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없는 부산영화제 '반쪽 행사' 전락
각종 악재 딛고 6일 개막…69개국 299편 상영
유명 배우·감독 대거 불참…축제 분위기 실종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개막해 열흘간의 항해를 시작했다.
영화 '다이빙벨' 상영을 둘러싸고 촉발된 영화제와 부산시의 갈등 속에 열리는 이번 영화제는 개막까지 순탄치 않았다. 지난 2년간 지속된 논란에 행사 진행조차 불투명했고, 급기야 영화제 존폐 위기로까지 치달았다.
그러다 영화제 측이 영화 선정 독립성·자율성 보장 정관개정안을 의결하고, 민간 이사회 체제로 새롭게 출범하면서 개막 준비에 돌입했다. 우여곡절 끝에 영화제는 열렸지만 '파티 분위기'는 예년보다 덜 했다.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등 4개 단체가 보이콧 입장을 유지한 터라 유명 감독등 영화인들이 대거 불참했기 때문이다.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인해 CJ E&M, 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 NEW 등 국내 대표 투자배급사들이 진행해왔던 행사도 볼 수 없게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제18호 태풍 차바가 영화제 개막 전날 부산을 강타해 해운대 비프빌리지가 파손되기도 했다. 비프빌리지는 핸드프린팅 행사를 비롯해 감독과의 대화, 배우 인터뷰, 무대 인사 등이 열리는 곳이다. 영화제 측은 이곳에서 계획된 모든 일정을 영화의전당 두레라움으로 옮겨 열기로 했다.
김동호 민간이사장 체제로 첫 출범하는 이번 영화제에서는 부산시장의 개막 선언이 없어졌다. 개막선언 후 볼 수 있었던 폭죽 행사도 사라져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개막식이 진행됐다.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올해는 여러 일이 많았다"며 "부산국제영화제가 영화의 축제이자 관객과 함께할 수 있는 영화제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개막식 사회는 '감시자들'(2013)에서 호흡을 맞춘 설경구와 한효주가 맡았다.
한효주는 "정말 떨린다"며 "어릴 때부터 동경했던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사회를 맡게 돼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설경구는 "부산영화제가 벌써 21회째다. 그간 많은 일이 있었고 어려움 속에 이번 영화제를 시작했다. 끝까지 응원해주시고 격려해주셨으면 한다. 아시아 최고 영화제로서 롱런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라고 강조했다.
이날 레드카펫을 밟은 영화인은 지난해 210여명에서 50명가량 줄어 든 160여명이었다. 유명 배우와 감독들이 모습을 보이지 않아 썰렁한 기운이 감돌았다.
'올해의 배우상' 심사위원으로 나선 조민수·김의성을 비롯해 안성기, 설경구, 한효주, 온주완, 한예리, 윤진서, 오지호, 박소담, 명계남, 강신성일, 신영균 등이 레드카펫을 밟았다. 감독으로는 임권택, 정지영, 곽경택, 장률 등이 레드카펫에 등장했다.
이번 영화제에선 세계 69개국에서 온 299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세계 최초(월드프리미어) 및 자국 외 최초(인터내셔널프리미어) 상영은 122편이다. 개막작은 장률 감독의 '춘몽', 폐막작은 후세인 하산 감독의 '검은 바람'이다.
세계 3대 영화제 수상 작품도 이번 영화제를 통해 접할 수 있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국 켄 로치 감독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 심사위원상을 받은 자비에 돌란의 '단지 세상의 끝', 감독상을 받은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퍼스널 쇼퍼' 등이 초청됐다.
베를린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인 보스니아 다니스 타노비치 감독의 '사라예보의 죽음'도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베니스영화제에서 남·녀주연상을 수상한 아르헨티나 마리아노 콘·가스통 듀프랫 감독의 '우등시민'과 미국 데미언 차젤레 감독의 '라라랜드'도 놓칠 수 없다.
스크린 속 배우들을 눈앞에서 직접 보고, 소통하는 기회도 마련된다. 한국영화기자협회와 함께 하는 오픈 토크-더 보이는 인터뷰는 이병헌, 손예진, 윤여정이 주인공으로 선정됐다. 이병헌은 7일 오후 3시, 손예진은 8일 오후 1시, 윤여정이 8일 오후 6시 30분에 영화팬들과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가장 눈여겨볼 만한 무대 인사로는 '아수라' 팀이 있다. 김성수 감독과 정우성·주지훈·곽도원·정만식은 8일 오후 8시 무대 인사에 나선다.
'춘몽'의 장률 감독과 한예리·박정범·양익준·이주영은 7일 낮 12시, '검은 사제들' 박소담은 같은 날 오후 12시 30분, '죽여주는 여자' 윤여정 윤계상은 오후 7시 10분에 팬들과 만난다.
부산을 방문하는 해외 스타들도 눈길을 끈다. 일본 배우 와타나베 켄은 '분노'의 주연 배우로 2년 만에 다시 부산을 찾는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오다기리 조와 아오이 유우는 '오버 더 펜스'로 한국 팬들을 만난다. '곡성'에서 외지인을 연기한 쿠니무라 준도 부산에 온다.
'위플래쉬'에서 앤드류를 연기한 마일스 텔러와 '다크 나이트'에서 하비 던트 역을 맡은 아론 에크하트는 '블리드 포 디스'를 들고 부산을 첫 방문한다. 두 배우는 벤 영거 감독과 함께 오는 12일 열리는 오픈 토크에 참석한다.
영화제는 15일 오후 영화의전당에서 열리는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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