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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독무대' 될 긴급현안질의…비박계도 불참


입력 2016.11.10 16:46 수정 2016.11.10 17:20        이슬기 기자

"당내 상황 정리가 먼저, 괜히 참여했다가 욕 먹기 십상"

직권남용으로 구속수감된 최순실씨가 4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최씨는 이날 사복을 입고 검찰에 출석했다. ⓒ데일리안

국회가 오는 11일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을 위한 대정부 긴급현안질의를 벌이기로 했지만, ‘야당 독무대’ 수준에 머물 조짐이다. 그간 진상 규명을 요구해왔던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조차 “새롭게 폭로할 정보도 없는데 굳이 나갔다가 미움만 받는다”며 단 한명도 질의를 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0일 확정된 긴급현안질의 의원 명단에는 야3당 의원 12명만 포함됐다. 질의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김현권·박영선·박정·송영길·안민석·이개호·이언주·이재정 의원, 국민의당 김경진·신용현·정동영 의원,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다. 반면 그간 비선 실세 파문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해왔던 새누리당 비박(비 박근혜)계 의원들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이번 질의는 앞서 민주당 의원 54명이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국회 차원의 현안질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긴급현안질의 요구서를 제출, 새누리당 김도읍·더불어민주당 박완주·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가 지난 8일 오전 회동한 결과 합의한 일정이다.

앞서 비박계는 이번 사태의 본질인 박 대통령도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며 이정현 지도부와 대립해왔다. 하지만 정작 박근혜 정부 각 부처 관료들을 대상으로 날을 세워야 하는 대정부질의에 대해선 보수 지지층을 의식,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어 여론의 질타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금 상황에서 특별히 더 나올 것이 없고 우리가 긴급하게 모이자고 한 것도 아니지 않나”라며 “지금은 당내 문제가 먼저인데 괜히 참여하면 욕먹기 십상이다. 본회의에는 다들 참석하지만 조용히 있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VIP가 국회 추천 총리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야당이 애매한 스탠스가 됐다”며 “야당 입장에선 할 말이 줄어들었으니 미르재단이나 최순실, 차은택에만 올인할텐데, 우리가 말하는 건 당 상황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비상체제를 구축해서 당이 뭔가 말하자는 거지, 긴급현안질의는 (비박계가 말하는 것과는) 주제도 다르다”고 덧붙였다.

특히 익명을 요청한 비박계 강성 인사는 "우리가 할 수 있거나 참여할 만한 주제가 아니다"라며 "우선 야당만큼의 정보가 없기 때문에 이미 알려진 사실만 되풀이하는 정도다. 그건 아무 의미도 없고 미움만 받을 뿐인데 뭣하러 거기 나가겠느냐"고 털어놨다. 또 "설사 새로운 사실을 폭로해도 문제다. 진짜 책임있는 친박들이야말로 아예 숨고 있는데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고도 했다.

야당에선 파문의 ‘공범’이나 다름없는 새누리당이 진상 규명에 대한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집권여당 국회의원이기 전에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서 동참하라"고 질타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10일 의원총회에서 "반성과 사죄의 뜻인지, 진상규명 의사가 없는 건지 분명하진 않지만, 이런 중차대한 문제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국민에게 분명히 질타를 받을 것“이라며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말하고,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에 국회의원으로서 동참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민주당 일각에선 국정조사나 별도의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가 아닌 이상, 정부 관료들을 대상으로 하는 긴급현안질의는 실효성과 파괴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여당으로 하여금 긴급현안질의 일정에 협조했다고 생색 낼 빌미를 주기보단, 국조와 특검으로 화력을 집중시키자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야3당 의원들로만 질의가 진행됨에 따라 결국 야당의 대정부 규탄대회 수준이 될 거란 회의론이 적지 않다.

한편 당초 긴급현안질문의 안건명은 ‘박근혜 대통령의 헌정유린 진상규명에 대한 긴급현안질문’이었으나, 새누리당의 강력한 요구로 결국 ‘최순실 게이트 등 진상규명에 대한 긴급현안질문’으로 바뀐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당도 안건명 변경에 합의했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어제 야3당 대표는 헌정유린의 본질을 가장 명확히 설명하는 것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고 공표했는데, 하루도 지나지 않아 대통령의 이름을 빼는 데 양당이 동의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모든 것을 다 협조하고 석고대죄 할 것처럼 행동하던 새누리당이 긴급현안질문의 제목에 ‘박근혜’라는 이름은 절대로 들어가면 안 된다고 요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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