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자리를 박차고 나가며 "어떻게 하자는거야!"
"야당이 제안하는 것 다 수용했는데도 반대만...어쩌라는 건가"
"반성도 없이 오자마자 무슨 '정치공세'야?"
"정치공세? 누가 먼저 정치공세 했는데?"
여야 3당 원내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로 혼란에 빠진 정국 수습을 위해 31일 모였지만, 고성만 오간 채 단 3분만에 파행을 겪었다.
시작은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모두발언이었다. 당초 이날 회동은 정세균 국회의장과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의장실에서 모여 모두발언 없이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 원내대표가 비공개 전환 직전 정 의장을 향해 "제가 말씀 좀 잠시 드리겠다"고 발언을 청하면서 야당의 태도에 대한 직격탄을 쏟아냈다. 정 원내대표는 전날 박 대통령에게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제안했다며 "심사숙고 끝에 여야가 인정하는 중립적 인물에게 내각을 맡겨서 국정을 안정시켜야한다는 충정에서 비롯된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그 이후 즉각 나온 '일고의 가치도 없다', '꼼수다'라는 야당의 반응을 보고 너무나 놀랐다"며 "거국내각 제안은 야당의 책임있는 지도자들이 한 분도 예외 없이 먼저 제안한 내용이다. 도대체 어떻게 하자는 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개헌특위는 의장이 제안하고 야당지도자들이 제안해서 우리가 받겠다고 했고, 특검과 거국내각도 우리당이 수용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도대체 뭘 어떻게 하자는 거냐"라며 "야당도 국가적 위기를 수습하는 데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줘야지, 어떻게 국가 위기를 볼모로 해서 정치공세로 일관해서야 되겠느냐"고도 했다.
특히 야당에서 특별검사를 임명하고, 파문의 핵심인 박 대통령도 수사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과 관련, 그는 "지금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입맛에 맞는 특검을 어떻게 추천하겠느냐. 내용적으로 (특검은) 야당의 틀에 맞는 사람을 다 추천하게 되어있다"며 "나라를 어떻게 하자는 건가.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하야정국으로, 탄핵정국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건가"라고 비난했다.
이에 상기된 표정으로 정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던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렇게 이야기하면 더이상 할말 없다. 반성도 없이 오자마자 무슨 정치공세인가"라고 반박하자, 정 원내대표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면서 "나도 할말 없다. 정치공세라니 누가 먼저 정치공세 했느냐"고 맞받아쳤다.
정 의장이 "정 대표 이리로 오시라"며 중재에 나섰지만, 정 원내대표는 "우리는 다 수용했으니 (야당이) 답을 달라. 이제 더이상 받아들일 내용도, 제안도 없다"며 의장실을 나가버렸다. 결국 정 원내대표가 빠진 채 정 의장과 야당 원내대표 간 회동으로 진행됐고, 이마저도 13분여만에 끝났다.
이에 따라 두 야당 원내대표는 내달 1일 오전 3당 원내대표 재회동을 열되, 새누리당의 태도 변화를 지켜본 뒤 향후 일정을 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박 원내대표가 정 원내대표에 연락을 취해 회동을 청하기로 했으며, 박완주 민주당 원내수석이 회동 실무를 담당키로 했다.
한편 박 원내대표는 이날 비공개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정진석 원내대표가 아무리 불만이 있더라도 언론앞에서, 또 존경의 대상인 국회의장앞에서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갈등을 풀어가야 할 정부여당 원내대표가 갈등을 조장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박 원내내표는 이어 "그렇다고 우리 야당마저 이 정국을 갈등으로 계속 이어가야 하느냐라는 문제에 대해서 깊이 고민했다"고도 했다. 또한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이번 사태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통일해서 사용키로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우 대표는 박 대통령과 3당 대표 간 영수회담 문제를 당 의원총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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