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전략' 절반의 승리 거둔 엄태웅, 나머지는...
성폭력 특례법으로 피소…경찰 수사 '함구'
소속사 측 모호한 입장 표명 후 침묵 모드
성폭력 특례법으로 피소…경찰 수사 '함구'
소속사 측 모호한 입장 표명 후 침묵 모드
아무래도 연예부 기자들이 명절 연휴에 겪어야만 하는 가장 큰 고충은 각종 연예계 현안에 대한 질문이다. 평소 뉴스를 통해 궁금했던 부분을 물어오는 가족이나 친지로 인해 난처한 상황을 겪는 연예부 기자들이 많은 것.
그렇다고 쉽게 이것저것 답을 해줄 수도 없다. 그런 자리에서 뭐라 얘길 했다간 이런 댓글의 주인공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우리 삼촌이 연예부 기자인데 사실은 이렇데~’ ‘내 친구 고모가 연예부 기자인데…’ 등등.
이번 추석 연휴 기간 동안 가장 큰 관심사는 당연 엄태웅 사건이다. 그런데 예상외의 반응이 감지됐다. 엄태웅 측의 묵묵부답 전략이 어느 정도 통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이미 박유천, 이진욱 등의 사건을 통해 ‘연예인의 성폭행 피소가 반드시 유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는 공식이 성립된 데다 엄태웅 사건의 경우 피해 여성이 다른 사건으로 구속 수감돼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이번에도 엄태웅이 성폭행 가해자가 아닌 무고죄의 피해자일 수 있다는 여론이 형성된 것.
게다가 엄태웅 측의 묵묵부답 전략으로 인해 관련 기사의 수도 그리 많지 않다는 부분도 엄태웅 측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분위기다. 그만큼 이슈가 확신되지 않고 조기에 수습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 물론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로 국한된 조용함일 수밖에 없지만 그 전까지의 여론전에선 분명 승리를 거두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까진 절반의 승리에 불과하지만 과연 엄태웅은 마지막에도 웃을 수 있을까.
사실 연예계에선 엄태웅 측의 대응에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우선 명확한 입장 표명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부분이다. 사실상 ‘고소인이 주장하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는 점과 ‘고소인에 대해서는 무고 및 공갈협박 등으로 인한 모든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 전부다.
여기서 고소인이 주장하는 내용이 성폭행 자체를 의미하는 지, 아니면 성관계 여부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인지가 명확하지 못하다. 미혼인 기존 성범죄 연루 연예인의 경우 성폭행이 아니라는 부분, 다시 말해 강간이 아닌 화간임을 입증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반면 엄태웅은 강간이 아닌 화간일 지라도 기혼이라 ‘불륜’이라는 치명적인 상황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성매매 의혹도 도사리고 있다.
왜 엄태웅 측이 성관계 자체를 부인하는 등의 강력한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애매모호한 입장을 보이는 지를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또한 고소인에 대해 무고죄 고소 등의 강력한 대응을 발 빠르게 하지 못한 채 ‘검토 중’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지를 두고도 말이 많았다. 게다가 경찰서 출두 당시에도 엄태웅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무고는 정말 큰 죄입니다”라며 강력한 입장을 밝힌 이진욱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이런 묵묵부담이 오해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그렇지만 추석 민심(?)은 예상 외로 침묵으로 일관한 엄태웅 측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모양세다. 침묵으로 일관하며 관련 기사를 최소화한 게 주효한 것. 만약 엄태웅 측이 뭔가 입장을 밝히며 강력한 대응을 했다면 관련 기사는 더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한 것도 엄태웅을 도왔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뭔가 기사가 양산되는 분위기였던 다른 사건과 달리 경찰이 이번엔 최대한 정보 유출을 막고 있다. 게다가 수사 속도도 다소 느리다. 우선 수사 속도가 느리게 보이는 까닭은 검찰에서 경찰로 사건 배당이 이뤄지지 마자 보도가 돼 느리게 보이는 부분이 있다.
사건을 담당하는 경기 분당경찰서는 사건을 받아 담당 부서를 정하기도 전에 관련 보도가 터져 나와 애를 먹었다. 게다가 이미 최근 불거진 연예인 성폭행 사건의 언론 보도 형태를 감안해 분당경찰서가 정보 유출에 극도로 예민한 모습을 보인 것도 관련 보도를 최소화했다. 분당경찰서는 장자연 사건을 통해 연예인 관련 사건의 정보 유출을 최소화하는 데 대한 나름의 노하우도 갖추고 있다. 게다가 추석 연휴 등이 끼면서 수사가 더 길어진 측면도 있다.
