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성공 사례 없는 새누리, '해체'는 가능할까
해산안 의결하려면 전대 소집 필요…전대는 최고위 거쳐야
비박, 구심점·탈당 의지 없어 해체·분당 모두 어렵단 관측
해산안 의결하려면 전대 소집 필요…전대는 최고위 거쳐야
비박, 구심점·탈당 의지 없어 해체 및 분당 어렵단 관측
해체 또는 분당(分黨). 새누리당 안팎에서 거론되는 집권 여당의 ‘최순실 게이트’ 출구다. 친박계와 비박계, 양 계파가 협상의 의지 없는 ‘마이웨이’ 상태를 지속하면서 이번에야 말로 갈라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하지만 보수 정당에는 당 해체는 물론 분당의 성공 사례가 거의 없다. 이에 따라 비박계의 당 해체 선전포고가 구호로만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다.
현재 비박계는 비상시국위원회를 열며 친박계 지도부 퇴진과 당 해체를 연일 요구하고 있다. 비상시국위 주축인 나경원 의원은 14일 “지도부는 ‘28만 당원 투표’ 운운할 게 아니라 100만 촛불민심을 살필 때”라며 “비상시국회의는 이 국정 혼란을 수습하고 새누리당의 반성과 해체를 위한 수순을 밟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무성 전 대표와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 대권주자도 가세했다.
이들은 당 지도급 인사(4선 이상 주요 인사)와 시도지사 등이 참여하는 대표자 회의를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사실상 현 지도부 체제를 인정하지 않고 새 체제를 꾸리겠다는 것. 이들은 친박계가 내놓은 ‘조기 전대 카드’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자신들이 당 해체의 주축이 돼 건강한 보수 정당을 재창당 하겠다는 의지다.
야당에서 ‘이정현 지도부’를 협상 파트너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점이 하나의 명분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하나의 당에 두 개의 지도부가 동거하는 격이 되면서 심리적 분당 상태에 이르렀던 새누리당이 이번에야 말로 갈라서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다만 ‘당 해체’는 말처럼 쉽지 않다. 당헌·당규 상 해산안을 의결하려면 전당대회 소집이 필요하다. 전당대회는 최고위의 의결이 필요한데, 현재 최고위는 친박계가 장악한 상태다. 상임전국위원회를 설득해 ‘임시 전대’를 열거나, 전국위 전체의 동의를 구하는 방안도 있지만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후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당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친박계는 ‘절이 싫으면 중이 나가라’는 입장이어서 상대적으로 세(勢)가 약하고 구심점 없는 비박계가 당을 해체하는 것은 순조롭지 않을 전망이다. 결국 당 해체는 ‘구호’ 수준에 불과하다는 관측이다. ‘최순실 정국’과 선 긋고 열세인 세력을 키우기 위한 행보라고 해석된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본보와 통화에서 “비박계가 가출한다고 겁을 주는 격”이라며 “당 해체가 정말 ‘해산’이 아닌 친박계를 제외한 발전적 해체를 의미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새누리당이 분당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비박계가 탈당 뒤 제3지대 창당 수순 밟기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당 가능성도 당 해체 가능성만큼이나 낮아 보인다. 비박계의 탈당 의지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나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분당하고 싶어도 자신이 없어서 못 나가는 것 아니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힘들고 안 힘들고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일단 당의 해체수순을 함께 밟도록 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또한 보수 정당인 새누리당에서는 ‘당을 나가면 죽는다’는 것을 불문율처럼 여기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싣는다. 실제 1997년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이인제 의원이 국민신당을 창당해 대선 후보로 나서자 신한국당과 민주당 합당 후보로 대선에 나선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보수표 분열로 타격을 입었다. 또 2000년 총선을 앞두고 김윤환 전 의원이 신한국당을 탈당해 만든 민주국민당, 박근혜 대통령이 2002년 당시 한나라당을 탈당해 만든 한국미래연합 등이 모두 실패로 끝났다.
특히 분당의 주축이 비박계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그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된다. ‘박근혜 브랜드’로 모인 친박계와 달리 비박계에는 구심점이 없다. 탈당해 새 세력을 만들더라도 내년 대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란 쉽지 않다. 박 교수는 비박계가 분당을 현실화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에 대해 “비박계에는 용기와 힘과 비전이 없기 때문”이라고 정리했다. 박 교수는 “비전이 없기 때문에 잘못하면 당을 빠져나간 사람만 낙동강 오리알이 되는 격”이라며 “비전이 없다면 도박이라도 걸 용기가 있어야 하는데 집단적으로 움직일만한 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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