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결선투표제' 꺼내든 안철수 속내는?
정치제도 문제점 개선 의지 vs 원 모어 찬스(one more chance)
문재인, 찬성하면서도 개헌사항…차기 적용 불가능
야권 대선주자인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 공동대표가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제를 제안하고 나섰다. 안 전 대표로서는 지난 4월에 이어 두 번째 제안이다. 비박계의 새누리당 탈당, 개헌 이슈 등과 시기적으로 맞물려 파장이 예상된다.
안철수 전 대표는 23일 당 비상대책위원 및 국회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대통령 결선투표제 저는 이번 선거야말로 꼭 도입해야된다고 생각한다"며 결선투표제를 강조했다. 안 전 대표가 주장하는 '결선투표제'는 선거에서 1위 후보가 충분한 수(과반수 혹은 40% 이상)의 득표를 하지 못한 경우, 가장 높은 득표를 기록한 두 후보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투표 제도로 '2회 투표제'라고도 한다.
안 전 대표는 △레임덕 우려 △정책선거 지향 △네거티브선거 지양 등 크게 세 가지 이유로 결선투표제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안 전 대표는 "다자구도에서 30%대의 지지를 받아서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투표율이 70%에 이르더라도 실제로 당선된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은 전국민중 20%의 지지로 대통령이 된다"면서 대표성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만약 그렇다면, 임기 첫 해를 못 넘기거나 둘째 해 정도면 바로 레임덕에 빠질 우려가 높다"고 주장했다.
군소 후보의 '난립'과 '합종연횡'으로 '정책'이 실종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안 전 대표는 "만약 결선투표제가 도입된다면 우리는 녹색당 대통령 후보가 끝까지 (대선을) 완주하면서 녹색당에서 어떤 일을 하려고 한다는 그 이야기를 전 국민이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대선이 60일 이내에 치러질 것을 예상하며 "짧은 시간에 치러지는 선거는 사상 최고의 네거티브 선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은데, 결선투표제가 시행된다면 네거티브 선거는 힘들게 된다"고도 말했다.
정치제도 문제점 개선 의지 vs 원 모어 찬스(one more chance)
정치권은 안철수 전 대표의 결선투표제 주장에 대해 대체로 '현존 정치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현실적인 대안을 내놨다'는 의견과 '원 모어 찬스(one more chance)를 노리는 속내가 드러났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데일리안'과의 전화통화에서 "'무리한 후보단일화', '거대 정당 독과점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실질적으로 지금 필요한 제도라는 사회의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원장은 "그런 것이 개인의 이해관계와 맞물린 것 역시 부인할 수는 없다"며 "결국 배고픈 사람은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려고 제도를 만들고 배부른 사람은 그냥 가려고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안 전 대표의 주장이 "'원 모어 찬스'를 위한 제도 정비"라고 분석했다. 그는 "결선투표제는 결국 선거를 두 번하자는 것인데 1등을 제외하곤 모두의 마음에 드는 제도"라며 "1등을 못해도 2등까지만 잘 끌어올라가면 나머지를 모아서 다시 한 번 붙을 기회가 있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가뜩이나 선거 한 번 치르면 전쟁을 하는데, 그걸 두 번이나 하자는 것은 너무 사회적 낭비가 극심하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안철수 전 대표의 주장을 "국민적 요구의 역방향인 쌩뚱맞은 내용"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만약 지금 국정이 야당 때문에 표류하는 등 대통령의 정통성이 문제되는 상황이라면 결선투표제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 반대"라며 "결선투표제는 대통령의 정통성을 강화해 더욱 더 강력한 대통령을 나오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안 전 대표는 결선투표제 도입의 이유로 '레임덕 우려 해소'를 거론했다.
한편 정의당은 결선투표제에 찬성의 뜻을 밝혔다. 심상정 대표는 이날 오전 "결선투표제가 도입되면 '반쪽' 대통령의 불안정 통치도,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무원칙한 합종연횡과 임시변통 단일화도 방지할 수 있다"며 찬성했다.
현재 대선주자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결선투표 자체는 동의하지만 이번 대선 적용은 힘들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는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제는 바람직한 제도로, 도입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선투표제를 '개헌 사항'으로 분류하고 개헌을 '이번 대선에서는 힘들다'고 해 사실상 결선투표제의 이번 대선 적용은 어렵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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