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FA’로 평가받던 유틸리티 내야수 이원석이 지난달 21일 삼성 라이온즈에 새 둥지를 틀었다. 계약 조건은 4년 총액 27억 원.
원 소속팀 두산 베어스 내야가 포화 상태인 가운데 상무 전역 후 팀 내 입지가 모호했던 이원석 입장에서는 주전 도약을 위한 절호의 기회다.
삼성의 외부 FA 영입은 2004년 심정수와 박진만 이후 12년 만이다. 제일기획 산하로 이관된 뒤 투자에 인색하다는 평가를 들었던 삼성이 육성에만 의존하지 않고 외부 영입을 통한 내부 경쟁도 유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삼성의 최근 몇 년 간의 행보 역시 갈지자에 가깝다는 시각도 있다. 내야수 FA에 대해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2년 전인 2014년 11월, 삼성은 내부 FA 조동찬을 잔류시키며 4년 28억 원의 계약을 맺었다. 2002년 삼성에 입단하며 프로에 데뷔한 조동찬의 그간 기여도를 높이 평가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잦은 부상으로 2006년 이후 한 시즌 100경기 이상 출전한 적이 없어 ‘오버 페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조동찬은 계약 직후인 2015년 재활로 인해 단 1경기도 출전하지 못했고, 2016년에는 90경기 출전에 0.275의 타율 10홈런 36타점 0.797의 OPS(출루율+장타율)을 기록했다. 계약 기간 4년 중 절반인 2년이 지났지만 조동찬의 활약은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니다.
2015시즌이 종료된 뒤 3루수 박석민이 FA 자격을 취득했지만 삼성은 그를 잔류시키는데 실패했다. 박석민은 4년 96억의 역대 FA 최고 대우에 NC 다이노스로 이적했다.
박석민은 2016년 타율 0.307 32홈런 104타점 0.982의 OPS로 NC의 정규시즌 2위를 견인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결정적인 홈런 2방으로 시리즈 MVP로 선정됐다. NC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 및 준우승까지 혁혁한 공을 세운 박석민은 ‘FA 모범생’으로 인정받기에 충분했다.
2014시즌 이후 삼성의 내부 FA 선수들 (사진: 삼성 라이온즈/NC 다이노스)
반면 박석민을 잃은 삼성은 창단 후 첫 9위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일부 선수의 해외 원정 도박, 외국인 선수 부진, 부상자 속출 등 추락의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박석민의 이탈로 인한 빈자리 역시 상당한 지분을 차지했다.
2016시즌 종료 후 삼성은 변화를 선택했다. 지난 6시즌 중 5년 연속 정규 시즌 우승과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의 위업을 달성한 류중일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고 김한수 감독을 내부 승격으로 선임했다. 이때만 해도 삼성이 성적보다는 육성에 방점을 두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원석 영입으로 인해 삼성은 결코 성적을 등한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분명히 했다. 운영 주체인 제일기획이 투자에 소극적이지 않다는 과시로도 풀이된다.
그러나 이원석의 영입 속에 내부 FA 최형우는 KIA에 빼앗겼고, 차우찬을 잡을 가능성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형우에 이어 차우찬마저 해외가 아닌 국내 다른 팀으로 이적한다면, 삼성의 FA 전략은 비용 절감에만 집중한 모호한 투자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프로야구단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최소 10년을 바라보는 ‘십년지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외부 영입, 육성, 트레이드, 외국인 선수, 코칭스태프 구성 등 여러 부분들이 일관성 있게 맞아 떨어져야 한다. 대형 FA 잔류라는 난제에 직면한 삼성의 스토브리그 행보가 십년지계에 기초한 것인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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