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감독도 울컥, 김경문에게 잔혹한 한국시리즈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6.11.03 08:55  수정 2016.11.03 08:56

친정팀 두산에 4전 전패...한국시리즈 우승 또 실패

NC 김경문 감독, 한국시리즈 3승 16패로 '불운'

두산 김태형 감독도 NC 김경문 감독의 한국시리즈 불운을 안타까워했다. ⓒ 연합뉴스

김경문 감독을 비롯한 NC 다이노스에 한국시리즈는 잔혹한 잔치였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NC는 3일 창원 마산구장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과의 한국시리즈(KS) 4차전에서 1-8 대패했다. KBO리그 역사상 한국시리즈가 4경기로 끝난 것은 7번째다.

NC는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의 감격을 누릴 새도 없이 두산에 4전 전패, 허무하게 패퇴했다. 무관 탈출을 노렸던 김경문 감독은 올해도 지긋지긋한 ‘2인자 징크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2013년 제9구단으로 1군에 진입했던 NC는 올해 정규리그 2위를 기록, 4년 만에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그토록 고대했던 한국시리즈가 NC에는 오히려 악몽이었다.

선발진은 제몫을 했다. 에릭 해커-재크 스튜어트의 원투펀치는 팀타율-팀홈런 1위를 자랑하는 두산의 강타선을 상대로도 한국시리즈에서 무너지지 않았다. 3차전 선발인 최금강도 나름 호투했다. 하지만 타선 지원은 사실상 전무했다.

NC가 한국시리즈 4경기에서 뽑은 점수는 총 2점(경기당 0.5점)에 불과했다. 역대 한국시리즈 최소득점 불명예 기록을 갈아치웠다. NC는 2차전과 4차전에서만 각각 1점 올렸을 뿐, 1차전과 3차전에서는 영봉패했다.

NC가 자랑하던 ‘나테이박(나성범·테임즈·이호준·박석민)’의 중심타선은 승부가 기운 4차전 9회에야 솔로홈런(테임즈) 하나 터뜨린 것을 제외하면 내내 침묵했다. 하위타선 역시 두산 ‘판타스틱4’에 압도당했다. 역대 한국시리즈 역사상 가장 일방적인 시리즈의 제물로 전락하는 굴욕을 맛봤다.

김경문 감독에게도 불명예 기록을 이어간 시리즈가 됐다. 올해로 포스트시즌만 9번째, 한국시리즈는 2008년 이후 8년만이자 통산 4번째 도전장을 던졌지만 이번에도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KBO 역사상 정규시즌 800승 이상을 돌파한 역대 감독 중 한국시리즈와 정규시즌 통틀어 우승 경험이 없는 사령탑은 김경문 감독뿐이다. ⓒ 연합뉴스

한국시리즈 4전 전패는 두산 사령탑 시절이던 2005년 삼성과의 KS에 이어 두 번째다.

한국시리즈 4전 전패를 두 번 기록한 감독은 1990년 삼성과 1994년 태평양을 이끌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정동진 감독과 김경문 감독, 단 2명뿐이다.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 통산 3승16패(0.158)를 기록, 두 차례 이상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사령탑 중 정동진(8패) 감독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승률을 기록하게 됐다.

KBO 역사상 정규시즌 800승 이상을 돌파한 역대 감독 중 한국시리즈와 정규시즌 통틀어 우승 경험이 없는 사령탑은 김경문 감독뿐이다. 김 감독은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전승 우승(금메달)을 차지했던 2008 베이징올림픽이 사령탑으로서 처음이자 마지막 우승이었다.

김 감독 외에 올림픽 우승경력을 지닌 지도자는 한국에 전무하다. 하지만 세계무대를 제패하고도 자국 리그에서 우승을 하지 못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두산 김태형 감독도 김경문 감독을 떠올리며 “야구가 항상 1등만 생각하니까...800승 감독인데”라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김경문 감독 지도 아래 NC는 올해로 3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했고 매년 꾸준히 높은 단계(준PO-플레이오프-한국시리즈)로 성장했다. 하지만 시즌 중반부터 주축 선수들의 승부조작-음주운전, 구단의 압수수색 등 각종 구설로 이미지를 구겼고, 한국시리즈에는 무기력한 졸전을 펼치며 마무리에서 큰 아쉬움을 남겼다. 쓰디썼던 2016년 가을의 악몽이 NC에게 좋은 약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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