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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회고록' 불씨 안간힘…송민순도 힘 보태나?


입력 2016.10.24 21:27 수정 2016.10.24 21:38        장수연 기자

개헌 논의·우병우 논란 등에 동력 잃어가는 회고록 파문

송, 문재인 '기억착오' 반박에 "기억과 기록 재확인해보라"

참여정부 시절 외교부 장관을 지낸 송민순 전 장관의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비핵화와 통일외교의 현장'이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키는 가운데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송민순 전 장관의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비핵화와 통일외교의 현장'을 잡고 있다. 송 전 장관의 회고록에는 참여정부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이었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북한의 의견을 물은 뒤 기권했다는 내용이 기술돼 큰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개헌 논의·우병우 논란 등에 동력 잃어가는 회고록 파문
송, 문재인 '기억착오' 반박에 "기억과 기록 재확인해보라"


"개헌이 논의된다고 해서 '대북 사전허락 의혹'이 결코 묻히지 않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새누리당이 꺼져가는 '송민순 회고록' 파문의 불씨를 살리는 데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최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 불출석,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제안 등 연일 불거지는 새 이슈들로 '회고록' 공세의 동력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은 24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송민순 회고록' 논란으로 화제가 된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과 관련 "명백히 말하건대 당시 남측은 우리측에 인권결의안과 관련한 의견을 문의한 적도, 기권하겠다는 입장을 알려온 적도 없다"고 밝혔다. 이를 전해들은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즉각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의 주장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나"라고 반문하나 뒤 "문 전 대표측도 어떤 식으로든 북한과의 접촉은 인정하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이정현 대표 역시 이날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개헌은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아젠다라고 생각한다"며 "개헌이 논의된다고 해서 '대북 사전허락 의혹'이 결코 묻히지 않을거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개헌은 어떤 누구를 막론하고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정치인이나. 정치집단, 정치세력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성원 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문 전 대표는 '뒷감당할 자신이 있다면 끝까지 하라'는 대국민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며 "누구와 무슨 싸움을 하겠다는 것인가. 자신과의 기억력과 싸우길 바란다"고 비난했다.

김진태 의원도 이날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당초 문 전 대표는 회고록에 대해 노무현 정부를 배우라고 큰소리치며 사실상 인정했었다. 그러다 기억이 안 난다고 말을 바꿨다"며 "그런데 오늘 북한에서 '남측이 물어본 적 없다'고 했다. 이제 문 전 대표는 자신감을 가지고 부인하지 않을까? 어디로 튈지 몰랐던 북한의 '결재'가 났으니 말이다"라고 비꼬았다.

'빙하는 움직인다' 회고록을 펴낸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북한대학원대학교로 출근하고 있다. 회고록에는 노무현 정부 당시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2007년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북한의 의견을 물은 뒤 기권 입장을 정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것처럼 묘사돼 논란을 빚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여기에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경위를 놓고 문 전 대표 측과 적극 논쟁에 나설 움직임을 보여 여당 입장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송 전 장관은 총장으로 재직 중인 북한대학원대를 통해 이날 배포한 '저자의 입장' 문서에서 자신의 회고록 내용과 엇갈리는 문 전 대표 측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입장을 밝혔다. 문 전 대표가 전날 SNS에 글을 올려 '중대한 기억의 착오'가 있다며 회고록 내용을 반박한 것이 재반박의 직접적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송 전 장관이 배포한 '저자의 입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문 전 대표가 2007년 10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에도 "안보 관련 일련의 주요 후속조치에 대한 회의를 실질적으로 관장했다"고 기술한 대목이다. 남북 정상회담 40여일 후 이뤄진 북한인권 결의안 논의 과정에서 문 전 대표가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송 전 장관은 2007년 11월 18일 '서별관 회의'에 대해 "백종천 안보실장은 회의 진행을 맡았고 의견 조정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문재인 비서실장이 주요발언권을 행사했다"고 설명했다.

송 전 장관의 회고록에 따르면 2007년 11월 18일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지시로 문 전 대표가 연 회의에서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이 북한 의견을 직접 확인해보자고 제안했고,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은 김 원장의 견해를 수용해 남북 경로를 통해 북한 입장을 확인해 보기로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이에 대해 "(백종천 당시) 안보실장이 주재한 회의를 마치 제가 주재하여 결론을 내린 것처럼 기술하는 중대한 기억의 착오를 범했다"고 반박한 바 있다.

송 전 장관은 '기권 결정 시점'에 대해서도 회고록에 서술한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2007년 11월 16일 정부가 기권 결정을 내렸다는 주장에 대해서 “사안의 주무장관이었던 제가 찬성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었다”며 “(노 전) 대통령이 저의 11월 16일자 호소 서한을 읽고 다시 논의해 보라고 지시한 것은 최종 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반박했다. 당시 참여정부가 기권 결정을 내린 날짜가 문 전 대표 측이 주장한 11월 16일 아닌 11월 20일이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이 탄력을 받아가는 가운데 송 전 장관까지 거들고 있다. 야권의 반응이 상당히 흥미로워지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장수연 기자 (telli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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