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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동연 "'구르미그린달빛'으로 박보검 얻었다"


입력 2016.10.28 09:11 수정 2016.11.02 08:34        부수정 기자

'구르미 그린 달빛'서 김병연 역 맡아

"나이에 어울리는 청춘물 하고 싶어"

배우 곽동연은 최근 종영한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김병연 역을 맡아 존재감을 뽐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구르미 그린 달빛'서 김병연 역 맡아
"나이에 어울리는 청춘물 하고 싶어"


갓을 벗으니 영락없는 스무 살, 풋풋한 청년이다. "감사하다"는 말을 연발하고, 인기에도 들뜨지 않은 모습에서는 진중한 '갓병연'이 겹쳤다.

최근 종영한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갓병연'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곽동연(19) 얘기다. 곽동연은 극 중 동궁전의 별감이자 영(박보검)의 죽마고우 김병연 역을 맡아 우직한 존재감을 뽐냈다.

말수도 없고, 분량도 많지 않지만 등장만으로 빛났다. 이영을 묵묵히 지켜준 병연은 진중한 이미지의 곽동연과 잘 어울리며 훨훨 날았다. 극 말미 병연은 죽다 살아나며 시청자를 들었다 놨다 했다.

27일 서울 청담동 FNC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곽동연을 만났다. 세부 포상휴가를 다녀 온 그는 "포상휴가와 해외여행이 처음이었다"며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즐겁게 지내다 왔다"고 밝게 웃었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종영 시청률 22.9%(닐슨 코리아·전국 기준)로 월화극 1위를 차지하며 인기리에 막을 내렸다. 곽동연은 "대본이 재밌고, 좋은 배우들이 나와서 잘 될 것 같았다"고 미소 지었다.

연기에 만족하느냐고 물었더니 "만족하지 않았다"고 말한 뒤 "부족한 부분이 많았지만 앞으로 채우면 된다. 부족한 점이 있다는 사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배우 곽동연은 최근 종영한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호흡을 맞춘 박보검에 대해 "보검이 형을 통해 많은 걸 배웠다"고 말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구르미' 속 궁녀들은 훈훈한 외모에 늘 삿갓을 쓰고 다니는 병연을 '갓병연'이라고 불렀다. 멋진 수식어를 얻은 그는 "감사한 일"이라며 "부끄럽기도 하다"고 수줍어 했다.

죽었다 살아난 장면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병연이가 살아날지,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 장면을 찍은 그는 박보검과 함께 많이 울었다고 털어놨다. "병연이가 그냥 죽는 것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작가님께서 그러시더라고요. '병연, 영, 라온은 다 힘들게 살아왔다'고. '아픈 손가락이라서 아프게 하고 싶지 않다'고 하셨답니다. 백운회라는 사실을 알고서도 병연이를 용서한 영, 자신을 희생하더라도 영을 지켜주려는 병연이 모두가 마음 아팠어요. 다시는 영을 못 본다는 사실이 가장 슬펐답니다."

병연은 풍등에 '마지막 순간에 벗일 수 있기를'이라는 글귀를 적어 날렸다. 병연에게 영은 인생을 구원해준 친구였다. 망가진 삶이 영으로 인해 다시 살아났다는 이유에서다. "병연이는 10년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간직했어요. 비밀을 알았는데도 병연이를 믿은 영을 보니 너무 슬펐어요. 정말 많이 울었는데 가까스로 참으면서 연기했어요. 감독님께서 '너무 슬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주문하셨거든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도 이 부분이었단다. 그는 "영과 병연이의 역사가 마무리되는 느낌이 들었다"며 "그 장면을 찍을 땐 다른 생각이 나지 않고, 감정에만 젖어 있었다. 잊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고 설명했다.

