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299표 중 찬성 234표)되며 1년 여 앞으로 다가온 2018 평창 올림픽에도 암운이 드리워지게 됐다.
국정 농단으로 점철된 ‘최순실 게이트’가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곳은 다름 아닌 체육계다. 현 정권에서 ‘체육 대통령’으로 불린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은 물론 최순실, 장시호 등이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국제 행사이자 전 세계인의 축제인 평창 올림픽에까지 손을 뻗었고, 이 과정에서 조직 위원장이 두 차례나 바뀌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번 탄핵안 결정으로 올림픽 개최가 가능한가라는 회의론이 평창을 휘감고 있다. 이미 평창 올림픽이라는 브랜드의 이미지가 국정농단에 연루돼 실추된 데다 기업들의 후원도 줄줄이 끊길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공사 진행, 운영 준비, 대회 홍보 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대표적인 예가 내년 9월 완공을 목표로 한 올림픽 프라자다.
올림픽 개, 폐회식장이 될 올림픽 프라자는 1500억 원 이상이 투입된 대규모 공사이며, 주변도로를 중심으로 도시경관까지 개선해 대회 참가 선수와 임원, 관람객들에게 편의와 볼거리를 제공할 전망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사업비 조달 문제로 인해 공정률이 30%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허튼 곳에 시간을 허비한 일도 있었다. 당초 조직위원회는 까치와 호랑이를 대회 마스코트로 선정했지만, 대통령의 갑작스런 지시로 진돗개로 교체되는 일이 있었다. 당연히 IOC는 마스코트 변경을 거부했고, 조직위는 부랴부랴 지금의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반다비를 제작, 마감 시한이었던 지난 6월 간신히 승인을 얻은 바 있다. 특히 홍보대사인 김연아가 홍보 영상에 출연했을 당시, 제작되어 있어야 할 봉제인형이 아닌 급조한 패널을 들고 홍보하는 촌극이 발생하기도 했다.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반다비는 진돗개로 교체될 뻔했다. ⓒ 연합뉴스
가뜩이나 대회 준비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평창 대회는 대통령 탄핵의 유탄으로 더욱 흔들리게 됐다.
조직위 측은 지난달 평창동계올림픽 및 국제경기대회지원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기업 후원 일정에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실제로 조직위는 스폰서 계약 목표액을 9400억 원으로 잡았는데 이 가운데 90%를 올 연말까지 달성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문체부는 예산 재검토를 통해 ‘최순실 예산’이라고 판단한 892억 원을 자진 삭감했고, 올림픽 지원에 쓰일 예산까지 줄어들게 됐다.
가장 큰 문제는 국민의 무관심이다. 최순실 일가의 손이 곳곳에 뻗쳤다는 의혹으로 인해 올림픽이라는 순수한 이미지는 막대한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열심히 땀 흘려 일하던 조직위도 부패의 온상이라는 누명을 쓰고 있다.
평창 올림픽은 지난 1988 서울 하계 올림픽 이후 30년 만이자 국내서 2번째로 개최하는 올림픽이다. 개최지를 확정하기까지 2전3기의 피나는 노력이 들어갔고, 개최권을 가져온 뒤에도 막대한 예산 투입의 필요와 환경 파괴 등의 논란이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국민 대부분은 지구촌 행사를 치르게 된 데에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대통령의 직무정지로 인해 평창올림픽 개최 준비는 혼돈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컨트롤 타워가 상실된 상황, 그리고 국정 혼란으로 인해 정, 재계에서도 올림픽에 관심을 쏟을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은 각 자자체에서 손을 잡고 어떻게든 평창의 성공적 개최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일 박원순 서울시장과 남경필 경기도지사,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평창 동계올림픽 공동 관광마케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서울이 30억 원, 경기 10억 원, 강원 10억 원 등 총 50억 원을 투자해 통합 마케팅을 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조직위도 ‘최순실 게이트’ 충격에서 벗어나 조금씩 활력을 되찾고 있다.
대통령 탄핵과 정국 불안으로 평창올림픽이 가진 가치와 성공 개최의 목표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 비위가 있다면 어서 빨리 도려내고 조직을 재정비해야 한다. 국격이 무너지고 위신이 추락한 상황에서 이를 회복할 기회는 오히려 평창 올림픽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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