, 박은빈 등과 호흡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진명이와 닮은 점에 대해선 "생활력은 비슷하다"며 "연기도 못하고, 배우도 못하게 되더라도 뭐든 하면 되지라고 생각한다"고 당찬 면모를 보였다.

'청춘시대'를 찍으면서 20대 한예리의 청춘이 생각났을 법도 하다. "저는 10대 때가 생각났어요. 무용이 전공이라서 진로를 확실히 정했거든요. 예중, 예고에 다니면서 무용만 보고 미친 듯이 달렸어요. 어린 나이에 현실의 벽을 체감했고, 또래 친구들과 경쟁하면서 경제적·신체적 차이를 절실히 느꼈어요. 알지 않아도 될 것들을 일찍 알았답니다. 그래서 진명이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고요."

한예리는 서현진과 예중, 예고 동창이다. tvN '또 오해영' 종영 기자간담회 때 서현진은 "한예리와 중, 고등학교 동창인데 배우와 무용수 두 일을 놓지 않는 한예리가 부럽다"며 "두 일을 하는 한예리는 현명한 사람"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언급하자 한예리는 "부럽긴 뭐가 부러워요"라고 웃은 뒤 "현진이는 춤을 정말 잘 췄고, 끼도 많아서 눈에 띄는 친구였다. 언젠가 터질 것 같다는 얘기를 한 적 있는데 잘 돼서 너무 뿌듯하다. 현진이는 본인이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춤을 출 수 있는 친구"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극 중 진명은 낡은 운동화, 구두를 신는다. 가방은 하나고 옷도 무채색이다. 가난한 캐릭터지만 예쁘게 보이고 싶어 화려한 의상을 택하는 여배우들과는 다른 행보다. 면접 때 신은 구두는 스타일리스트가 3000원 주고 사 온 거란다.

JTBC '청춘시대'에서 윤진명 역을 맡은 한예리는 "진명이를 많이 좋아했는데 종영 후 더 사랑하게 됐다"며 "시청자들이 진명이를 사랑해주는 것 같아 기뻤다"고 밝혔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이미 영화에서 옷 한 벌로 버틴 적이 많아요. 호호. 앞머리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어요. 앞머리는 멋을 내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낼까 말까 고민했는데 헤어 담당하는 분이 '앞머리'만은 포기할 수 없다고 하셔서 앞머리를 연출했어요(웃음)."

진명은 다섯 하우스메이트로부터 위로를 받는다. 집에 들어가면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 집 안의 온기, 떠들썩함 등은 힘든 현실을 잊게 해줬다. 그들은 아픈 진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응원한다.

진명이는 소리 내어 웃지도 않고, 울지도 않는다. 꼭 안아주고 싶을 때가 많았다. 언제 가장 진명이를 보듬어 주고 싶었을까. 잠시 생각에 잠긴 한예리는 "순간순간 그랬다"며 "특히 면접에서 떨어졌을 때 진명이를 안아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게 전부가 아니야'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었단다. "너무 낙담하고 힘들어하니까요. 진명이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해요. 저도 힘들 때 그랬거든요."

진명이를 보내면서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순간 울컥한 한예리는 이내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진명아 넌 충분히 행복해질 자격 있는 사람이야. 행복을 마음껏 누리면서 잘 살았으면 해. 그리고 너 자신을 사랑하고."

이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요청했다. 진심이 꾹꾹 담긴 말이 입에서 나왔다. "꿈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도 좌절하거나 실망하지 않았으면 해요. 항상 자신을 잘 돌봤으면 하고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 중요합니다."

JTBC '청춘시대'에서 윤진명으로 분한 한예리는 "끝나서 아쉽다는 시청자들이 많이 기분이 좋다"고 전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한국무용과 학사 출신인 한예리는 지난달 31일 방송된 아리랑TV 다큐멘터리 '만남(Encuentro)-문화를 넘어서 꽃피운 열정의 예술'에 출연해 아르헨티나 최고의 탱고 스타이자 국립예술단 감독 이냐끼 우를레사가를 만나 탱고를 배우고, 탱고 뮤지컬 '탕게라'의 배우들에게 직접 한국무용을 알렸다.

방송을 본 기자가 이를 언급하자 한예리는 "어머, 저도 못 봤는데 봤어요?"라며 웃었다. 한예리는 지난해 겨울 32시간을 날아서 간 아르헨티나에서 색다른 경험을 했다고 털어놨다. 무용 얘기를 하니 배우는 눈을 반짝이며 즐거워했다.

이 프로그램 촬영 전후로 한예리는 바쁜 시간을 보냈다. '최악의 하루', '사냥', '춘몽'을 찍고 아르헨티나 10일 일정을 마친 그는 귀국 다음날 바로 '청춘시대' 촬영에 들어갔다. 살인 스케줄을 강행 중인 한예리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 딱 이틀만이라도 쉬고 싶어요.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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