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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억류자 석방 카드 '만지작'…트럼프와의 협상용?


입력 2016.12.16 16:34 수정 2016.12.16 18:04        하윤아 기자

북, 억류 중인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 접견 허용

전문가들 "트럼프 행정부와 대화 분위기 조성 때 억류자 활용"

2015년 12월 '국가전복음모죄'로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은 임현수 목사가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북, 억류 중인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 접견 허용
전문가들 "트럼프 행정부와 대화 분위기 조성 때 억류자 활용할 것"


북한이 억류 중인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에 대한 캐나다 외교부의 접견을 허용하고, 양측 간 관련 문제를 논의하면서 임 목사의 석방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함께 억류 중인 미국인에 대한 접견이나 논의는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북한이 향후 미국과의 대화국면을 염두에 두고 일종의 '협상 카드'로 민간인 억류자를 활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5일 "사라 테일러 북아시아 및 오세안(오세아니아)주 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캐나다 외무성대표단이 13일부터 15일까지 조선을 방문하였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캐나다 대표단은 체류기간 동안 한성렬 북한 외부성 부상을 예방하고, 최선희 북아메리카국 국장과 만나 양자관계 발전과 임 목사 문제 등 상호 관심 사안을 논의했다. 통신은 또 대표단이 북한에 억류 중인 임 목사를 면회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1997년부터 북한을 드나들며 인도주의 사업을 펼쳐온 임 목사는 지난해 1월 나선에서 평양으로 향하던 중 억류됐고, 11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국가전복 음모 혐의로 북한 최고재판소에서 무기노동교화형(종신형)을 선고 받아 복역 중이다.

캐나다 외교부 측도 이번 북한의 보도 내용을 확인하면서 "당국은 그(임 목사)의 억류와 건강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으며, 석방을 위해 활발하게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캐나다 정부 측이 직접 북한을 방문해 임 목사 문제를 논의함에 따라 석방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 씨, 미국인 대학생 오토 프레드릭 웜비어 씨에 대한 외국 대사 접견은 허용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북한에서 미국의 이익보호국 역할을 하고 있는 평양 주재 스웨덴 대사관은 두 미국인을 수개월 째 접견하지 못하고 있다.

웜비어 씨는 지난 1월 북한 호텔 제한구역에서 선전물을 훔치려다 발각돼 체포됐으며, 이후 3월에 국가전복 음모 혐의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았다. 또 김 씨는 2015년 10월 나선경제무역지대에서 간첩 행위 혐의 등으로 체포돼 지난 4월 10년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았다.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 씨(왼쪽)와 미국인 대학생 오토 프레드릭 웜비어 씨의 모습. ⓒ연합뉴스

과거 북한은 경색된 북미관계를 풀기 위한 단초로 민간인 억류자를 활용해왔다. 실제로 과거 북한은 억류자를 내세워 협상 의사를 타진하고 미국을 테이블로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현재 북한에 억류돼 있는 미국인 두 명도 향후 북한의 대미 협상용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북한은 2009년 5월 2차 핵실험 직후 억류 중이던 미국 여기자 유나 리 씨와 로라 링 씨를 협상 카드로 활용했다. 두 사람의 석방은 그해 8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과 면담한 뒤 이뤄졌다.

2013년 2월 3차 핵실험 이후에도 북한은 억류 중이던 한국계 미국인 캐네스 배 씨를 내세워 협상에 나섰다. 양측간 기싸움이 장기화하는 과정에서 두 명의 미국인이 추가로 억류됐지만, 결국 2014년 11월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장이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가지고 방북하면서 억류자들이 모두 풀려났다.

북한은 현재 5차 핵실험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를 해소하기 위한 필요성이 있는데다, 미국 신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미국과의 대화 또는 협상을 통한 대북정책의 전환을 유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민간인 억류자를 내세워 미국에 협상 개진의 신호를 보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16일 데일리안에 "한 달 후면 미국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는데, 이후 북미 간 대화분위기 조성을 위해 억류돼 있는 미국인에 대한 접견이나 석방을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에서 고위급 특사를 파견할 경우 이를 대화의 계기로 활용하고, 북한의 대화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일환에서 억류 미국인을 석방하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북한이 임 목사에 대한 캐나다 정부의 접견을 허용한 것과 관련해서는 "무슨 이야기가 오고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북한은 항상 국제사회로부터 얻어낼 것을 기대하고 석방해왔기 때문에 얼마 전 발생한 수해와 관련해 인도주의적 지원을 요청했을 수도 있고, 국제사회의 인권공세를 약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유화 제스처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현재 차기 트럼프 행정부와의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아마 적절한 시기에 억류자들을 대화나 협상용 카드로 활용해 트럼프 행정부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억류 중인 우리 국민 3명(김정욱·김국기·최춘길)에 대해 종신형을 선고한 이후 이들의 행적에 대해 별다른 언급하지 않고 있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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