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목극 '공항가는길' 불륜 파격
불륜 조장 vs 또 다른 관계 '갑론을박'
KBS, 수목극 '공항가는길' 불륜 파격
불륜 조장 vs 또 다른 관계 '갑론을박'
“사람과 사람은 정성스럽게 이어져 있어요. 한 올 한 올. 인연이란 건 소중한 겁니다.”
최근 지상파 드라마들이 잇따라 파격 소재로 안방극장을 공략하고 있다. tvN 드라마가 장르 파괴, 시간대 파괴라는 신선함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가운데 지상파, 그것도 KBS가 ‘불륜’ 소재를 당당히 내걸며 전면 도전에 나섰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 했던가. 하지만 KBS2 수목드라마 ‘공항 가는 길’은 ‘남이 해도 로맨스’라는 이상한 공감대를 이끌고 있다. 대놓고 불륜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신적 공감을 불륜이 아니라고 치부할 수도 없는 애매한 관계를 아슬아슬하면서도 애틋하게 담아내며 시청자들을 이끌고 있다.
‘공항 가는 길’은 분명 불륜 소재를 담고 있다. 스튜어디스 최수아(김하늘)과 건축학과 시간강사 서도우(이상윤)의 애정 즉, 불륜이다. 이들은 가정을 둔 유부남, 유부녀이기 때문이다. 큰 골자만 보면 분명 불륜이지만 그 불륜을 감추고 표현해 내는 ‘명확하지 않은 애매한 관계’는 묘한 공감대를 이끌고 있다는 평이다.
제작진도 밝혔듯, 최수아와 서도우는 불륜이라 하기엔 모자라고 그렇다고 그저 남남으로 보기엔 과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4회 방송 말미에서는 “보고 싶어요”라는 말로 서로를 원했고, 5회 예고에서는 “우리 간당간당한 거 알아요?”라며 서로를 확인한다. 물론 동성이라면, 아니면 미혼남녀라면 당연히 문제될 것 없는 행동과 말이지만 유부 남녀 사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최수아와 서도우는 각기 가정이 있지만 배우자에게는 말할 수 없는 허전함과 외로움이 있다. 서로의 공통점을 안고 ‘딸’이라는 공감대 속 이끌리는 감정과 그 미묘함을 통해 상대방에게 위로 받고 의지를 한다. 5회 방송분에서는 그렇게 아니라고 안 된다고 부인하던 속마음이 폭발하며 서로의 이끌림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불륜을 예고한 셈이다.
'인생 뭐 별 거 있나? 잠시 이렇게 좋으면 되는 거지'
드라마 ‘공항 가는 길’이 공감대를 이끄는 또 다른 이유는 유부 남녀를 제외하고 남자와 여자가 나누는 대화 속 지극히 현실적인 대사가 가슴에 꽂힌다는 점이다.
김하늘은 드라마 제작발표회 당시 “겉으로 봤을 때 그 단어(불륜)로 포장이 될 수는 있지만, 그 느낌과는 분명 다른 느낌이 들었다”면서 “서로의 캐릭터와 흐름, 그러면서 느끼는 감정들이 묘하면서 새로웠다.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고 단순 불륜 드라마가 아님을 강조했다.
김하늘의 말처럼 최수아와 서도우는 분명 불륜 관계에 빠져들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대화는 지금의 현실 속 살아가는 남자와 여자라면 공감할 수 있는 ‘외로움’과 ‘고독’ 그리고 ‘기대고픈 마음’ 등 복잡 미묘한 감정선을 잘 표현하고 있다. 단순히 ‘불륜’이라는 설정에 주목되는 것이 아닌, 인물의 감정선을 촘촘히 그려내며 그 캐릭터에 빠져들게 한다. 때문에 ‘불륜’으로 치부하기에는 억울한 면이 많은 작품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됐건 ‘공항 가는 길’은 불륜 드라마다. 그에 반해 김하늘과 이상윤은 농익은 연기로 극의 중심을 이끌고 있고 그 바탕에는 불륜도 로맨스로 포장 가능한 완벽한 대본과 연출력이 깔려있다. 그렇게 ‘공항 가는 길’이 불륜과 비불륜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이어지고 있다.
물론 불륜드라마로 마무리가 지어질지, 아니면 신 로맨스로 남을 지는 이들의 몫이다. 그리고 PD의 말대로 시청자들의 판단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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