병연은 던지는 건 뭐든 백발백중인 명사수에, 검으로는 조선 최고 실력자다.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서 액션신을 자연스럽게 연기해야 했다. 곽동연은 "액션 스쿨에서 트레이닝을 받았고, 검 없는 병연이는 상상할 수 없어 긴 검을 지니고 다녔다"며 "검을 어떻게 두는지도 연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근 종영한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김병연으로 분한 곽동연은 "내 나이에 맞는 청춘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병연은 영이 위험에 처할 때마다 해결사로 나서며 단숨에 적을 제압한다. 카리스마 있고, 단단한 캐릭터는 시청자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이런 캐릭터를 꼭 해보고 싶었어요. 로망이랄까요? 대사가 적은 상황에서 캐릭터를 잘 전달해야 하는 점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저음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했고, 의상은 너무 단정하지 않은 걸로 입었습니다."

실제 곽동연의 성격은 발랄함이 넘친단다. 그런 그가 진중한 병연이를 어떻게 소화했을까 궁금해졌다. "사람은 여러 성격을 지니고 있어요. 자리와 만나는 사람에 따라서 나오는 성격이 다른 것 같아요. 병연이의 모습도 제 안에 있다고 생각해요. 병연이와의 싱크로율은 35% 정도예요. 병연이가 눈치가 없어요. 하하. 그런 부분이 좀 닮았고, 때때로 뼈 있는 말을 툭 던지는 면모도 저와 닮았습니다."

라온 역을 맡은 김유정에 대해선 "나보다 두 살 어리지만 한참 선배"라며 "며칠씩 밤을 새우고 촬영했는데 한 번에 감정을 잡고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프로라고 느꼈다. 난 감정 잡는 데 시간이 걸리는 편이라 유정이를 보고 정말 신기했다. 홍삼놈, 라온이를 연기할 때 다르게 표현하는 걸 보고 감탄했다"고 김유정을 치켜세웠다.

박보검과의 브로맨스(남자들 사이의 끈끈한 우정)는 단연 화제였다. 드라마를 통해 절친이 된 두 사람은 여행도 계획 중이다. 곽동연은 인터뷰 내내 박보검에 대한 칭찬을 늘어놨다. 천사를 넘어서 '도 닦는 사람'이라고 박보검을 칭했다.

"보검이 형을 통해 사람을 대하는 마음, 태도를 배웠어요. 모든 제작진, 배우들에게 '감사하다'는 진심을 담아 인사하더라고요. 보검이 형이 제일 힘들 텐데 다른 사람을 신경 쓰는 걸 보고 '보검이 형 반 정도만 따라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보검이 형은 모두에게 사랑받는 사람입니다. 촬영하면서 힘들 때 보검이형한테 의지했어요."

배우 곽동연은 최근 종영한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에 대해 "내 부족함을 많이 느낀 작품"이라며 "다음 작품에서는 부족함을 채울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구르미'를 통해 얻은 것도 '보검이 형'이란다. 곽동연도 '보검 앓이'에 빠진 듯했다. "보검이 형 같은 진실한 사람을 만난 게 큰 행운입니다. '어떻게 해야 지혜롭고, 좋은 사람이 될까?'라는 것도 보검이 형을 보고 생각했어요. 형은 24년 동안 착하게 살아온 사람입니다. 인기가 많아지면서 많은 팬에게 일일이 인사 못 하는 걸 미안하게 생각하더라고요. 그런 마음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대단해요."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을 묻자 "보검이 형은 기도하면서 푼다는데 형의 반쯤만 따라가고 싶다"고 웃은 뒤 "난 소리 지르기도 하고, 술을 먹기도 한다. 보검 형과 나의 다른 스타일"이라고 웃었다.

곽동연은 연기 선생님에게 연기를 배우고 있다. 또래보다 성숙해질 수 있었던 것도 선생님 덕분이라고. "부모님과 떨어져 살아서 선생님께 의지하게 돼요. 연기할 때 얘기도 나누고, 조언도 듣고요. '구르미' 들어갈 때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 끝내고 선생님이 '동연아 많이 성장했구나'라고 하셔서 기분이 좋았습니다(웃음)."