이렇게 침묵으로 대응한 엄태웅 측의 전략은 절반의 승리를 거두었다. 이제 관건은 나머지 절반, 사실상 논란의 핵심인 경찰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다. 엄태웅 사건이 기존 연예인 성범죄와 다른 근본적인 차이점은 혐의 내용이 성폭행 혐의가 아닌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이하 성폭력 특례법)라는 점이다. 성폭력 특례법은 타인의 거주지에 무단 침입해 강도 행위와 성폭행을 함께 했을 때, 2인 이상 함께 성폭행을 했을 때, 장애인을 대상으로 했을 때, 친족 간 성폭행을 했을 때 등의 다양한 항목이 있다.
분당경찰서에서 수사 내용을 철저히 함구하고 있어 엄태웅이 어떤 항목으로 성폭력 특례법 혐의를 받고 있는지 여부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법조계에선 성폭행을 하며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아 성폭행 특례법으로 조사를 받고 있을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추측은 분당경찰서가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힌 부분과도 연결된다. 이번 사건의 또 다른 특이점은 사건 발발 7개월 뒤에 고소가 이뤄졌다는 부분이다. 특히 피해여성이 다른 사건에서 사기죄로 실형을 받아 수감되고 3일 만에 이뤄졌다. 피해 여성이 사기죄로 실형을 받고 수감돼 3일 만에 7개월 전 사건으로 고소했다는 부분은 엄태웅 측에게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그렇지만 성폭행 특례법으로 피소됐다는 부분이서 비록 7개월이 지났지만 관련 증거가 존재할 가능성을 촉발하기도 했다. 당시 상해를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면 피해 여성이 주장하는 성폭행과 관련된 증거도 병원 등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경찰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는 완벽하게 장막에 가려져 있다. 경찰이 수사 내용을 철저히 비공개로 하고 있는 가운데 외부 정황들도 엄태웅에게 유리한 부분과 불리한 부분이 팽팽하게 맞서도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성폭행이 아닌 성폭행 특례법으로 피소됐다는 부분과 경찰이 증거를 확보했다고 말한 부분 등은 엄태웅에게 불리한 대목이다. 반면 피해 여성이 사기죄로 실형을 살고 있으며 수감 3일 만에 7개월 전 사건을 고소했다는 부분 등은 엄태웅에게 다소 유리해 보이는 대목이다.
물론 엄태웅 입장에선 경찰 수사 결과가 무혐의로 나올 지라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기본적으로 성매매 의혹을 넘어야 한다. 박유천의 경우처럼 성폭력에선 무혐의를 받을 지라도 성매매에서 혐의가 입증될 경우 검찰의 추가 수사 결과까지 상황이 장기화된다.
기본적으로 기혼자임을 감안하면 성폭행 혐의 여부를 떠나 성관계의 존재 여부도 중요하다. 성범죄라는 치명적인 위기를 극복했지만 불륜이라는 덫에 빠져선 안 되기 때문이다. 간통죄 처벌로 불륜이 형사 처벌 대상은 아니지만 연예인 입장에선 자칫 더욱 치명적인 수도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육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딸과 함께 방송 출연을 했다는 부분, 부인 윤혜진 씨 역시 발레무용가로 유명 인사인 데다 그가 유명 원로배우 윤일봉의 딸이라는 점도 문제다. 기본적으로 엄태웅은 엄정화의 동생이기도 하다. 이렇게 대부분의 가족이 유명인인 엄태웅이 불륜에 휘말릴 경우 그 파장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엄태웅 측은 유명 로펌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앤장에는 2년 전 경기경찰청장을 역임한 최동해 변호사가 소속돼 있다. 엄태웅의 소속사인 키이스트는 유명 연예 전문 변호사인 이재만 변호사와 함께 일해 왔다. 주지훈과 김현중 등 키이스트 소속 배우들의 사건을 담당한 이 변호사는 과거 주병진 사건에서 1심 유죄 판결을 2심 무죄 판결로 뒤집는 등 연예인 성범죄 변호에서 두각을 드러낸 법조인이다. 그럼에도 이재만 변호사가 아닌 김앤장을 선임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선 엄태웅 측의 대응이 그만큼 공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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