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에 갇힌 새누리…소장파 역할론 솔솔
'개인 목소리' 아닌 '단체 행동' 당내 일각서 제기
모임 자주 갖는 걸로…구심점 없어 결집 어렵단 관측도
“지금이야 말로 소장파가 나서야 할 때다.”
새누리당 소장파의 역할론이 솔솔 피어오르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라는 유탄을 맞은 새누리당이 국민 여론에 부합하는 체질로 거듭나려면 ‘보수 혁신’을 부르짖는 개혁 세력이 결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장파가 대체로 비주류인 데다, 구심점이 없다는 게 한계다.
현재 소장파로 불리는 인사들은 언론 인터뷰나 자신의 SNS를 통해 당 지도부의 일괄 사퇴 및 비상대책위원회로의 전환, 청와대의 인적쇄신 등 ‘전면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보수 정당의 대표적인 소장파 ‘남·원·정’(남경필 경기도지사·원희룡 제주도지사·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의 남 지사와 정 의원은 물론 김용태·하태경 의원 등이 ‘각자’ 자성과 개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정가에서는 소장파가 개인의 목소리가 아닌, '단체 행동'으로 정국의 흐름을 주도해야 한다는 역할론을 부각한다. 지난 2004년 ‘차떼기 논란’으로 당이 존폐의 기로에 섰을 때 개혁과 세대교체를 거세게 요구하며 당을 재건했다고 평가받는 ‘미래연대’처럼 결집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연대’의 주축은 ‘남·원·정’으로, 당시 박근혜 대표의 브랜드인 ‘천막당사’를 기획했다.
여권 관계자는 본보에 “소장파 인사 개인이 아무리 목소리를 내봤자 그들은 비주류고, 당은 그들 ‘개인의 목소리’가 쉽게 묻힐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최순실 게이트’로 당이 존폐의 위기에 있는 지금이야말로 옳은 소리, 쓴소리하는 소장파가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도 “SNS나 개별적으로 개혁을 말하기보다 원내외 소장파를 모두 모아 단체로 기자회견을 한다든지 ‘공동 행동’을 취하는 게 훨씬 영향력 있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이러한 목소리를 의식한 듯 소장파를 포함한 비박계 의원 일부가 주말 등 시간을 할애해 여의도 모처에서 식사를 겸한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우리가 얼굴만 보면 알 만한 사람들이 자주 만나는 것으로 안다. 최근에는 평일 점심에 모인 걸 목격했다”며 “현 정국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다만 소장파가 당내 기득권 세력의 저항에 부딪혀 설 공간이 마땅치 않았던 탓에 쉽사리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20대 국회 들어 소장파 모임이 존재를 감춘 것도 이러한 이유에 기반한다.
특히 소장파에 ‘구심점’이 없는 현실은 이들이 단일대오를 형성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는다. 남 지사와 정 의원이 나설 순 있지만, 세력이 약하다는 평이다. 여권 관계자는 “두 사람이 소장파의 얼굴이 될 수는 있지만, 중심축이 되기에는 세력이 약하다. 이 때문에 소장파를 한데 모으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장파 인사들은 당분간 각자의 견해를 내며 정국 흐름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하 의원은 본보와 통화에서 “하루 이틀 만에 끝나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 (소장파 인사들과) 이야기를 나눠본 적도 없다”며 “당분간은 개인적으로 쇄신 요구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남 지사 측과 정 의원 측도 “아직은 계획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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