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감독 사퇴 발표 'LG 잔칫날이면 어때'

데일리안 스포츠 = 임정혁 객원칼럼니스트

입력 2016.10.18 08:35  수정 2016.10.18 09:13

깜짝 사퇴 발표 시점 놓고 야구팬들 사이 평가 엇갈려

'파리 목숨'과 같은 야구 감독의 시원한 핵직구 평가도

LG와의 준플레이오프 패배 직후 넥센 염경엽 감독은 사퇴를 발표했다. ⓒ 연합뉴스

정규시즌 3위의 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이 지휘봉을 자진해서 내려놨다.

없는 살림에서도 4년 연속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며 ‘명장’으로 불렸던 감독이 그렇게 마침표를 찍었다. 가을야구는 이 젊고 유망한 감독의 깜짝 발표로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염경엽 감독은 17일 잠실야구장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LG전 4-5 패배로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되자 이같이 밝혔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염경엽 감독은 “실패의 책임은 감독인 나에게 있다”며 “오늘부로 책임지고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넥센 관계자들 또한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발표였다. 염 감독은 이미 자신의 휴대폰에 적어둔 심경을 덤덤하게 읽어나갔다.

염경엽 감독의 사퇴 결정과 발표 타이밍을 놓고 평가가 엇갈린다.

일부에서는 염경엽 감독의 발표를 두고 “LG 잔칫날에 경솔한 행동이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LG가 이겼다고 해서 모든 관심이 그쪽으로 쏠려야 할 이유는 없다. LG는 LG고 넥센은 넥센이며 염경엽 감독은 염경엽 감독이다.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염 감독이 특정 매체와 단독 인터뷰에서 사퇴하겠다고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경기 후 자신에게 주어진 '패장 인터뷰'에서 휴대폰에 미리 적어둔 의견을 전한 것뿐이다.

한편으로는 그간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으면 사전에 준비까지 해서 깜짝 발표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넥센을 돌아보면 주축 선수들은 계속 빠지고 홈구장도 올해 바뀌었으며 투자는 계속 제자리걸음이었다. 시즌 전 전망이 어두웠다는 것은 야구팬들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런 환경에서도 염 감독은 올 시즌 넥센을 리그 3위로 이끌었다.

그렇게 팍팍한 와중에 구단 살림살이는 어땠나. 구단 대표이사는 수사망에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으며 내년 시즌 현장 투자도 여전히 요원하다. 여전히 짜고 또 짜내야 하는 일만 남았을지도 모른다.

염 감독이 거취를 놓고 수도권 구단과 사전 교감했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하지만 원래 피도 눈물도 없이 결과만 가지고 그것을 능력이라고 포장하며 프로스포츠 비즈니스라고 정의했던 것은 구단들이었다.

구단들은 조금만 수가 틀리면 감독들 계약 기간을 떠나 자르기 바빴다. 염경엽 감독의 깜짝 발표를 고용자인 구단 입장이 아니라 피고용자인 감독 입장에서도 한 번 볼 필요도 있다. 을(감독)이 갑(구단)에 제대로 한 방 먹인 것으로 해석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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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기자 (bohemian12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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