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권 가도, 국정교과서 존폐와 맞물렸다?
'강행'시 역풍 입지'흔들'& 보수결집으로 '포스트 박근혜'
'폐기'땐 대권가도 불투명…'유예' 절충시 후유증 최소화
국정 역사교과서의 운명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권 가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황 권한대행이 대선 출마에 대해 선을 그었지만, 그는 여전히 새누리당 주류의 잠재적 대권 주자로 꼽힌다. 국민적 반대 여론이 높은 국정교과서의 현장 적용 여부에 따라 황 권한대행이 ‘포스트 박근혜’로 거듭날 수 있을지 정가의 의견이 엇갈린다.
교육부는 국정교과서 추진 방향을 27일 발표한다. 지난달 28일 현장검토본을 공개한 뒤 이달 23일까지 별도의 홈페이지를 통해 교수 및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왔다. 정부는 국정교과서 시행 시기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가에는 국정교과서 시행 시기를 2017년 3월 1일에서 2018년 3월 1일로 1년 늦추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국정교과서 추진 초반부터 반대 여론이 높았던 데다, 현 정부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의 관련설이 제기되면서 폐기 여론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만약 정부가 국정교과서를 원안대로 '강행'한다면, 사실상 황 권한대행의 정치적 의지가 작용된 것으로 풀이돼 입지마저 흔들릴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지난 9일 가결된 이후 촛불민심은 황 권한대행으로 향했다. 이들은 황 권한대행이 국정 농단 사태를 방관했다며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야권으로부터 국회와의 협치 의지가 없다는 비판과 황제 의전 논란 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국정교과서 강행은 공세의 ‘빌미’를 줄 수 있다. 이 경우 황 권한대행의 대권 가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반기문 대안’으로서 대권에 나선다하더라도 민심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당장 야권은 황 권한대행을 향해 비난을 서슴지 않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6일 “국정교과서를 강행하면 황 권한대행과 이준식 부총리는 탄핵에 직면할 것”이라며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최근 기자회견에서 “황 총리가 국정화 폐기를 수용해야 권한대행 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황 권한대행이 국정교과서 강행 시 ‘포스트 박근혜’로서의 입지는 다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간 황 권한대행은 박 대통령의 역점 과제였던 국정교과서를 지지해왔다. 황 권한대행이 여권 내 2위 주자로 발돋움한 것도, 새누리당 주류의 ‘반기문 대안’으로 떠오른 것도 모두 박 대통령 정책과 기조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정교과서를 강행할 경우 보수 진영의 아이콘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권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본보에 “황 권한대행이 국정교과서를 밀어붙일 경우 생각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두 가지”라며 “대권에 나서더라도 국민적 반발과 야권의 공세에 부딪혀 좋지 못한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것과, 반대로 현재까지도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정통 보수층에서는 황 권한대행이 ‘포스트 박근혜’가 될 수 있다는 점이 공존한다”고 말했다.
만약 정부가 국정교과서 현장 적용을 유예해도 다양한 가능성은 열려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이탈한 보수층을 다시 되돌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다음 정부로 넘기면 정부로서는 국정화 정책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명분이 서게 된다. 또한 정권 교체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되는 상황임에 따라 시민사회와 학계, 교육계 입장에서도 사실상 전면 폐기를 이끌어냈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 각종 현안으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민주당 등 야권과의 협치도 순항 궤도에 오를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폐기할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촛불민심과 야권의 요구대로 이뤄져 국회와의 협치의 기회가 될 수는 있지만, 황 권한대행의 지지율이 이탈 할 수 있다. 황 권한대행의 지지율은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핵심 보수층의 결집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 경우 27일을 기점으로 주류로 재구성될 새누리당에서도 황 권한대행을 대권 주자로 내세울 명분이 사라지게 된다.
이 관계자는 “황 권한대행이 국정교과서 유예를 선택해도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가 다져질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야권과 협치를 시작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데다, 보수 진영에는 박 대통령의 정책을 폐기하지 않았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폐기할 경우에는 황 권한대행의 대권 출마 가능성은 적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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