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병제 주장한 남경필, 사드 배치가 당론인데...
군 전문가 "긴박한 안보 상황에 맞지 않는 주장"
남경필 측 "인구 감소에 따른 강군 정책 중 하나"
최근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와 관련 한반도 안보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모병제를 주장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전날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당론으로 채택한 상황에서 남 지사의 모병제 주장은 '대선용 언론 플레이'라는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하는 상황이다.
남 지사는 31일 오전 'KBS 라디오'에 나와 모병제 도입을 적극 주장하며 "자원을 다 채우자는 개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람보다는 기계화 된 병력과 또 첨단 장비를 이용하는 작지만 강한 군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인구가 지금 감소하고 있다. 군대 전력이 현재 63만 인데 2025년도에 이 병력을 유지하려면 거의 불가능하다"며 "앞으로의 인구 절벽은 오고 이건 현실이다. 30만명 정도의 병력을 유지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추가 부담은 약 3∼4조원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면서도 "병력이 감축되면서 또 줄어드는 비용들이 있다. 이렇게 보게 되면 결국은 사회 전체에도 플러스 요인이 되어서 청년 창업, 청년 일자리 효과도 사실은 나타나게 된다"고 강조했다.
남 지사의 이 같은 발언은 야당과의 연정 실험, 행정수도 이전에 이어 내년 대선을 앞둔 국가 개혁과제를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권을 대표하는 유력한 잠룡 중 한 명인 남 지사가 국가안보와 국론통합을 동시에 강조하는 차원의 일환으로 모병제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남 지사는 오는 5일 '가고 싶은 군대 만들기'를 주제로 국회에서 열리는 포럼에 참석해 '강군 육성을 위한 한국형 모병제'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한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김 의원은 특히 청년 일자리 창출을 중심으로 사회경제적 차원에서 모병제를 도입할 필요성에 대해 주제발표를 할 예정이다.
긴장감 넘치는 남북 대치 상황, 모병제가 적절한가에 대한 의구심도
그러나 남 지사의 의도와는 달리 주변에서는 과연 남북 대치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적절한 주장이었는지 의구심이 나오는 상황이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31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현재 남북 군사 현실이 좋지 않은데 모병제를 통해 청년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발상은 부적절하다"며 "국가 안보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영역이다. 남 지사의 발언은 대선용 포퓰리즘에 불과하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이어 "남 지사가 속한 새누리당은 사드 배치를 당론으로 채택하고 있는데 이것과도 엇갈리는 주장"이라며 "지금 같은 극한의 긴장감 속에서는 할 수 없이 젊은 청년들이 군으로 동원되는 게 맞는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장성 출신으로서 국회의원을 지냈던 한 인사도 본보에 "남 지사가 어떤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인기영합적 발언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는 "모병제를 채택하면 엄청난 예산이 필요할 뿐 아니라 첨단 과학무기를 운용할 능력이 잇는 젊은이들을 어떤 방법으로 군으로 모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현 안보 실태를 고려하면 좀 더 신중해야 했을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 역시 "현재 사드를 놓고도 국론이 이렇게 나눠지는 상황에서 모병제를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거들었다. 전문가들이 남 지사의 모병제 주장은 현실에 전혀 맞지 않으며 여론을 의식한 주장이라는 공통된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이에 대해 남 지사 측은 "포퓰리즘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남 지사 측 한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포퓰리즘이라 한다면 실현 가능성이 없는데 특정 세력을 선동하기 위해 내놓는 정책인데 모병제는 그것이 아니다. 2025년이 되면 인구가 자연스레 줄 것이고 그 때 가장 효과적인 강군정책은 모병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장 모병제를 도입하자는 것이 아니라 군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 방법 중 하나가 모병제라는 것"이라며 "9월 5일에 있을 관련 토론회에서 좀 더 전문적인 내용의 근거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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