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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강타한 '송민순 회고록' 북한인권단체들은...


입력 2016.10.18 10:11 수정 2016.10.18 10:17        하윤아 기자

북한인권단체 "사실이라면 국민 배신이자 역적행위" 비난

송민순 회고록 검찰 조사 요구…문재인·김만복 고발키도

송민순 회고록을 두고 여야 정치권의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외에서 북한인권활동을 펼치고 있는 북한인권단체들은 회고록의 내용이 사실임을 전제로 당시 정부의 대북 저자세에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북한인권단체 "사실이라면 국민 배신이자 역적행위" 비난
송민순 회고록 검찰 조사 요구…문재인·김만복 고발키도


송민순 전 외교장관의 회고록으로 논란이 뜨겁다. 우리 정부가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당시 기권한 배경이 회고록 내용에 담겨, 이를 두고 여야 정치권의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외에서 북한인권활동을 펼치고 있는 북한인권단체들은 회고록의 내용이 사실임을 전제로 당시 정부의 대북 저자세에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송 전 장관은 최근 발간한 자신의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비핵화와 통일외교의 현장'에서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7년 유엔총회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당시 정부가 기권표를 행사한 배경을 설명했다.

회고록에 따르면 2007년 11월 18일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에서 결의안에 찬성하자는 의견을 피력한 송 전 장관 본인과 기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다른 참석자들 사이에 논쟁이 벌어졌다. 이에 김만복 당시 국가정보원 원장은 남북 채널을 통해 북한의 의견을 직접 확인해 보자고 제안했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 같은 제안을 수용해 남북 경로로 북한의 입장을 확인해보자고 했다.

송 전 장관은 이틀 후인 11월 20일 백종천 당시 청와대 안보실장으로부터 북한이 '북남관계 발전에 위태로운 사태를 초래할 테니 인권결의 표결에 책임 있는 입장을 취하기 바란다. 남측의 태도를 주시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전달받았다.

이 과정에서 송 전 장관은 "찬성과 기권 입장을 병렬해 대통령에게 결심을 받자"고 제안했으나, 문 비서실장은 "왜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느냐"며 기권으로 건의하자는 의견을 보였다는 내용이 회고록에 담기기도 했다.

현재 이 같은 회고록 내용을 뒷받침할 수 있는 남북대화 공식기록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연일 진실 공방이 이어지며 이른바 '송민순 회고록'이 정국의 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의 진실공방과는 별개로 국내외에서 북한인권활동을 벌여온 북한인권단체들은 송민순 회고록 논란에 주목하며 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 침해 실태와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을 낱낱이 고발해온 이들 단체들은 회고록의 내용이 사실일 경우, 우리 정부가 정치적인 논리로 북한 동포의 인권 실상에 눈감은 행위나 다름없다고 주장하며 당시 정권의 대북 저자세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최용상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사무국장은 17일 '데일리안'에 "만일 회고록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한 국가가 국제무대에서 주권행위를 포기한 것과 다름없는 것 아닌가"라며 "논란의 중심에 현 정치권에 진출해 있는 정치인이 있다면 그 책임을 정치적으로 물어야 한다고 본다"고 견해를 밝혔다.

안명철 NK워치 대표는 앞서 본보에 "북한에 인권을 유린당한 탈북자들 특히 수용소 피해자들이 국제사회에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개선과 책임자 처벌을 호소하고 있다"며 "만일 회고록 내용이 사실이라면 가해자인 북한에 의견을 물어봤다는 것인데, 이것은 정말 그 자체가 말도 안 되는, 분노할 일"이라고 일갈했다.

NK워치를 비롯해 북한민주화청년학생포럼, 자유북한국제네트워크 등 3개 탈북민단체는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만복 전 국정원장을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북한 동포와 통일을 위한 모임(북통모), 북한인권법 실천을 위한 단체 연합도 송 전 장관의 회고록 논란과 관련해 문 전 대표가 사실관계를 해명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가해자이자 책임자인 북한 정권에 북한인권 문제를 사전에 물어본 행위는 연쇄살인범에게 '너를 처벌해야 해도 되겠느냐'고 재판 전에 물어보는 것과 같다. 이는 우리 정부를 신뢰했던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배신이자 역적행위"라며 "문 전 대표는 당시 상황에 대해 해명하고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밖에 권은경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ICNK) 사무국장은 본보에 "정부 차원의 대화로 접근해 인권 개선 조치를 이끌어내려는 노력도 분명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북한 당국과 정부가 물밑대화를 할 수도 있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만약 그런 전략을 취했더라면 인권 개선의 가시적인 조치를 끌어냈어야 했는데, 결과적으로 얻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당시 정부가 남북 해빙무드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전략으로 내세우고 그 일환에서 결의안에 '기권'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면, 그에 상응하는 북한의 양보도 얻어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북한은 우리 정부의 기권표에 들어맞는 인권개선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당시 정부의 결정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권 사무국장은 "차기 대선주자가 논란의 핵심에 있어 향후 대북정책의 큰 갈림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감한 반응들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며 "다만 결과적으로 당시 가해자(북한)에게 의견을 물은 것이 어리석은 행동이었다는 점이 드러나 아쉬울 뿐"이라고 말했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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