2012년 KBS2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으로 데뷔한 곽동연은 '감격시대'(2014), '모던파머'(2014), '아부쟁이 얍!'(2015), '돌아와요 아저씨'(2016), '피리부는 사나이'(2016)에 출연했다. 2014년에는 KBS 연기대상 청소년 연기상을 수상했다. 데뷔 후 소처럼 일한 그는 특히 올해 일에 매진했다.

곽동연은 "데뷔하고 나서 쉰 적이 없다. 매번 더 많은 작품을 하고 싶은데 올해는 특히 잘 풀려서 뿌듯하다. 몰려온 운이 달아나지 않게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최근 종영한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에 출연한 곽동연은 "액션신을 위해 액션 스쿨에서 훈련을 받았다"고 밝혔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중학교 2학년 때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대전에서 상경한 그는 자취 생활 6년째다. 2014년 MBC '나혼자 산다'에서 똘똘한 자취생의 모습을 보여줘 화제가 됐다. 지금은 반지하 생활을 접고 이사했단다.

곽동연은 "서울에서 2-3년 동안 연습생 생활을 했는데 학교, 집, 연습생 생활을 반복하다 보니 슬럼프에 빠졌다"며 "그러다 연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저 혼자 서울에 왔는데 참 무모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가 절실했죠.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당한 적이 많았는데 그때 오기가 생긴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자취하고, 힘든 일도 스스로 해결한 그는 꽤 성숙한 스무 살 청년 같았다. 나이보다 성숙하게 느껴지는 외모, 목소리도 한몫한다. 시청자들은 '구르미' 속 병연이를 연기하는 곽동연이 스무 살이라는 사실을 알고 놀라워하기도 했다.

곽동연은 "목소리 톤을 낮추는 연습을 많이 했다"며 "시청자 반응을 보고 뿌듯했다. 배우에게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다음 작품에서도 '곽동연이 정말 스무 살이야?'라는 반응을 듣고 싶다"고 했다.

수준급 가창력을 자랑해 '넝쿨당' OST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를 언급했더니 "수준급 실력은 아니다. 기회가 된다면 또 OST에 참여하고 싶고, 팬송도 만들어보고 싶다"고 쑥스러워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연기에 매달리고 있는 그는 "현장에서 더 배우고 싶어 대학교 진학을 미뤘다. 작품을 하고, 부족한 걸 찾고 채우는 시간이 필요하다. 대학교에서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현장이 더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최근 종영한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에 출연한 곽동연은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배우이자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하고 싶은 작품으로는 청춘물을 꼽았다. '학교2013' 같은 청춘물도 좋고, 나이에 맞는 풋풋한 학원물도 욕심이 난다고. "최근 영화 '걷기왕'을 봤는데 '꿈을 이루는 것보다 천천히 가는 게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와 닿았어요. 제 나이 학생들의 고민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답니다."

10년 후 곽동연은 어떤 배우가 돼 있을까. "자극을 주는 배우였으면 합니다. 제가 하는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됐으면 해요. 제가 출연한 작품이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쳤으면 하고요."

곽동연은 하루하루가 행복하다고 했다. 두 달 남은 올해는 기쁜 마음으로 지낼 예정이라고. "마냥 쉬고 싶지 않아요. 이런 인터뷰 자리를 통해서도 얻는 게 많거든요. 작품 활동을 바로 안 하더라도 재밌게 보내고 싶답니다."

'혼자남'의 취미가 궁금해졌다. "자전거 타고, 사진 찍고, 낚시도 하고 혼자서 잘 놀아요!"

곽동연은 최근 청약저축에 가입했다고 했다. 오랜 자취 생활을 한 만큼 서울에서의 '내 집 마련 꿈'도 꾼단다. 순간 스무 살 청년의 눈빛이 반짝였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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