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독이 동독 인권개선 노력 안했으면 통일독일 없었다
통일연구원·콘라드 아데나워 재단 공동 국제학술대회
전문가 "북 인권정책, 대북정책서 벗어나 독립적 중요성"
통일연구원·콘라드 아데나워 재단·한국유럽학회 공동 국제학술대회
전문가 "북 인권정책, 대북·통일정책서 벗어나 독립적 중요성 부각"
독일 통일이 가능했던 것은 과거 서독이 동독의 인권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 결과로, 우리나라도 북한의 인권문제를 꾸준히 제기할 때 통일에 다가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로 다른 두 체제 간 인권에 대한 이해가 다르더라도, ‘인권의 보편성’에 입각해 지속적인 문제제기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경래 국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9월 3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통일연구원·콘라드 아데나워 재단·한국유럽학회 공동 주최의 국제학술대회에서 서독의 대동독 인권정책과 같이 한국의 대북 인권정책도 인권의 보편성에 입각해 꾸준히 전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서독의 대동독 인권정책은 동·서독이 화해와 평화협력을 모색하는 시기에 이뤄졌다”면서 “동·서독 간 대화와 협상을 전면 확대한 상황에서도 서독은 동독의 인권 유린 상황에 대해 문제제기를 이어갔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1970년대 당시 서독 사민당의 빌리 브란트(BillyBrandt) 수상은 동독과 기본조약 협상에서 유엔헌장의 정신에 입각해 인권을 강조했고, 결국 동·서독 기존조약 2조에 ‘인권보호’를 명문화했다. 헬무트 슈미트(Helmut Schmidt) 수상 또한 매년 의회에서 민족의 상황에 대한 보고연설을 통해 동독의 억압적 조치와 인권유린 문제를 계속해서 언급하며 동독 집권자들에게 인권 문제 개선을 요구했다.
1980년대 헬무트 콜(Helmut Kohl) 수상 때도 당시 동독의 에리히 호네커(Erich Honecker) 서기장이 서독의 수도 본(Bonn)을 공식 방문했을 때 접견 행사에서 인간의 보편적 자유와 자기결정권을 강조하며 인권과 기본권 존중의 필요를 직접 언급했다.
이는 서독 정부의 지도자들이 인권의 보편성에 입각해 동독 정부에 대해 인권유린과 기본권의 억압에 대한 문제제기를 반복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어떤 정치적 상황에서도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서 주장하는 바를 관철시킬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이어 “서독은 이때 동독의 인권문제를 동독의 국가 존재 자체를 부정하거나, 체제 붕괴를 위한 정치 선전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았다”면서 “당시 서독 정치에서 가장 보수적이면서 동독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기사련(CSU)조차 1958년 독일정책과 관련한 입장표명에서 자신들의 목표는 바르샤바 조약 국가들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국가들의 권력자들에게 그들의 주민들에 대한 인권과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리는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독은 자신들과 다른 체제를 갖고 있는 동독에 대해 인권의 보편적인 내용들을 바탕으로 계속적인 문제제기를 해나갔다”면서 “서로 다른 체제로 인해 서로 다른 이념을 갖고 있지만, 계속해서 대화의 장을 마련해 보편성을 지향하고자 한 것으로, 정치적인 근본적 차이가 인도적 문제해결에 방해가 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서독은 동독의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적인 대화를 이어나갔고, 대화를 통해 상호존중,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면서 “서독의 이 같은 모습은 현재 한반도에 있는 서로 다른 두 체제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한국의 북한인권정책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압박 속 독자적이고 선제적으로 함께 전개돼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최근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북한에 대한 국내외적 제재 압박이 점차 거세지는 상황에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가 중심을 잡고 뚜렷한 방향제시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동호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날 “한국의 북한인권정책은 대북·통일정책이라는 큰 틀 속에서 전개돼왔지만, 여러 가지 상황의 전개 속에서 점차 그 독립적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면서 “현재 경색된 남북관계 속에서도 북한 주민들이 직면한 인도적 위기에 대한 실질적 대안 제시 등을 지속적으로 전개한다면 남북인권대화 또한 요원한 일이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최근 평양 엘리트 계층의 잇단 탈북과 관련, 탈북 계층과 탈북 이유가 변화하면서 탈북자 집단 내 특성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지원정책 또한 정교하게 조정돼야 한다는 주장이 뒤따랐다.
김수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탈북자가 점차 증가함에 따라 이제 남북통합의 관점에서 정착지원정책이 추진돼야 한다"면서 "단순히 지원항목 추가 등으로 정책 일부를 조정하는 접근이 아닌, 최근 입국하는 탈북민 특성에 대한 보다 전문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탈북민 집단 내 특성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지원정책을 정교히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행사는 과거 분단독일의 난민·인권문제 해결과정에서 교훈을 얻기 위해 마련된 행사로, 한국·독일의 양 주최 측 관계자를 비롯해 슈테판 잠스(Stefan Samse) 콘라드 아데나워재단 한국사무소장, 슈테판 아우어(Stefan Auer) 주한독일대사, 최진욱 통일연구원장 등 세계 각국의 석학 및 인권전문가 등이 참석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