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입' 땜에 자살골 넣는 야당
손혜원, 사건 본질 벗어난 '외모 비하' 글로 물의
안민석, '연예계 최순실 라인' 발언으로 애꿎은 피해자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게이트로 정국 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사태 수습의 추축이 되어야 할 야당 일부 국회의원의 신중치 못한 언행이 도마 위에 올랐다. 박 대통령의 대응이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고, 집권당인 새누리당마저 내홍에 휩싸이면서 야당이 국정운영 및 진상규명의 핵으로 떠오른 만큼, 당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순실 씨의 측근이자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 씨의 외모를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가 네티즌으로부터 호된 비난을 받았다. 앞서 차 씨가 지난 10일 오전 구치소 호송차에서 내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가발을 벗은 모습이 언론에 공개되자, 당초 대중 앞에 공개됐던 것과는 달리 머리숱이 거의 없는 차 씨의 모습은 ‘대역 논란’으로 번지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 측은 "차은택 본인이 맞다. 가발을 벗은 상태로 검찰 조사에 출석한 것"이라며 대역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구치소 규정상 죄수복을 입은 후에는 가발이나 모자, 반지 등 일체의 장신구를 착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앞서 최 씨 역시 대역 논란이 인 바 있고, 차 씨가 귀국과 동시에 검찰에 체포돼 압송된 당시 가발과 흰색 뿔테 안경, 모자 등을 쓰고 있던 모습과는 큰 차이가 있던 만큼 여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에 대해 손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뜸 “차라리 (머리카락을) 다 밀고 와야지. 쯧”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또 “광고계 사람들은 차 감독이 머리숱에 열등감이 있다는 것을 다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모두 놀라고 있다”고도 했다. 차 씨가 박 대통령의 비선 실세인 최 씨의 지위를 이용해 문화계 각종 이권을 챙긴 것이 사건의 본질이지만, 손 의원은 차 씨의 외모적 부분만을 언급하며 열등감을 부추기는 발언을 한 것이다.
이에 페이스북은 물론 각종 SNS에는 손 의원의 경솔한 발언을 질타하는 네티즌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머리숱이 없으면 머리카락을 다 밀고 다녀야 하느냐는 지적에서부터 야당의 이러한 막말 때문에 여전히 신뢰할 수가 없다거나, 특정 외모에 대해 비하 발언을 하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기본 자질이 없다는 반증 아니냐는 비난도 봇물처럼 쏟아졌다. 또 야당 의원들의 앞선 막말을 되짚으며 “이러니 믿을 수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질타 여론이 거세지자 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차 감독 외모를 비하할 생각이 아니었다”면서 “원래 알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가발까지 벗겨야 되나, 마음이 아팠다. 오해였더라도 제 글에 마음 상한 분들께 사과드린다. 조심하겠다”고 사과했다.
‘화제몰이성 발언’으로 특정 연예인과 기획사의 피해도 커진 상태다. 같은 당 안민석 의원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연예계에 최순실 라인이 있다”며 “어떤 분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증거를 다 갖고 있다. 공개하면 그 가수의 인생은 끝장난다”고 말했다. 다만 신상에 대해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수라고 보기에는 그 정도 급의 가수들은 여러 명이 있는데, 유독 그 가수만 싹쓸이하는 형태가 지난 몇 년 동안 보였다”거나 연예인 축구단에 소속된 전력이 있다는 정도만 언급했다.
인터뷰에 동참한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이 “국민들이 오해를 하지 않도록 누구인지 밝혀 달라”고 재차 요청했지만, 안 의원은 "특정인을 공개하는 건 나의 목적이 아니다. 하지만 계속 거짓말을 한다면 다음 주에 공개하겠다"고 예고하며 “이 자리에서 이름을 말씀드리면 연예부 기자들이 할 일이 없지 않느냐”고 답했다.
안 의원은 지난 2014년 대정부질문에서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승마 국가대표 특혜의혹을 가장 먼저 제기한 바 있으며, 야당 의원 중에서도 이번 사태에 대한 정보나 전문성 부문에서 손에 꼽히는 등 상당히 주목을 받는 인물이다. 안 의원의 의혹 제기 한 마디에 정가와 여론이 주목하는 이유다.
안 의원의 폭로에 이미 연예계에선 ‘최순실 라인’이라는 추측을 받은 인물들이 속속 거론되고 있다. ‘최순실 라인’으로 회자된 가수 이승철 씨와 소속사 진엔원뮤직웍스 측은 “연예인 축구단인 ‘회오리 축구단’은 물론, 축구를 그만 둔 게 15년이 넘는데 과거 그곳을 거쳐 갔다는 이유만으로 거명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이자 모욕”이라며 “잘못된 의혹 제기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묻고 강경 대처하겠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특히 가수 싸이의 경우, 이번 파문과 연관된 YG엔터테인먼트 소속이라는 이유로 ‘최순실 라인’이라는 기사까지 보도됐다. 이에 YG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음에도 파문은 점차 거세졌고, 결국 안 의원 측이 “의원이 언급한 연예인은 싸이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중에 비치는 이미지가 최대 관건인 연예인으로서는 이번 의혹에 휩싸인 자체로도 이미 큰 타격을 입게 된 셈이다.
연예인 회오리 축구단 초창기 멤버인 김흥국 씨를 비롯한 현재 주축 회원들도 “황당하다”며 근거 없는 의혹이 계속되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피력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안 의원이 혼란한 정국에 연예계 화제로 시간을 끌면서 정치적 인지도를 올리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연예계에서도 불특정 피해자가 점차 늘어나는 데 대해 안 의원이 하루 빨리 근거를 제시하고 공개해 진실이 밝혀지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민주당 의원은 "야당 의원들이 이번 사태에 대해서 더 냉정하고 신중한 태도를 보여야한다"며 "국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OUT'을 외친다고 해서 거꾸로 야당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런 혼란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당력을 집중해서 진상 규명 제대로 하고, 사태를 수습하느냐를 국민들이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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