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최순실 후폭풍' 예감에 "나 떨고 있니?"
'유탄 맞은' 증권금융…"우리가 무슨 힘이 있나" 개탄
'최순실 게이트'의 후폭풍이 금융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의 입김이 금융권에도 작용했다는 의혹과 함께 최씨 일가가 해외 도피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금융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금융권에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당장 수사 대상으로 떠오른 미르·K스포츠재단을 통한 수백억원대 기금 마련 과정에 금융사나 금융당국의 절차상 문제 등이 게이트와 한데 뒤엉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금융권 사령탑인 금융위원회도 각종 의혹의 대상이 되는 등 이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말 1억원대 금융개혁 광고를 발주하며 종전 거래 업체에 제작을 맡기고 시사회까지 마쳤지만 최종 단계에서 청와대 반대로 업체를 바꿨다. 해당 업체가 바뀐 배경에 최씨가 있다는 의혹이다.
금융위는 "금융개혁 TV캠페인 제작 과정에서 특정 기업이나 개인을 위해 제작업체를 선정한 것이 아니다"며 "제작완성도가 높은 업체를 선정했다"고 해명했다. 청와대나 최씨의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최씨 관련 금융사 압수수색"…협조-묵인 의혹 제기
금융권은 최씨와 주변인들이 거액의 계좌거래가 이뤄질 수 있었던 데에는 금융당국이나 금융기관의 협조나 묵인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의 눈초리도 받고 있다.
민간 금융사 가운데 KEB하나은행이 의혹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최씨 일가와 주변인물과 금융거래 과정에서 '특별한 도움'을 줬다는 내용이 골자다. KEB하나은행 인사 과정에도 최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야당의 주장도 나왔다.
이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은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에게 최씨가 부동산 담보로 KEB하나은행에서 외화 대출을 받은 경위를 조사해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최씨가 재단 기금을 마련한 과정과 해외 도피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 외환관리법, 실명제법 위반 의혹이 제기되는 만큼 금융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도 시작될 전망이다.
금융소비자원은 최씨 모녀 등에 대해 외환관리법 위반, 조세포탈,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금소원은 "오랫동안 수백억원 규모의 계좌 거래를 했기 때문에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모니터링을 했을 것"이라며 "FIU와 계좌 거래에 관련된 금융회사를 압수수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탄 맞은' 증권금융…"우리가 무슨 힘이 있나" 개탄
한국증권금융은 낙하산 인사로 유탄을 맞은 경우다. '연설문 유출 논란'의 핵심 인물로 거론되는 조인근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이 상근 감사위원으로 재직 중이기 때문이다.
조 감사는 논란이 불거진 지난 26일 휴가원을 제출한 뒤 사흘째 출근하지 않고 있다. 지난 25일에는 외부 일정을 이유로 자리를 비웠다.
앞서 조 감사가 내정될 당시에도 금융 분야 경력이 전무해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었다.
이래저래 한국증권금융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난데없이 몰려든 정치?사회부 기자들의 취재에 진땀을 빼기도 했다. 이번 논란에서 한국증권금융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금융권 한 관계자는 "증권금융은 낙하산 인사에서 시작된 작은 불씨가 들불로 번지진 않을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우리(금융권)가 무슨 힘이 있나"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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