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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발 '폭탄'에 국민의당·정의당 '차분한 분노'


입력 2016.11.14 20:09 수정 2016.11.14 20:22        전형민 기자

영수회담 소식에도 야권분열 우려해 속으로 '부글부글'

"촛불민심으로 청와대 돌려보낸 공을 도로 껴안은 꼴"

박근혜 대통령에게 양자 회담을 단독으로 전격 제안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들어서고 있다. ⓒ데일리안

촛불민심으로 청와대로 보낸 '공'을 도로 껴안은 야권

100만 명이 모인 광화문 촛불 집회 이후 첫 평일 오전, 야권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발(發) '폭탄'으로 주말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자중지란(自中之亂)에 빠진 모양새다. 추 대표가 12일 청와대에 야3당이 아닌 '단독' 영수회담을 제안하고 청와대가 이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이를 놓고 그동안 청와대를 상대로 공동대응 해오던 야3당의 공조에 금이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치권은 추 대표의 '갑작스런' 단독 영수회담 제의 의도를 분석하는 한편 국민의당·정의당의 대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추 대표는 공식적으로는 내부혼란으로 교통정리가 되지 않는 집권 여당을 대신해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민심을 전달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면에는 정국 주도권을 향한 '노림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탄핵' 후폭풍을 누구보다 잘 아는 추 대표로서는 이를 우려해 그동안 '탄핵', '하야' 등의 직접적인 언급을 꺼렸지만, 지난 12일 100만 명 인파가 모이는 등 '하야', '탄핵'의 분위기가 고조돼 실제로 현실화할 경우 이를 선도했던 국민의당과 정의당에 정국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장 국민의당은 벌집을 쑤신 듯 뒤숭숭한 분위기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비대위원 및 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오늘 느닷없이 아침에 이주에 야3당 대표회담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추 대표가 한광옥 비서실장을 통해서 박근혜 대통령과 양자회담으로 결판내자고 제안했다고 한다"면서 "저로서는 어떠한 논평을 하기 이전에 과연 야권 통일안이 없는데 어떻게 국민의 염원을 반영할 것인가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박 비대위원장은 비공개회의 종료 후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제안한 추 대표나 (제의를) 덜컥받은 박 대통령이나 과연 정국을 풀 수 있는 방법이, 국민의 염원이 이것인지 잘못 파악하고 있다"면서 "대단히 유감스럽고 잘못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은 이날 오전 비공개회의를 평소의 두 배에 가까운 2시간여 진행했다. 당직자에 따르면 이날 두 시간 남짓 진행된 비공개회의에서는 당 소속 의원들의 추 대표에 대한 '강도 높은' 성토가 이어졌다고 한다.

정의당의 반응도 국민의당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아예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른 야당의 한마디 상의도 없이 단독회담을 추진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심 대표는 "민주당은 제1야당으로 일상적 시기라면 대통령과의 회담을 얼마든지 요청할 수 있지만 지금은 국민이 대통령에게 최후통첩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인데 이런 때에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이 어떤 쓸모가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국민은 민주당에게 수습권한을 위임하지 않았다"고 일침했다. 추 대표의 '전격적인' 단독 영수회담 제안이 야권의 대표성이나 국민의 위임을 받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와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좌), 심상정 정의당 대표(우)가 지난 9일 만나 회동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하지만 연이은 성토에도 불구하고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감정을 추스르고 차분히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기자간담회 말미에 "이 이상 할 말이 없으니 자꾸 전화하지 말라"며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어찌됐건 우리 국민의당은 (야당이) 함께 나가고자 한다는 것을 말씀드린다"고도 했다. 격한 반응이 야권분열로 번지는 것을 우려한 '톤 다운'이다.

의원총회서 격한 반응이 나왔다는 귀띔이 있었음에도 국민의당 의원들은 의총 내용을 물어보는 기자의 질문에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초선인 A의원은 "우리끼리 격하게 성토했지만 대외적으로 우리는 무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어차피 추 대표의 단독 회담은 이미 제안된 것이고 청와대도 이미 받았다"면서 "내일 회담에서 도출되는 결과로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의 '지켜보기' 전략에는 추미애 대표의 단독 영수회담 제안이 '자책골'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대표가 무리하게 단독 영수회담을 강행했는데 이미 여론이 좋지 않다"며 "이 상황에서 웬만한 성과를 가져오지 않는다면 오히려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그는 "어정쩡한 성과는 국민의당과 정의당이 기다렸다가 다시 한 번 정국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꼴"이라 "결국 공은 추 대표에게로 넘어갔다. 추 대표는 영수회담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오느냐에 따라 추 대표는 '영웅'이 될 수도, 100만 촛불집회의 추력을 잠식해버린 '역적'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공은 다시 국회로 돌아온 꼴이 됐다. 야권 한 관계자는 "처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졌을 당시 청와대는 '김병준 총리 내정자'를 희생하는 '거국내각총리' 카드로 공을 국회로 돌렸고, 국회는 이를 12일 100만 촛불 집회로 도로 청와대에 돌려줬다"면서 "근데 추 대표가 뜬금없이 단독 영수회담을 제안하면서 공을 도로 국회로 가져와버렸다"고 답답해했다.

한편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는 추 대표의 단독 영수회담 제의에 대해 대변인격인 김경수 더민주 의원을 통해 "(나와는) 사전에 협의하거나 연락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전형민 기자 (verda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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