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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이 먼저" vs "사퇴가 먼저" 이정현 운명은?


입력 2016.10.27 13:51 수정 2016.10.27 13:53        문대현 기자

비박계,'청와대 엄호' 책임 물어 사퇴 압박

이 대표, '사태 수습이 먼저" 사실상 거부…전문가들, "사퇴는 시간 문제"

비박계인 김무성,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들이 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비박계,'청와대 엄호' 책임 물어 사퇴 압박
이 대표, '사태 수습이 먼저" 사실상 거부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의 국정개입 의혹이 커지면서 새누리당 비박계를 중심으로 지도부 사퇴 요구가 거세지고 있지만 이정현 대표는 일단 버티는 모양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을 감싸는 듯한 모습을 보여온 이 대표가 자리를 오래 지키지는 못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비박계 중진 정병국 의원은 26일 오전 'PBC 라디오'에서 "국정감사에서 최 씨 관련 증인 채택을 극구 막아왔던 당 지도부도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며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비박계 이종구 의원도 'YTN라디오'에 나와 "지도부가 대오각성을 해 선을 긋고, 필요하다면 사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거들었다. 하태경 의원 역시 SNS에 이 대표 사퇴를 거론하는 등 비박들이 총 공세에 나선 양상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오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당 대표인 저는 오늘부터 당사에서 사태가 수습될 때까지 상주하면서 사태 수습을 지휘할 것"이라며 비박계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들은 국민들이 이번 사태를 대통령의 사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 관련 있는 사람들에 대해 한 점 의혹 없이 수사와 처벌을 해야한다는 점, 국정 전반에 대한 쇄신을 국민들이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 현안과 민생 그리고 남은 예산 국회를 절대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데 대해서도 인식을 같이했다"며 현 지도부 유지 의사를 밝혔다.

이 대표의 거부에도 지도부 사퇴 요구는 계속되고 있다. 이날 오후 비공개로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지도부 사퇴 주장이 터져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비박계 김성태 의원은 의총 도중 취재진과 만나 "분노에 찬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수습하기 위해서는 당청 관계가 분명히 새롭게 정립되는 것부터 시작돼야 하기 때문에, 더 이상 최 씨를 옹호하고 비호하는 당 체제로는 성난 민심을 결코 수용할 수 없다"며 "지도부가 처절한 진정성으로 국민들 앞에 자신들의 처신을 판단해야 한다"고 이 대표 체제를 불신임했다.

권성동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비판 받을 사람은 비판 받고 사안의 진상을 명백히 밝혀야 우리가 살 길이 생기지 않을까"라며 "(청와대 인적 쇄신) 이상으로 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고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얘기들이 많다"라고 의총 분위기를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의총은 전반적으로 비대위 체제 전환을 찬성하는 흐름으로 흘러간 것으로 보인다.

의총은 오후 늦게 종료됐지만 지도부 사퇴에 대해선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의원들 사이에 사퇴 요구가 많았지만 지도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브리핑에서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면서도 "당장 사태를 수습하는 게 먼저이며 출범한 지 얼마 안 된 지도부를 대체할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 나를 뽑아준 당원들이 물러나라고 하면 1분도 망설이지 않고 물러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자신을 지지한 일반당원이 아닌 의원들 요구로는 사퇴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대표실로 향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전문가들, "사퇴는 시간 문제"

그러나 여권 내부에는 청와대 엄호에 주력하며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친박 중심의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많다. 이 대표는 취임한 지 79일이 지났지만 그동안 호평보다는 혹평을 더 많이 받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 대표가 주도한 단식과 국정감사 거부 등으로 누적돼온 비박계의 불만이 '최순실 게이트'로 터진 셈이다.

한 비박계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지도부가 사퇴하지 않으면 비겁한 것"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비박계는 그간 개별적으로 사퇴 요구 목소리를 냈지만 앞으로는 조직적으로 모임을 갖고 성명을 발표하는 등 집단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익명의 정치평론가는 "이 대표가 아직은 버티고 있지만 그것이 얼마나 갈 수 있겠냐"라며 "지금은 비박계의 목소리에 그치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원외 쪽에서다 일반 당원 쪽에서도 사퇴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얼마 못 가 직을 내려놓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탈당 요구와 맞물려 지도부 사퇴 요구 목소리가 더욱 커지면 '이정현호'는 더 이상 탄력을 잃게될 것이라고도 부연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지도부 사퇴는 시간 문제다. 당정청을 쇄신하자는 요구가 많은데 어디는 하고 어디는 안 할 수 있겠나. 상황이 커질수록 이 대표는 남아 있을 명분이 없다"며 "최 씨 관련 수사가 진행되면서 밝혀지는 시점이 곧 지도부 사퇴 시점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시점은 이르면 이번주말에서 늦으면 다음주 초 쯤으로 본다"며 "새로 탄생할 지도부는 비슷비슷한 기존 정치인으로는 국민을 수습하기 힘들 것이다. 외부에서 오는 강한 충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이번 일은 엄연히 보면 당 지도부하고는 직접적으로 상관이 없다. 일이 이 지경까지 가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서 막지 못 했다는 책임론인데 이것으로 사퇴를 논하긴 어렵다"며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는 비박계의 속내에는 정략적인 의도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지도부가 사퇴하면 비대위가 꾸려지게 될텐데 비대위 차원에서 이 엄청난 일을 수습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 대표 체제에서 이 일을 매듭 짓는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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